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펀드 중 오름세 뚜렷
최근 한달간 수익률 4.6%
현지 개미들 매수세 늘어나
[아시아경제 이민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신흥국 펀드들이 지지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펀드가 눈에 띄는 오름세를 유지해 주목된다.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국내 설정된 신흥국 관련 해외 주식형 펀드 중 최근 한 달 동안 펀드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펀드는 베트남으로 4.6%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다른 신흥국들은 인도(2.91%), 브라질(1.05%), 중국(-1.12%), 러시아(-5%) 등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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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기준으로 보면 신흥국 증시는 뚜렷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17%)을 제외한 인도(-6.8%), 베트남(-7%), 브라질(-30%), 러시아(-19%) 등은 아직 지난해 수준으로 증시가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달러 약세 심화는 신흥국 주식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해왔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신흥국 경제회복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확대되면서 외국인의 유입이 더딘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 증시에서 투자금 유입이 두드러진 주도업종이 부재한 점도 영향을 줬다. 중국과 한국 코스피, 대만 가권지수의 경우 코로나19 방역 성과와 IT, 헬스케어,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술력이 주목받으면서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와 대만 가권지수는 각각 연초 이후 9%, 5% 올랐다.
최근 들어 베트남 펀드의 성장이 두드러진 이유는 베트남 내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커지면서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부터 지난 11일까지 호찌민증시(HOSE)의 VN지수는 814.65에서 888.97로 11.35% 상승했다. 코로나19 재확산세로 인해 지난 6월 900포인트에서 770선으로 내려갔던 VN지수가 개인들의 유동성에 힘입어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개인 투자자의 매수세를 자극한 것은 베트남 정부다. 정부는 증시 활성화 대책을 통해 8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한 거래 수수료 감면을 내년 6월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또 당일 매매와 공매도 허용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며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참여 확대 의지를 높였다. 이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풍부한 유동성 공급에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연장한 결과"라며 "거래수수료 감면이 연장 되면서 단기 저항선이었던 850선을 상향 돌파하는 모습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설정된 베트남 펀드 중 한 달 동안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내놓은 펀드는 NH아문디베트남레버리지증권펀드다. 이 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7%다. 이 펀드는 베트남 VN30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선물 등에 투자해 VN30 지수 일일 등락률의 1.5배를 추종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이밖에 키움베트남투모로우증권자펀드(6.10%), KB베트남포커스증권자펀드(5.9%), 삼성베트남증권자펀드(5.2%), 한국투자연금베트남그로스증권자투자신탁(4.7%)등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다만 VN지수가 베트남펀드 투자 광풍이 불었던 2017년 12월 중순부터 2018년 1분기 수준으로 회복하기엔 좀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시 비과세 해외주식형 펀드 혜택 소멸 시기와 맞물리며 투자자들 사이에선 베트남 펀드 가입 열풍이 불어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상품의 경우 비과세 혜택 기간에만 3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빨아들였다. 투자가 쏠렸던 기간(2017년 12월 중순~2018년 1분기) VN지수는 평균 1055선을 기록했으며 상승률만 해도 23%에 육박했다.
베트남지수가 한 단계 더 상승하기 위해선 MSCI 신흥국 지수편입 등의 호재가 필요한 상황이다. 외국인 자금 유입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지분 제한을 완화하기 위해 증권법 및 기업법 개정안 시행과 관련한 입법 절차를 준비하고 있지만 기대감만 유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메튜 스미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수 편입을 위해선 외국인 보유 한도 제한이 핵심 이슈인데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며 "그래도 베트남은 올해 GDP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몇 안 되는 국가로 내년 회복 속도도 평균 이상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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