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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파벌 간 담합으로 총리 오르는 스가… 2인자는 누구 고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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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방장관 놓고 파벌 간 물밑싸움
차기 내각 '균형정치' 될지 주목
스가 "아베에 외교 조언 구할 것"


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사실상 새 일본 총리로 확정되면서 일본 정가의 관심사는 이제 '스가 내각' 인사 명부다. 파벌 간 담합으로 총리 자리에 오른 그가 과연 '무파벌', '파벌 타파'라는 자신의 정치적 색채를 얼마나 발휘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일본 정가에서는 호소다파 등 주요 파벌들이 이번 조각에서 '전리품' 챙기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무파벌 좌장이었던 스가


무파벌 출신 총리와 손발을 맞출 관방장관은 과연 누가 꿰찰 것인가. 여기서부터 조각의 성격, 각 장관들의 명단이 정해지게 된다. 존재감 없었던 스가 장관이 유일하게 내세운 정치적 트레이드 마크는 '파벌 타파'였다. 스가 장관은 호소다파인 아베 신조 총리를 7년 8개월간이나 보좌했으면서도 호소다파에 들어가지 않았다. 자민당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 소속인 아베 총리와 무파벌의 관방장관의 조합이었다. 호소다, 아소파 독주체제에서 무파벌의 관방장관 기용은 여타 파벌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나름의 균형정치였던 셈이다.

관방장관은 쉽게 말해 한국 청와대의 대통령 비서실장과 비슷한 자리다. 총리를 보좌하는 내각 관방부의 수장으로 위기관리 총책이자 일본 정부의 공식 대변인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각의 '넘버 2' 라고 할 수 있다. 아베 정권 시대에는 관저의 힘이 막강해지면서 내각을 관장하는 스가 관방장관이 각 장관 인사는 물론이고, 고위 공무원들의 인사까지 좌지우지했다. 실세였던 것이다. 지난해 9월 개각 당시 각 파벌들이 고작해야 2~3개 자리를 나눠가졌던 것과 달리, 무파벌 출신 장관은 6명이나 됐다. "무파벌이 최대 파벌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일본 정가에서는 "무파벌인 스가 장관이 움직이고 있음이 분명하다"는 얘기가 떠돌았다.

그러나 '스가의 힘'은 곧 인사 실패로 귀결됐고 아베 정권에 치명상을 입했다. 그가 천거한 것으로 알려진 무파벌의 스가와라 잇슈 경제산업상, 가와이 가쓰유키 법무상 등이 선거법 위반 등으로 줄줄이 중도 낙마한 것이다.

내각 2인자 어느 파벌이 가져가나


스가 장관의 무파벌 챙기기가 이번에도 통할 것인가. 호소다파, 아소파 등 자민당 핵심 파벌에 휘둘리지 않을 '내 사람'을 과연 심을 수 있을 지가 최근 일본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다.

현재 스가 내각의 첫 관방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로는 '스가 총리' 선출의 공신인 모리야마 히로시 국회 대책위원장(75, 이시하라파), 가지야마 히로시경제산업상(64, 무파벌),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64, 다케시타파), 고노 다로 방위상(57, 아소파),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57,호소다파),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39,무파벌) 환경상 등이다.

모리야마 위원장은 국회 운영 과정에서 스가 장관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을 정도로 두 사람 관계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가 장관이 아베 총리의 사의 표명 다음 날인 지난달 29일 가장 먼저 총재 선거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전한 대상도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과 모리야먀 위원장이었다. 그가 관방장관에 기용될 경우, '71세 총리, 75세 관방장관' 조합으로 고령 내각을 상징할 수 있다.

가지야마 경산상은 스가 장관이 정치적 스승이라고 말하는 가지야마 세이로쿠 전 관방장관의 장남인 데다가 무파벌이라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최근 아베 총리가 속한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에서는 대놓고 하기우다 문부과학상을 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니카이파가 가장 먼저 스가 장관을 밀었다고 해도,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의 지원이 없었으면 총리 자리가 불가능했을 것이란 이유를 대고 있다. 아소파는 차기 총리 자리를 노리고, 파벌 소속인 고노 다로 방위상을 밀고 있다.

스가 장관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파벌 요소를 배제하고,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겠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으나, 파벌들의 입김 속에서 그가 자신의 색채를 드러낼 수 있을까. 일본 총리 지명일인 오는 16일 조각 명단이 확정, 발표된다. 스가 내각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한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아베 신조 총리 퇴임 후에도 조언을 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스가 장관은 전날 일본기자클럽 주최 자민당 총재 후보 토론회에서 아베 총리의 외교 수완을 언급한 뒤 "(외교정책와 관련 아베 총리와) 상담하면서 가겠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스가의 후임 관방장관 선정도 아베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 #스가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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