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레스보스섬 모리아 난민센터 화재
코로나19 격리 정책에 항의한 난민 방화 추정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그리스 최대 난민시설에 화재가 발생해 수천명이 난민이 머물 곳이 사라졌다.
9일(현지시간) 그리스 레스보스섬에 있는 모리아 난민센터에 화재가 발생해 난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난민들이 머물 곳이 사라진 상태다. 모리아 난민센터는 과밀과 열악한 상황으로 악명을 떨쳤던 곳이다.
이곳 난민센터는 소말리아에서 온 난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로 확인된 뒤 격리 조치를 시행했다. 특히 이번 화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으며 난민들이 진화를 방해한 것으로 알려져, 격리 조치 등에 반발한 난민들이 불을 저질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레스보스섬 일대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난민들이 레스보스섬을 떠나 그리스 본토로 보내지 말 것"을 지시했다. 그는 "모리아 난민캠프의 열악함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보건 문제를 위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에 폭력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에 대해서는 어떤 관용도 베풀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동 제한과 지역 봉쇄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며 "지역 주민들이 이를 이해하고 따라줄 것"이라고 말했다.
화재가 발생하자 난민들은 난민 캠프 주변의 언덕으로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가 발생한 지 12시간이 넘도록 화재가 지속되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로 전소된 그리스 레스보스섬 모리아 난민센터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유럽연합(EU)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보호자가 없는 아동과 청소년의 경우 그리스 본토에 있는 시설로 옮길 수 있도록 조처를 할 계획이다.
외신들은 이번 사건이 난민 관련 대책을 수정하는 유럽집행위원회(EC) 회의를 몇 주 앞둔 시점에서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난민들이 유럽에 넘어올 생각을 들지 않도록 일부러 모리아 난민센터 상황을 열악하게 만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기도 했다.
9일(현지시간) 난민들이 화재를 피해 모리아 수용소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리스에서도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그리스 정부 관계자는 "그리스는 인도주의적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왔다"라고 밝혔다. 모리아 난민캠프는 4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지만 수용된 인원은 1만3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적절한 수도시설 등을 이용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