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 다큐에 드는 의문 두 가지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설리 다큐’의 엄청난 후폭풍은 인물다큐를 얼마나 세심하게 제작해야 하는지를 잘 알려주고 있다. |
MBC ‘다큐플렉스’는 지난 10일 설리의 짧았던 생애를 재조명했다. 제작진은 설리를 짓눌렀던 요인들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복합적인 이유가 존재했음을 전하려고 노력은 했다.
하지만 의도와는 별개로 제작 기법에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그래서 제목으로 붙인 ‘설리가 왜 불편하셨나요?’가 ‘다큐가 왜 불편하셨어요?‘가 돼버렸다.
이모현 PD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최자를 비난할 의도가 없었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최자는 많은 악플에 시달리게 됐다. 최자와 함께 다이나믹듀오 멤버인 개코는 인스타그램에 “최고의 시청률이 제작의도 였다면 굉장히 실망스럽고 화가 난다”는 글을 올렸다.
고(故) 설리의 삶을 조명한다는 것은 가족사, 개인사(연애사, 친구관계)를 포함한다. 둘 다 제3자가 알기 어려운 부분이다. 아무리 취재를 다각도로 열심히 해도 놓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자신이 없다면 애당초 다루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제작진은 이 복잡 다단하고 미묘한 문제를 한 요인으로 단정지어 생각하도록 만들어버리는 우를 범했다. 설리 엄마인 김수정 씨의 인터뷰를 통해 “설리의 열애설이 나기 전까지는 온가족이 행복했다”는 말을 전한 것이다.
이 말은 행복한 가정속에 있던 딸이 연애를 하면서부터 불행의 늪에 빠졌다는 뜻으로 해석되어진다. 그래서 이 말로 인해 설리의 남친이었던 최자에게 많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설리 엄마의 이 코멘트는 편집했어야 했다. 꼭 이 말을 넣어야 했다면 연애후 남자친구 문제 외에도 설리를 힘들게 한 요소들을 다각도로 분석해야 했다.
엄마라 해도 성인인 자식의 연애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더구나 설리 엄마 김수정 씨는 설리가 연애를 한 이후부터는 딸과 거의 단절상태였다. 김수정 씨는 “설리가 ‘그간 내가 고생한 것 같고 이만저만 돈을 벌었으니 그 돈을 알려 달라’ ‘다음 정산부터는 내역서를 쓰고 돈을 타 써야 한다’고 했다. 나도 성격이 불같아서 그때 모든 것을 정리했다”고 털어놨다.
적어도 설리가 성격이 불같았던 엄마와 단절한 이후, 이로 인해 얼마나 힘들었는지도 세세하게 추적했어야 한다. 하지만 엄마와 단절했다는 멘트로 끝내고, 연애후에 설리가 불행해졌다는 엄마의 말만 방송되니 화살이 최자에게 갈 수밖에 없다.
이번 ‘설리 다큐’ 제작에서 드는 또 하나의 의문은 제작진이 인터뷰를 했던 한 내용이다. 이모현 PD는 한 매체를 통해 “(설리) 엄마는 ‘딸이 혼자 외롭게 살다가 최자와 연애하면서 행복해했다. 딸에게 그런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해준 최자에게 고맙다’고 말했다”면서 “프로그램 분량상 해당 부분이 편집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분을 왜 편집했나? 설리 엄마의 이 생생한 멘트를 왜 편집했는지 이해하기가 힘들다. 분량상이었다고 했는데, 이 다큐물이 10분짜리로 편집된다 해도 이 말만은 살려야 했다. “딸이 최자와 연애하면서 행복해했다”는 설리 엄마의 말은 쏙 빼버리고, “설리의 열애설이 나기 전까지는 온가족이 행복했다”는 설리 엄마의 말만 살렸다는 건 상식적으로도 이해하기 힘들다. 전자를 살렸다면 최자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조금은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모현 PD의 말처럼 “최자를 비난할 의도가 없었다”고 한다면 좀 더 다각도로, 세심하게 제작했어야 한다. 무엇을 살리고 무엇을 편집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헛점을 보였다. 인물다큐는 섣불리 만들어서는 안된다. ‘소재주의’에 굴복해서도 안된다. 결과적으로 시청률 한 번 올라간 것 외에는 ‘논란‘, ‘비난’, ‘후폭풍’ 같은 단어들만 돌아다니고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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