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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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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심사 탈락 0'…국회의원 '배지'를 놓으니 취업시장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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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권혜민 기자, 김하늬 기자, 유효송 기자, 이원광 기자, 이해진 기자, 정현수 기자] [편집자주] "이 법은 공익과 사익의 이해충돌을 방지해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가져야 할 공직자의 윤리를 확립함을 목적으로 한다" 1981년 제정된 공직자윤리법의 제1조 조항이다. 공직자윤리법을 근거로 한 퇴직공직자의 취업심사도 같은 맥락에서 도입됐다. 전관예우 등 관례를 깨자는 취지다. 하지만 정작 관련법을 만든 국회의 퇴직자 취업심사는 유명무실하게 운영됐다. 특히 추혜선 전 정의당 의원의 대기업 취업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그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국회 퇴직공직자의 취업심사 현황, 제도의 문제점 등을 살펴봤다.

[the300][다시 보는 뉴스]


유명무실 국회 퇴직자 '취업심사'…27년 간 탈락자 '2명'

①1993년 이후 국회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전수조사, 올해만 18명의 국회의원 취업심사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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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가 끝난 직후인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총 18명의 전직 국회의원이 퇴직공직자 취업심사를 받았다. 심사 결과는 모두 '취업 가능'. LG유플러스 자문을 맡아 논란이 됐던 추혜선 전 정의당 의원도 마찬가지다. 이해충돌 비판에 직면한 추 전 의원은 결국 취업 의사를 철회했다.

추 전 의원의 사례는 국회의 퇴직공직자 취업심사가 국민의 눈높이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새삼스러운 결과도 아니다. 국회가 국회의원 등 퇴직공직자의 취업심사를 시작한 1993년 이후 취업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이들은 단 2명에 불과했다. 유명무실, 그 자체였다.

◆'배지'를 놓으니 취업시장이 열렸다

지난 9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 결과를 전수조사한 결과 올해 6월부터 8월까지 총 45건의 국회 퇴직공직자 취업심사가 이뤄졌다. 대상자별로는 전직 국회의원이 18명, 전직 보좌관과 국회 고위직 공무원이 27명(중복 포함)이었다.

국회의원 채용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LG다.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출신의 장석춘 전 의원과 김규환 전 의원은 각각 LG전자 자문을 맡았다. 최명길 전 국민의당 의원도 LG화학 경영자문으로 간다. 추 전 의원까지 포함하면 4명의 전직 국회의원이 LG계열사 취업을 위한 심사를 받았다.

그 외의 전직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의 고문·자문을 맡았거나 맡을 예정이다. 이 밖에 전직 보좌관들도 KT, 쿠팡,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등에 재취업했다. 6~8월에 쿠팡 취업을 위해 심사를 받은 보좌관만 3명이다. 이들은 모두 취업심사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해충돌 여지는 여전히 남는다. 추 전 의원만 하더라도 LG유플러스와 유관한 상임위원회 활동을 했다. 정의당이 과거 피감기관에 취업한 추 전 의원에게 취업 철회를 요청한 이유다. 국회 관계자는 "법에 따라 심사를 진행했다"며 "심사 결과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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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퇴직공직자의 취업심사, 탈락이 더 어렵다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근거법은 1981년 제정된 공직자윤리법이다. 국회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1993년부터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재산공개 대상자는 퇴직 전 수행했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정규모 이상 사기업 등에 3년 동안 취업할 수 없다.

예외조항은 있다.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제한 여부를 확인받거나 취업승인을 받으면 재취업할 수 있다. 이 때 '업무 밀접성'을 판단한다. 재정보조를 제공하는 업무, 인허가 등에 직접 관계된 업무 등에 한해서만 취업을 제한한다. 상임위원회 활동 등은 반영하지 않는다.

규정대로라면 취업심사에서 탈락하기가 더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가 요식행위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에 참석했던 위원 등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회의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의원들은 국정감사 때마다 정부부처 퇴직자 등의 취업심사를 담당하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탈락율이 낮다고 지적해왔지만 정작 국회가 자신들의 사례를 묵인해봤던 것이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올해 6~8월 151건의 취업심사를 진행해 17건을 탈락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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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치 자료를 모두 찾아봤다, 결과는 '역시나'

과거 상황은 더 심각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과 국회도서관에 있는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의 연차보고서를 모두 살펴본 결과 1993년부터 2019년까지 총 169건의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안건이 올라왔다. 이 중 취업심사에 탈락한 건수는 2건에 불과했다.

