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 시설 전소…1만2000여명 갈 곳 잃어
코로나19 격리 예정이었던 난민 소요 사태 이후 화재
과밀문제·열악한 환경 경고…EU 난민 수용 부담 해소 목소리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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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유럽 최대 난민캠프이자 과밀문제로 안전 우려가 불거졌던 그리스 레스보스섬의 모리아 캠프에서 8일(현지시간) 밤부터 대형 화재가 발생, 시설이 전소되고 1만20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그리스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하고 질서 유지를 위한 전투경찰을 추가 파견했다.
이날 모리아 캠프에서 발생한 화재는 강풍을 타고 빠르게 번져 순식간에 캠프 전체로 번졌다. 현장은 떼지어 대피하는 난민들로 아비규환이 됐고, 대부분의 시설이 불에 타 사라졌다. 이후 9일에도 또 다른 화재가 발생해 다시 1000여명이 대피했다. 당국은 이번 화재로 다치거나 숨진 사람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지 당국은 이번 화재가 캠프 여러 곳에서 동시에 시작된 점을 미뤄 의도적인 방화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모리아 캠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35명이 발생한 뒤 격리될 예정이던 난민들이 소요를 일으켰고,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화재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 정부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구호활동·질서유지에 국가 지원과 군사력을 총동원키로 했다. 질서 유지를 위한 전투경찰도 추가로 파견됐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방화를 저지른 이들을 비난하면서도 “모리스캠프가 현재 상태를 지속할 수는 없다”면서 “이번 사태는 공중보건은 물론 국가안보와도 결부돼 있다”고 강조했다. 당국은 난민 약 2000명을 페리와 2대의 해군 함정에 나눠 임시 수용하는 한편 보호자가 없는 어린이와 10대 청소년은 유럽연합(EU)의 지원 아래 본토로 이송할 계획이다.
일찍이 구호단체들은 모리아 캠프의 과밀 문제와 비위생적 환경을 지적하며 ‘대참사’를 경고해왔다. 최대 정원이 2757명인 캠프에는 현재 그 4배가 넘는 1만260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유럽국가들은 EU를 통해 그리스에 난민을 돌볼 자금을 제공하고 있기는 하지만, 자국 수용은 거부함으로써 그리스에 난민 수용에 대한 부담을 떠넘겨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유럽이 난민들에게 관대했던 시절에는 사람들이 캠프를 잠깐 머물다 떠났지만, 독일 등으로 이주하는 난민들의 이동이 차단되면서 수천명의 난민들은 초만원 상태인 모리아 캠프에 발이 묶였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오랫동안 난민캠프의 열악한 상황을 방관해 온 EU도 이번 화재의 책임을 피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에바 코세는 “이번 화재는 예견된 일이며, EU와 그리스의 태만을 보여주는 일”이라면서 “EU 회원국들은 그리스에 집중된 난민 부담을 완화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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