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직전 등판에서의 악몽은 속구로부터 시작됐다. 구속이 나오지 않으니 다른 구종으로만 밀어붙인 것. 그런데 미약하게나마 구속이 오른 포심 패스트볼은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시즌 4승 밑거름이었다.
류현진은 1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버팔로에 위치한 살렌필드에서 열린 ‘2020 미국 메이저리그(ML)’ 뉴욕 메츠와 정규시즌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호투했다. 6이닝 7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4승(1패)째와 5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를 동시에 챙겼다. 3.19까지 치솟았던 평균자책점은 3.00까지 낮췄다. 토론토는 류현진의 호투에 힘입어 7-3으로 승리했다.
류현진은 직전등판이었던 지난 8일 양키스전서 악몽을 겪었다. 그 중에서도 평균구속 142㎞에 그친 포심 패스트볼이 류현진의 발목을 잡았다. 첫 이닝부터 루크 보이트와 애런 힉스에게 백투백 홈런을 맞았는데 구종이 모두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올해 류현진의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 145㎞보다 3㎞ 하락한 수치였다. 이미 지난 시즌에 비해 속구 구속이 저하됐는데 지난 경기는 그보다 더 낮아 난타로 이어진 것.
악몽을 안겼던 속구가 이날 류현진을 살렸다. 류현진은 이날 전체 투구(92개) 중 40.2%(37개)를 속구만 구사했다. 평균 구속은 142.6㎞. 최고 구속은 146.4㎞로 측정됐다. 지난 경기보다 시속 0.6㎞ 증가한 수치다. 시즌 평균 속구 구속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패스트볼의 구속이 상승하자 다른 구종의 가치도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체인지업을 노리는 타자에게 속구를, 속구를 노리는 타자에게 커터를 던져 정타를 방지했다. 하이패스트볼도 적절히 섞어 헛스윙을 유도한 것은 덤이다.
류현진은 빅리그에서 빠른 공을 구사하는 투수가 아니다. 지난 2016년 패스트볼 평균 구속 146.4㎞을 기록한 이후 조금씩 하락했다. 그나마 지난해에는 145.4㎞까지 끌어올리면서 시속 약 16㎞ 차이 체인지업의 위력도 극대화할 수 있었다. 핀포인트 제구까지 합쳐지면서 만든 결과가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였다. 평균 구속이 조금 하락한 올해 류현진은 다시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 평균자책점 선두에 올랐다. 제구는 여전하다. 0.6㎞의 차이, 조금이라도 빠른 속구는 류현진에게 큰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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