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몇 잔 마시고 차를 몰다 사고를 낸 운전자가 음주운전 혐의를 벗었다. 측정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를 봤을 때 처벌 기준을 상회한 건 맞지만 사고 뒤 40여분 만에 측정이 이뤄진 점을 고려할 때 운전 당시에는 그 농도가 더 낮았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10일 법조계에 따르면 30대 여성 A씨는 지난 2월 5일 오후 8시 5분께 대전 유성구 한 도로에서 정지신호를 위반해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가다 다른 차량을 들이받아 2명을 다치게 했다.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40여분 뒤 호흡측정기를 통해 A씨 혈중알코올농도가 0.035%라는 점을 확인했다.측정에 앞서 A씨는 오후 7시께부터 약 30분 동안 맥주 2∼3잔을 마셨다고 경찰에 진술했다.검찰은 음주운전 처벌 기준인 0.03%를 0.005%포인트 초과한 A씨에 대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상 혐의와 함께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사건을 맡은 대전지법 형사8단독 백승준 판사는 그러나 음주운전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피고인이 차량을 운전했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단속 기준치를 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그 근거다.백 판사는 "사고 발생과 호흡측정 시점이 모두 최종 음주 후 30∼90분 사이여서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에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바꿔 말하면 실제 측정된 농도보다 운전 당시 농도가 더 낮았을 수 있다"고 했다.이어 "피고인이 음주운전을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음주한 사람이 혈중알코올농도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며 "피고인 진술만으로는 처벌 기준수치를 넘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다만,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죄에 대해서는 금고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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