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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故박원순 시장 성추행 의혹

"박원순 성추행 피해자, 다른 직원에 성폭력 당해 찾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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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비서 A씨 대리인 김재련 변호사 인터뷰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전 비서 A씨가 지난 4월 총선 직전 서울시 비서실 직원에게도 성폭력 피해를 당했으며 이를 계기로 변호사를 만나 박 전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털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A씨 측은 서울시가 4월 성폭력 사건이 터졌을 때도 소극적으로 대처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피해자 A씨의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온세상 법무법인)는 1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SNS에서 소문이 있었지만 A씨가 지난 4월 서울시 비서실 직원에게도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2차 피해를 우려해 밝히지 않았는데 서울시의 미온적인 대처 등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이 사실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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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재련 변호사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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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변호사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총선 직전 서울시장 비서실 소속 남자 직원이 동료들과 저녁 식사를 한 뒤 전 비서 A씨에게 성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은 지난 6월 초 기소 의견으로 해당 남자 직원을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송치 직전 구속영장도 신청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4월에 징계 요구했지만 서울시는 미온적 대응



김 변호사는 "4월 서울시 직원 성폭력 사건 때부터 가해자를 조치하는 비서실의 태도가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애초 서울시는 A씨 성폭행 사건이 경찰에 접수되자 피고소인인 남자 직원을 다른 부서로 이동시켰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이 부서는 당시 피해자와 업무 관련성이 있는 부서였다. 김 변호사는 "통상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가해자를 즉시 직위해제하는 것이 당연한 절차"라며 "서울시는 오히려 남자 직원을 피해자와 업무 연관성이 있는 부서로 이동시켰다"고 주장했다.

실제 서울시가 성폭력 혐의를 받는 남자 직원을 직위 해제한 날은 언론보도가 나온 다음 날인 4월 24일이다. 김 변호사는 "A씨가 항의했는데도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당시 언론 제보를 하게 됐다"며 "언론 보도 후에야 서울시 관계자들의 전화가 A씨에게 빗발쳤다"고 말했다. 당시 박 전 시장도 A씨에게 '힘내라'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언론 보도 전인 4월 22일 피해자가 '성범죄 사건인 만큼 징계를 원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인사기획관에게 보냈다"며 "가해자 징계를 다시 한번 명확히 요청했지만, 서울시는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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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언론 제보 전 A씨가 당시 서울시 인사기획비서관에게 보냈다고 주장하는 문자 메시지. [온세상 법무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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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4일 오후 2시 서울시는 "가해자의 직무를 배제하고 대기발령 조치한 뒤 경찰 수사개시 통보가 24일 접수돼 직위를 해제했다"고 밝혔다. 당시 서울시 행정국장은 "가해자에 대해 보다 신속하게 조치하지 못한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성 관련 비위를 일벌백계하는 것은 물론이고 피해자 보호 방안을 담은 매뉴얼도 철저히 재점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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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4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공무원 성폭력사건에 대한 서울시 입장'을 발표하는 김태현 서울시 행정국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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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A씨 4월 사건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



하지만 A씨는 4월 성폭력 사건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피해자는 임순영 당시 서울시 젠더특보가 소개한 정신과 전문의를 만났고 그에게서 김 변호사를 소개받았다. A씨는 정신과 상담 과정에서 자신이 겪고 있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4월 성폭력 사건뿐 아니라 박 전 시장의 성추행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자각했다고 한다. 이후 피해자 A씨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혼자 포렌식 업체를 찾아가 휴대전화를 맡기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5월 12일(1차 상담) A씨를 처음 만났다. 4월 사건에 대해 주로 상담을 진행했는데 상담 말미에 피해자가 또 다른 피해가 있다고 하면서 박 전 시장 사건을 언급했다고 한다. 그래서 같은 달 26일 2차 상담을 진행했다. 이후 김 변호사는 지난 7월 8일 A씨와 함께 서울지방경찰청에 박 전 시장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는 "피해자 A씨가 나를 처음 찾았을 때 박 전 시장에 대한 고소를 결심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는 4년 동안 뼈가 침식됐다고 한다. 겉으로는 멀쩡했지만 문제 삼았다가 안위에 영향을 미칠 것 같아서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4월 또 피해를 입었다. '골다공증(박 전 시장 성추행)' 상태에서 '교통사고(4월 성폭력)'를 당한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전했다. 그는 "하나의 사건을 피해자가 감당하기에도 너무 힘든데 두 개 사건이 다 유지가 되고 있고 한 사건은 피고소인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4월 사건 가해자의 정상적인 삶은 유지되고 있고 피해자의 비정상적인 삶의 기간이 길어지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서 채용 시 "얼굴 보러 불렀다"



김 변호사는 서울시장 비서 채용 과정 자체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2015년 6월 26일 서울시 산하기관에서 일하던 A씨는 '오후에 비서실 면접을 보러 오라'는 통보를 당일 오전에야 받았다. 당시 수습 기간인 '시보 공무원'이었던 A씨는 비서실 근무를 지원한 적이 없었다. 김 변호사는 "A씨는 혹시 몰라 면접 준비를 해갔다"며 "그런데 면접관 중 한 명이 '얼굴을 보기 위해 불렀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가 면접 후 친구와 나눈 대화를 휴대전화 포렌식(증거분석) 했다"며 "메시지에 의하면 A씨는 면접장에서 '거기 있을 인물이 아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박 전 시장 휴대전화 포렌식 해 사건 실체 밝혀야"



A씨를 지원하는 김 변호사와 여성단체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문제는 사실대로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는 피해 순간순간 있었던 일을 모두 기억해 다 이야기했다"며 "직접 증거와 정황 증거를 수사기관에 모두 제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해자가 사망해 처벌은 불가능해졌지만 이런 사실이 있었다는 것은 명확히 확인돼야 한다"며 "수사기관은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를 포렌식 해 사건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인권위 진상 조사를 통해 사실이 나온다면 수많은 여성 근로자들에게 적용될 유의미한 제도적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지난 7월 14일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3대에 대한 통신 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강제수사의 필요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통신 영장 기각 이후 경찰은 박 전 시장의 사망 현장에서 발견된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도 유족들의 요청에 따라 중단했다. 지난 7일 김창룡 경찰청장은 서면 기자간담회에서 “성추행 방조 혐의에 대한 관련자 조사와 박 전 시장 휴대전화에 대한 영장 재신청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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