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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이 장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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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이 장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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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영화평론가

김형석 영화평론가

액션 장면에서 제대로 된 타격감을 준다는 건 쉽지 않다. 실제로 때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릭을 쓴다. 실감 나게 리액션을 하고, 핸드헬드 카메라로 초점을 날리고, 빠르게 편집하고, 과장된 사운드를 쓴다. 그런데 홍원찬 감독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선 진짜 때린다. 아니, 최소한 그렇게 보인다.

야수 같은 인남(황정민)과 악마 같은 레이(이정재). 첫 만남부터 그들은 격렬한 난투극을 벌인다. 이때 액션의 질감이, 특히 타격이 이뤄지는 순간의 느낌이 조금 다르다. 느린 속도로 재생해보니 진짜로 때리는 게, 서로의 주먹에 맞아 얼굴 살이 밀리는 게, 초점이 맞은 상태에서 보인다. 진짜로 때린 걸까? 하지만 이 장면도 사실은 트릭이다. 배우들이 슬로 모션으로 연기하고, 그것을 초당 프레임 수를 늘려 촬영한 후, 후반작업 과정에서 정속도로 만든 결과다. 느린 동작으로 연기하는 배우들은 그렇게 얼굴 가격의 디테일을 표현할 수 있었다. 타격이 이뤄지는 순간은 영화 화면에선 아주 짧게 드러나지만 관객들은 그 미묘한 리얼리티를 감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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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의 스톱모션 테크놀로지를 도입한, 수공업 방식으로 만들어낸 아날로그 타격감. ‘거친 액션’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지만, 이 영화는 액션이 거칠게 보이기 위해선 매우 섬세하게 조율되어야 한다는 걸 증명한다. 그 뒤엔 이건문 무술감독과 홍경표 촬영감독의 장인 정신이 있었다.

김형석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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