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사진=MBC ‘설리가 왜 불편하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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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는 생전 받은 큰 사랑 만큼이나 지독한 악플에 시달렸고, 각종 오해와 논란의 대상이 됐다. 그의 사망은 악플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고 연예 뉴스의 댓글창을 폐지시킬 만큼 파문이 컸다.
설리의 생을 담는 다큐가 제작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를 우려하는 시선이 쏟아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처 알려지지 않은 설리의 이야기가 담긴다는 의도는 충분히 궁금증을 자극했지만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된 만큼 방송을 통해 어긋난 관심들이 다시 떠오르는 것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우려는 빗나가지 않았다. 지인들이 본 그의 모습, 진솔한 이야기들이 담겼지만 이보다 꼬리표처럼 떼어지지 않던 열애에 화제가 쏠렸다. 열애 역시 삶의 일부였기에 언급될 수 있지만 편집점이 잘못됐다. 최자와 열애를 반대하며 관계가 끊겼고, 설리가 결별 후 극단적 선택을 할 만큼 힘들어했다는 설리 어머니의 인터뷰가 실리며 전 연인 최자에 화살이 돌아갔다. 담당 PD는 방송 후 인터뷰에서 설리 어머니가 ‘딸이 최자와 열애하면서 행복해했다. 딸에게 행복한 시간을 준 최자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지만 뒤늦은 해명이었다. 방송에 녹여졌다면 방향이 달라졌을 설리 어머니의 한마디는 분량상 편집됐다고 했다. 담당 PD는 최자 역시 피해자일 뿐 비난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지만 그 마음이 방송에는 담기지 않았다. 결국 최자의 이름이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오르고 그의 SNS는 악플로 도배됐다.
방송사 MBC의 홍보 행태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방송 다음 날 “‘설리가 왜 불편하셨나요’ 자체 최고 시청률 경신”이라는, 마치 이를 자축하는 듯한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고인을 방송에 이용한 것이 아니라 진정 그의 진심을 전하고 싶었다면 시청률보다 이를 본 시청자들이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고인을 향한 애도와 추모에 집중하는 것이 옳았을 터다.
의도는 달랐을지 모르지만 ‘설리가 왜 불편하셨나요’는 결국 마녀사냥만 남겼다. 사회적 영향력과 책임을 간과한 방송의 행태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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