그나마 2010년 이전에는 취업심사를 신청한 사례가 전무했다. 처벌조항이 없어 취업심사를 받지 않고 취업해도 문제가 없었다. 공직자윤리위원회가 1993년부터 2019년까지 총 141차례의 회의를 진행했지만 취업심사 안건이 169건에 그친 것도 이 때문이다.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는 2017년부터 규정을 바꿨다. 한 차례 경고에도 다시 취업제한기관에 취업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이다.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의 과태료 규정이 생기면서 2017년 39건, 2018년 48건, 2019년 36건 등 취업심사 건수가 늘었다.

일각에선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의 구성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은 위원장을 포함해 총 11명이다. 이 중 4명이 전현직 국회의원이다. 여야가 각각 2명씩 임명한다. 국회의원 위원들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어 '제식구 감싸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는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핵심은 독립성인데, 11명 중 4명을 전현직 국회의원으로 구성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유명무실하게 제식구 감싸기 식으로 운영이 되고 있고, 아무런 통제장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김하늬, 이원광, 이해진, 권혜민, 유효송 기자


임명장 받자마자 무더기 심사…추혜선 취업심사는 이렇게 끝났다

②"이견 없이 심사 통과, LG 의도는 LG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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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코로나19 집배원 보호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0.3.5/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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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한 회의실. 전현직 국회의원 4명과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 11명이 모였다. 이들은 이날 임명장을 받은 직후 회의 테이블에 둘러앉아 곧바로 국회의원과 보좌관 등 퇴직 공직자 14명에 대한 취업심사를 진행했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 11명은 국회 감사관이 준비해 온 사전 검토 보고서를 토대로 추혜선 전 정의당 의원에 대한 취업제한 여부를 논의했다. 위원회는 한달에 한번씩 모여 국회 사무처에 제출된 취업심사 신청건에 대해 심사하는데, 지난달 21일은 21대 국회 전반기 신임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 첫 회의날이었다.

위원 중 한 명인 정양석 전 의원(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은 "국회 감사관이 자료를 만들고 (취업가능 여부를) 사전검토한 다음 회의에 올린다"며 "추혜선 전 의원을 포함해 (취업심사 신청 건에 대해) 감사관이 법 해석을 이미 받아왔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당시 심사는 별다른 이견 없이 무난히 '취업가능'이라는 결론을 냈다고 전했다. 정 전 의원은 그러면서 "일반 공무원과 달리 국회의원은 직무관련성 여부를 엄격히 따질 경우 의정활동에 제약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과 보좌진은 특정 기업이나 기관을 상대로 자료요구, 국정감사 등을 하는데 (직무관련성을 엄격히 따지면) 미래 직업을 생각하게 돼 오히려 의정활동이 발목 잡힐 것"이라고 했다.

위원회가 사실상 '거수기' 역할을 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외부에서는 불공정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국회공직자윤리위는 국회 입장에서 판단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다만 위원들은 LG에서 의원 출신을 3명이나 데려가는지에 대해 의아해 했으나 기업 의도는 기업이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원으로 당일 회의에 참석한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추혜선 전 의원 건을 포함해 건별로 위원들이 의견을 교환했다"며 "법안을 옆에 놓고 회의를 했고, 사무처가 건별로 올린 자료를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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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LG유플러스 서울 용산 사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용산사옥 7층 근무자가 확진판정을 받았고 방역당국 권고에 따라 해당층 및 위·아래층 직원 전원과 접촉자 및 접촉 가능성이 있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한 뒤 순환근무 체계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본사 모습. 2020.8.2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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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공직자의 취업심사 기준은 공직자윤리법 제17조다. 현행법은 퇴직 전 5년간 소속했던 기관의 업무와 법에서 정하는 취업심사대상 기관 간 밀접한 관련성 여부를 따지도록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재정보조 △인·허가 △조세조사·부과·징수 △계약 △검사·감사 △감독업무 △사건수사·심판 등 업무를 했을 경우 취업이 제한된다.

국회사무처 감사담당관실 관계자는 "추 전 의원의 경우 국회의원 임기 중 수행한 업무 가운데 공직자윤리법 17조에 해당하는 업무가 없었다"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뿐 아니라 퇴직 5년 전 업무를 모두 심사했고 (문제가 없어) 통과됐다"고 설명했다.

