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성명서서 밝혀…"국시 응시 요청은 아냐"
전공의들 입장문서 "뜻 존중, 계획 지지 표명에 감사"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은 13일 ‘전국 40개 의대 본과 4학년 대표 40인’ 이름으로 공동 성명서를 내고 “지난달 18일 전국 40대 의대 학생들은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에 반대하여 단체행동에 나섰다. 이는 의료 전문가와의 상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된 정책들이 결국 의료의 질적 하향을 야기하고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할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어제 응시자 대표자 회의 결과 우리는 단체행동을 잠정 유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날 이들은 오후 11시부터 자정을 넘겨 5시간 동안 열린 국시응시자 대표자 회의에서 ‘모든 단체행동을 잠정 유보한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KAMC)이 9월 14일까지 잠정 보류하기로 한 재응시 원서 접수 제안에 관련해 무응답을 유지한다’는 두 가지 안건을 표결해 가결시켰다.
다만 이들은 단체행동을 잠정 유보하는 것일 뿐 철회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후 행동 방침에 대해선 추후 논의를 거쳐 발표하기로 했다.
지난달 14일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반발하여 집회를 열고 있다.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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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시 거부 철회’로 풀이…의대생들 “시험 요청은 아냐”
대표자들은 “우리가 단체행동에 처음 나선 이유인 ‘옳은 가치와 바른 의료’를 지키겠다는 마음에는 일말의 변함도 없다. 정부가 해당 법안(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을 재검토하고 진정 국민을 위한 의료정책을 펼치는지 선배 의사들과 함께 계속 지켜볼 것”이라면서 “정부와 국회가 잘못된 의료정책을 강행하는 순간 재차 단체행동에 나설 것을 천명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성명서에는 국시 응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나오지 않았다. 다만 그간 본과 4학년의 단체행동이 국시 거부였던 만큼 사실상 응시에 대한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조승현 의대협 회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성명서 문구 그대로 단체행동을 유보한다는 것이다. 국시 관련해선 특정해 언급 드릴 건 없다”며 “다만 이런 결정이 시험을 먼저 보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여러 상황상 단체행동을 더 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유보하겠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안다”며 “국시 응시 요청을 직접 하진 않았지만, 원로계나 학장단에서 어느 정도 퇴로를 마련해주고 정부에서 배려해준다면 응시를 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간 정부는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와 관련해 추가 시험은 어렵다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해왔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지난 10일 “의대생들이 자유 의지로, 스스로 시험을 거부하는 상황에서는 추가시험을 검토할 필요성이 상당히 떨어진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만약 검토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다른 국가시험과의 형평성, 공정성을 고려해 국민적인 합의가 수반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부정적 여론이 커 의대생들이 국시를 치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의대생들이 단체행동을 유보키로 결정 내리면서 구제책에 대한 논의도 진전될지 주목된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본관.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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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단체 “결정 지지, 연대해 대항하자”
이날 전공의 단체는 의대생들의 결단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임시 비상대책위원회는 13일 ‘옳은 가치와 바른 의료를 꿈꾸며 최선을 다해 온 전국의 본과 4학년 학생 선생님들께’란 제목의 입장문에서“단체행동을 잠정 유보하고 처음 보여줬던 순수한 의지 그대로 제자리에 돌아옴으로써 재결합한 전공의 비상대책위원회와 향후 계획에 적극 지지를 표명해준 것에 무한한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혼란 속에서도 소신을 지키며 뜻을 이어나간 학생 선생님들께 무한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며 “정부와 언론의 최전방에서 싸우고 있을 때 힘을 실어주지 못한 안타까운 상황에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도 했다.
전공의들은 후배 의대생들을 향해 “선배들을 믿고 함께 힘을 합쳐 나가기로 한 학생 선생님들의 결정을 지지하며 이러한 연대를 통해 우리는 더 거대해진 권력의 졸속 정책 추진을 끊임없이 감시하고 이에 대항할 것”이라며 “우리의 단체행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부가 의료계와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경우 언제든지 다시 한 번 저희가 먼저 앞장서겠다”라고 약속했다.
본과 4학년생들의 결정에 따라 예과 1학년생부터 본과 3학년생들의 동맹 휴학도 철회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 의대협은 대의원회의를 열고 동맹 휴학 지속 여부를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의대협은 13일 보도자료에서 “성명문은 본과 4학년의 단체행동에 한정된 내용”이라며“예과 1학년부터 본과 3학년 5개 학년의 동맹 휴학과 관련한 건은 13일 오후 4시, 40개 대학 대의원회의에서 결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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