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출산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사상 최저치인 0.92명이다. 올해에는 1분기 0.9명 ·2분기 0.84명으로, 0.8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
지난해 30만명을 간신히 상회한 출생아 수가 올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30만명 미만으로 떨어진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세종시를 제외한 모든 광역자치단체에서 출생아 수가 감소했다. 올해는 총인구가 감소하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대한민국이 초저출산·인구 감소·지방 소멸이라는 ‘3중 함정’에 빠졌다.
저출산 쇼크로 내년부터 민간 소비가 뒷걸음질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민간 소비는 저출산·고령화 영향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육 소비 감소가 민간 소비 둔화를 견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 수는 2018년 대비 5.1% 증가했다. 1인 가구 비율도 30.2%로, 사상 처음 30%를 돌파했다. ‘나홀로 가구’가 급증하는 배경에는 결혼율 하락이 자리 잡고 있다. 부모와 별도의 독립적 주거공간을 희망하는 사람이 늘고, 20대 결혼비율이 낮아짐에 따라 나홀로 가구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초저출산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결혼·주거·보육 등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일차적으로 결혼을 촉진하는 정책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올해 2분기 혼인 건수는 1년 전보다 16.4%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15년을 정점으로 혼인 건수가 계속 감소하는 구조적 흐름이 나타난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분석에 의하면 유배우자(기혼 여성)의 합계출산율은 2016년 기준 2.23명으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일단 가정을 이루면 비교적 정상적 출산 형태를 보여준다. 2005년 출산장려책을 본격 시행한 이후 유배우자 출산율이 상승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출산친화적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2018년 기준 30.4세인 여성 초혼 연령을 낮추는 데에도 정책적 노력이 기울여져야 한다. 소위 ‘결혼 페널티’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결혼·출산에 따라 경력 단절이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직장 내 젠더 차별과 출산 후 직장 복귀 등이 원활히 이뤄져야 출산에 대한 불확실성이 최소화된다.
양질의 ‘전일제 보육’ 시스템 구축도 시급하다. 혼인 대비 출산비율이 2012년 1.66명을 기록한 이후 계속 하락해 2018년 1.33명으로 떨어졌다. 합계출산율이 재앙적인 0.8명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아이를 하나라도 낳을 수 있도록 보육 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여야 정치권에서도 전일 보육제 실시에 긍정적이므로 정책 실현 가능성도 비교적 큰 상황이다.
노동유연성도 출산율과 상관관계가 크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1인당 소득 3만달러 이상 OECD 국가를 대상으로 한 분석 결과, 노동시장 유연성이 클수록 출산율도 상승했다. ‘유연근무제’ ‘파트타임제’ 등으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일 때 출산율 제고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게 된다.
몇년 전 방한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저출산으로 인해 대한민국 사회가 집단자살사회로 변질되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지난 10년간 209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했지만 저출산 문제는 악화일로다. 저출산 위기는 국가재난에 준하는 국가위기다.
출산은 지속 가능한 사회의 전제조건이다. 저출산은 지방 소멸과 성장잠재력 소진으로 이어진다. 원하는 사람이 원하는 만큼 아이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하다. 실효성 있는 저출산 대책에 국력을 모아야 할 때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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