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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현장에서]현장 소통없는 방역정책···자영업자 울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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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과 협의 없이 적용된 방역·지원 기준이 자영업자 간 형평성 문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한 프랜차이즈 음식점 대표인 김모씨(37·남)의 말이다. 서울·경기 지역에 꽤 여러 개의 점포를 연 그였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김씨는 “영업이익의 70~80%가 줄었다고 보면 된다”며 “한두 번 재난지원금을 받아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주먹구구식인 지금의 영업 제한조치를 현실성 있게 개선하는 게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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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건물에 붙어 있는 점포 임대 안내문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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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 없으니 정책 현장성 부족”



김씨는 “테이블이 3개뿐인 작은 카페는 프랜차이즈라는 이유로 문을 닫고, 그 옆 대형 개인 베이커리엔 손님이 몰린다”며 “주변 지인들도 모두 이해할 수 없는 기준 때문에 울분을 토해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영업제한을 하기보다는 접촉을 최소화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었을 텐데 현장감 없는 정책 때문에 최근에는 ‘(정부에) 일침을 가할 스피커가 필요하다’고까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와의 대화는 결국 “당사자와의 협의를 통해 현장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없었다”는 취지로 마무리가 됐다. 이 같은 답답함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도 되풀이되고 있었다. 자신을 코인노래방 자영업자라고 소개한 한 청원인은 “업종별로 구분하지 말고 업장 면적당 인원으로 제한해달라”며 “100명 이상 확진자가 나올 때마다 탁상공론으로 만들어진 12개 업종만 집합금지 내릴 것인가”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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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8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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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업 2차 지원금도 제외…관습이 현장 앞서



“소통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는 정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2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서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영업중단으로 똑같이 큰 피해를 봤지만,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 유흥시설 업종에서다. 이들 업종은 지난 7월 연 매출 8000만원이 안 되면 간이과세자로 포함해주는 내용의 세법개정안 때도 제외됐다가 이번 2차 재난지원금 대상에서도 빠졌다. 간이과세자가 되면 세금계산서 발행의무를 면제해주고, 부가가치세 혜택도 주어진다.

정부 정책에 당사자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자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호소문이 날아갔다. 한국유흥음식점 중앙회장은 “강제휴업 일수가 가장 많은 업종은 유흥주점이 단연 1위”라며 “호화사치업이라는 이유만으로 금융지원·대출대상에서도 제외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사 업종임에도 노래연습장 등은 지원 대상에 포함된 것도 ‘억울하다’는 심리를 자극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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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부산진구 공무원들이 지난 5월 서면 일대 유흥시설 71곳에 집합금지 행정명령서를 부착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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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협 합의도 ‘소통방식’이 최우선



유독 유흥업종이 정책 혜택에서 백안시되는 이유에 대해 한 중앙정부 관계자는 “사치성·유흥성 업종은 재투자·고용과 관련이 적어 전통적으로 세금 중과 등 페널티 성격의 조치가 있다”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피해가 가장 큰 업종·직종에 최대한 두텁게 지원하는 ‘피해 맞춤형’ 재난지원 성격의 추경”이라고 설명했지만, 유흥업종의 경우 관습적으로 통용되던 기준을 적용해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는 가늠하지 않은 셈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여당·정부와 다른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 10일 전국 시·도지사가 참여하는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는 “고위험시설 업종 전체에 대해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추경 내용을 지적하고 나섰다.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에 현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귀'를 열어놓지 않은 탓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자영업자뿐만이 아니다. 최근 공공의대 설립·의대정원 확대 등을 놓고 벌어진 정부와 대산의사협회(의협) 간의 갈등에도 어김없이 소통 방식 문제가 거론됐다. 최대집 의협회장은 4일 코로나19 사태 이후 의료 정책을 재논의하기로 여당과 합의한 자리에서 “충분한 사전협의를 거치고 정책을 추진했다면 사회적 혼란을 피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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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정 협의체 구성 합의서 체결식에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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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협상이 먼저”라고 말했던 文 대통령



갈등 끝에 만들어진 여당과의 합의문 가장 위에는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협의체를 구성해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논의하기로 한다. 논의 중에는 관련 입법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달렸다. 소통 방식에 대한 갈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반복되는 청와대와 여당의 ‘일방통행식 정책’ 논란에 최근 문 대통령의 과거 발언이 재소환되고 있다. 2013년 12월 22일 당시 국회의원 신분이던 문 대통령은 철도 파업을 주도한 민주노총 간부에 대한 체포영장이 집행되자 “왜 이렇게 강경한가. 대화와 협상이 먼저여야지 공권력이 먼저여선 안 된다. 공권력 행사는 정부의 소통과 대화능력 부족을 보여줄 뿐이다. 물리력을 중단하고 대화와 협상에 나설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고 트위터에 썼다.

방역·취약계층 지원이나 의료공백 해소 모두 달성돼야 할 목표지만 문제는 ‘어떻게’가 아닐까.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지 않는 정책은 자칫 허점 투성이 ‘하명(下命)’으로 흐를 수 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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