한 법률가 출신 위원은 위원회 나름의 고민이 있다고 했다. 이 위원은 "공직자윤리법 17조를 보면 업무관련성이 높은 업무로 인허가, 감사 등에 직접 관계되는 업무라고 명시한다"며 "의원이 상임위원회나 본회의에서 정부정책 또는 공기업, 통신산업, 에너지산업에 대해 질의한 것을 두고 직접적인 인허가 또는 감사 업무를 했다고 볼 수 있느냐하는 해석상의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이 위원은 "단순히 의원이 어떤 기업이나 기관에 대해 언급했다는 것만으로 취업을 제한할 만큼의 직접 업무를 했다고 볼 수 있느냐가 위원회의 고민"이라며 "위원회도 나름 이 부분에 대한 논의를 거쳤지만 법 조항을 확대 해석하는 것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이나 국민들의 비판을 위원회도 이해하고 있다"며 "위원회가 더 많은 고민과 논의를 통해 심사하겠다"고 했다.

이해진, 권혜민 기자


'親정당' 인사·회의록도 비공개…'허울 뿐인' 국회 공직자윤리위

③위원 11명 중 4명 국회의원…7명도 교섭단체 추천 가능…회의록도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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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전직 국회의원 등에 대한 취업심사를 시작한 1993년 이후 탈락 인원이 2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11명의 위원 상당수가 사실상 친(親) 정당 성향의 인사로 채워지면서 취업심사가 ‘요식 행위’에 그친다는 지적이다.(관련기사☞ [단독]유명무실 국회 퇴직자 '취업심사'…27년 간 탈락자 '2명')

공직자윤리법의 시행에 관한 국회규칙 12조에 따르면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등 모두 11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4명은 국회의원이다. 국회의장과 각 교섭단체 원내대표 간 협의를 거쳐 결정된다.

다른 7명의 위원 역시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원내대표와 협의해 위촉한다. 법관이나 교육자, 학식이 풍부하고 덕망있는 자로 국회의원은 아니나 사실상 정당이 추천한 이들로 채워지는 셈이다.

지난달 19일 구성된 21대 국회 전반기 위원회도 마찬가지다. 박민표 전 대검찰청 강력부장이 위원장으로,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또 강선우·김영배 민주당 의원과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정양석 국민의당 당협위원장, 장인재 민주연구원 자문위원 등 정당 인사들도 대거 포함됐다. 이 외에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교섭단체 간 협의 끝에 김윤우·서영득·이상갑·장윤미 변호사도 위원회에 이름을 올렸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전 국회의원이나 보좌진 등의 취업 심사 과정에서 국민 눈 높이를 충족하지 못하고 ‘제 식구 감싸기’ 논란에서 휩싸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지적이다.

추혜선 전 정의당 의원 논란이 대표적이다. 추 전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후 LG유플러스 비상임 자문을 맡아 논란이 됐다. 특히 ‘이해충돌’ 우려에도 추 전 의원이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를 통과했다는 점에서 비판 목소리가 높았다. 결국 추 전 의원은 친청인 정의당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스스로 자문직을 내려놨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 소속 한 위원은 9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추 전 의원과 관련) 이해충돌이 안되는 유권 해석을 받아왔다”며 “다들 충돌이 안된다고 하니 더는 논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회의원이나 보좌진이 앞으로 직업을 생각해서 의정활동에 발목 잡히면 안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며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마음대로 질문도 못하고 상임위도 못 바꾸면 행정직 공무원과 달리 의정활동이 제약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위원 구성 요건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는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취지에서다. 사실상 위원회가 전원 국회나 정당 추천 인사들로 채워지는 상황에선 국회의원 비중만 줄이는 것은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국회는 2017년 11월 공직자윤리법의 시행에 관한 국회규칙을 일부 개정하면서 기존 9명이었던 위원 규모를 11명으로 늘렸다. 그러면서 국회의원 외 법관이나 교육자, 학식과 덕망이 풍부한 자 수를 5명에서 7명으로 늘렸으나 위원회의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회의 녹취록 역시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녹취록이 공개되면 취업 심사를 대하는 위원들의 미온적 태도가 상당 부분 개선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취재 결과를 종합해보면 위원회 취업 심사는 대체로 위원 간 논박 없이 의견을 듣는 수준에 그친다. 공직자윤리법의 시행에 관한 국회규칙 15조에는 위원회는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명시됐으나 의견 충돌로 인한 표결은 사실상 전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위원 11명 중 4명이 국회의원이고 다른 위원 7명도 교섭단체가 추천 가능한 구조라 독립성이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며 “(회의록 비공개로) 독립성도 없는데 투명하지도 못해 일반 국민이 절대 파악할 수 없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이원광, 정현수, 김하늬, 이해진, 권혜민, 유효송 기자

권혜민 기자 aevin54@mt.co.kr,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이원광 기자 demian@mt.co.kr, 이해진 기자 realsea@, 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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