앞서 정부는 4차 추경을 통해 만 13세 이상 4600만명에 통신비를 2만원씩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비대면 경제를 활성화하고 국민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당초 정부가 밝힌 ‘맞춤형 선별지원’ 방침과 어긋나고, 경기회복 등 경제적 승수효과(성장 기여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전국민 통신비 지원에 예산을 쏟아붓기보다 애초 목적인 취약계층 ‘맞춤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야를 막론한 반대에 국회 심사과정에서 수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당은 조속한 심사를 통해 추석 전까지 추경 예산 집행을 시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전액삭감’까지 주장하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4차 추경안 국회 심사가 오는 18일까지 진행되는 가운데 전국민 통신비 지원에 대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핸드폰 가게./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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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 의심되는 ‘전국민 통신비’ 지원
국회 추경 심사에서 최대 쟁점은 ‘전국민 통신비 지원’이다. 실효성을 놓고 여야를 가리지 않고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상황이라 국회 심의과정에서 수정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 힘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통신비 2만원 사업을 전액삭감하겠다는 입장이고 정의당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통신비 2만원 대신 차라리 전 국민 독감백신 예방접종을 하자’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국민의 힘 예결위 관계자는 "전국민 통신비 지원을 위해 자영업자 14%와 중학생 등에 아동수당을 주지 못하는 꼴이 됐다"며 "실효성 없는 정책을 ‘위로’라는 명분으로 강행하기보다 독감 백신 접종이나 사각지대를 지원하자는 데 쓰자는 것이 당론"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당정은 고위험군 1600만명을 위한 독감백신 예방접종 예산 1976억원을 반영했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독감예방 같은 경우엔 이미 2000만명에 가까운 무료접종 예산이 편성돼 있다"며 "올해 독감예방접종을 위해 확보된 물량이 3000만 명 분인데 금방 (백신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상당한 준비기간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여권도 전국민 통신비 지원에 만장일치 찬성은 아닌 상황이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야당에서 반대하고 국민들 일부에서도 비판적 여론이 있다면 '통신비 부담' 완화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다른 대안도 함께 검토해보면 어떨까 싶다"며 이 예산 약 9300억원을 무료 와이파이망 확대에 쓰자고 제안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추경안 발표 이후 "이미 결정된 사안에 왈가왈부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당초 경기회복 효과가 없다며 반대의견을 밝혔다.
노인이나 청년층 등을 대상으로 선별지원하자고 주장했던 기재부도 난감한 입장이다. 추경안이 발표된 뒤 기재부에는 "통신비 지원이 필요 없다"는 민원인들의 전화까지 쏟아지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더 어려운 계층에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게 기재부의 생각이었지만, 이미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된만큼 정부안을 사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정부명령에 영업정지했는데… 선별지원 형평성 논란도
4차 추경의 핵심인 ‘선별지원’도 형평성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새희망자금 지원 대상은 매출이 감소한 소상공인 약 291만명을 지원하는데, 이는 전체 소상공인의 86%에 해당한다. 나머지 14%는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아동수당도 미취학아동과 초등학생으로 제한하고 있다. 재원을 이유로 ‘선별지원’을 하는터라 ‘전국민 통신비 지원’을 포기하면 사각지대를 모두 지원할 수 있지 않냐는 반론이 나온다.
우선 초등학생 이하만 지급하기로 한 특별돌봄비용 20만원에 대해서도 중고등학생 학부모들의 불만이 크다. 중고등생의 교육비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드는데 정부 지원에서 소외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아동수당의 경우 재원 한계로 우선순위에 따라 지원대상을 한정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가 지정한 12개 고위험시설에 포함돼 영업을 중단했음에도 자영업자에 주어지는 ‘새희망자금’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 유흥주점과 콜라텍에 대한 형평성 논란도 있다. 재산규모가 클 가능성이 높은 10인 이상 학원과 단란주점은 지원하면서 유흥주점과 콜라텍을 지원하지 않는 것이 공평하지 않다는 논리다. 정부는 유흥업종 지원의 경우 정부는 사회 통념상 지원이 곤란하다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정부가 ‘폐업 소상공인 50만원 지원금’ 사업의 폐업 기준일을 8월16일로 잡으면서 상반기부터 코로나19 영향이 이어져 그 이전에 문을 닫은 소상공인은 지원금을 받을 수 없게 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는 기존의 철거비 지원 등을 받으라고 하나 이는 상대적으로 조건이 더 엄격하다.
세종=최효정 기자(saudad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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