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13세 이상 전 국민 통신비 2만 원 지급' 방안과 관련해 당 안팎에서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온택트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하는 이 대표. /이새롬 기자 |
이재명 "통신비 2만 원 지원, 효과 없다"…지지층도 "오락가락 이해 못해"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제안으로 4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에 반영되는 '전 국민 통신비 2만 원 지급' 방안이 당 안팎 양쪽에서 쓴소리를 듣고 있다. 대권 경쟁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매출 증가 효과가 없다"면서 찔렀고, 지지자들도 '선별' 기조에서 '보편 지급'으로 입장을 바꾼 점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보수 야당에선 '이낙연 포퓰리즘'이라며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를 지적하고 나섰다.
10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8차 비상경제회의에서 13세 이상 전 국민 통신비 2만 원 지급을 담은 2차 재난지원금과 이를 위한 7조 8000억 원 규모의 4차 추경안이 확정됐다.
당초 당정은 경제활동 인구인 35~49세를 제외하고 선별적으로 통신비를 지급할 방침이었지만, 전날(9일) 문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에서 이 대표가 요청해 전 국민 지급으로 입장을 급선회했다. 이 대표는 이날 문 대통령에게 "액수가 크진 않더라도 코로나로 지친 국민에게 통신비를 지원해드리는 게 다소나마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당정은 1차 재난지원금 때와 달리 2차 재난지원금은 재정 건전성 등을 고려해 어려운 계층에 대한 집중적인 '선별 지원'을 강조해왔다. '통신비 보편 지급' 방안은 이 같은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비 지원 대상과 금액에 대한 정부와의 논의 과정에서 당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박병석 국회의장 주최 교섭단체 정당대표 오찬 간담회에 참석하는 김종인(왼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 낙연대표. /이새롬 기자 |
보수 야당은 '이낙연 포퓰리즘'이라며 재정 건전성을 우려했다.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오찬 회동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추석 이전 4차 추경 처리에 공감하면서도 '통신비 2만 원 지급'에 대해선 "정치적으로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것들이 앞으로 재정운영이나 경제에 어떤 영향 미칠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당 회의에서 "이제 '문재인 포퓰리즘'을 넘어 '이낙연 포퓰리즘'이 자라는 것 아닌가 걱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통신비 지원에) 9200억 원이 소요 예정이라고 하는데,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은 (접종률) 50%에서 2100억 원, 80%면 3400억 원이면 된다"며 "이것이라도 무료 접종하는 것이 통신비 2만 원 지급보다 훨씬 필요하고 긴급한 것"이라고 했다. 김선동 국민의힘 사무총장도 "불과 이틀 만에 전 국민 배급으로 입장을 바꿨다"며 "통신비는 피해보상이 아닌 선심"이라고 주장했다.
진보 야당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당 상무위원회에서 "맥락도 없이 끼어들어간 통신비 2만 원 지원 계획은 황당하기조차 하다"며 "두터워야 할 자영업자 지원은 너무 얇고, 여론 무마용 통신비 지원은 너무 얄팍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통신비 지원 예산은 원래 정부 방침대로 더 두텁게 지원을 받아야 할 업종과 계층에게 쓰시라"고 촉구했다.
대권 경쟁 상대인 이재명 경기지사도 이 대표의 '통신비 2만 원 보편 지급'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 지사는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예산이) 통신사로 들어가 영세자영업자나 동네 골목 매출을 늘려주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점이 조금 아쉽다"라고 평가했다.
향후 3차,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할 상황에서 자신이 선점한 '보편 복지'가 논쟁에서 우위에 놓일 것이라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이 지사는 "1차는 보편 지원을 택해봤고 2차는 현금 선별 지원을 해봤으니 세 번째 네 번째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는 두 가지 방법 중 어떤 게 더 낫구나 하는 경험을 했을 테니 정책 결정할 때는 훨씬 더 도움이 되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진행될 대선 정국에서 이 대표와 이 지사가 '보편' 대 '선별' 지원 방식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도 당정의 '통신비 지급' 정책에 반대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지지자는 "통신비 2만 원 지원? 주고도 욕먹는다"라며 "체감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재난지원금 선별지원부터 계속 헛발질"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지지자는 "이번 통신비 지급은 미미한 혜택으로 보급형 지지자들을 달래기 위한 방편으로 보여지는 졸렬한 정책으로 보인다"며 "어쩔 수 없는 재난지원은 국민의 공감을 얻지만 이 힘든 시국에 명분도 혜택도 미미한 국고 지출은 국민의 반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며 정책 철회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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