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개방도 낮고 美 압박으로 힘들것" 분석도
중국 위안화의 국제화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 정부가 각종 정책을 추진하며 통화 지위 확보를 뒷받침하고 있는 데다 실제 중국으로 유입되는 해외 투자금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도 위안화 영향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혔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전문가들은 위안화 국제화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과거에 비해 나아지긴 했지만 다른 나라보다 낮은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도가 그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장기화되는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한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을 경계해야 하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조선DB |
최근 미 경제매체 CNBC 등 다수의 외신은 모건스탠리의 보고서를 인용해 위안화가 10년 내에 세계 각국 중앙은행 금고에서 달러화, 유로화에 이어 세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세계 외환보유액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기존의 2%에서 오는 2030년에는 5~10%에 달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중국 정부의 노력은 끊이지 않고 있다. 달러화에 대한 각국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위안화 사용을 확대하고, 관련 투자 상품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40여개국 중앙은행과 위안화 스와프 계약을 맺고, 위안화로 거래하는 ‘국제 은행간 지급 시스템(CIPS)’을 구축했다.
중국으로 유입되는 해외 투자금은 증가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CEIC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위안화 표시 중국 국채를 사들인 외국인 자금은 4조3000억위안(한화 약 740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 리차오(李超) 부위원장은 지난해 외국인의 중국 증시 투자금이 2400억위안(한화 약 42조원)을 넘었다고 밝혔다.
코로나 사태는 위안화 영향력을 키우는 마중물이 되는 모습이다. 지난 7월 초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중국과 위안화로 원유 300만 배럴을 거래했다. 7대 석유 메이저가 달러화가 아닌 위안화로 원유를 판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로 위축된 원유 시장을 공력해 이른바 ‘석유위안(페트로위안)’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주요국 봉쇄 조치로 온라인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중국은 디지털화폐(CBDC)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CBDC란 디지털 형태를 갖고, 법정화폐 단위를 사용하는 중앙은행 발행 화폐다. 블록체인 등 보안기술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와 비슷하지만 발행 주체가 민간이 아닌 중앙은행이기 때문에 법정 통화의 효력을 지닌다.
지난 7월 21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의 한 상점에 모바일 결제를 안내하는 QR코드가 붙어있다. /AP연합뉴스 |
지난달 15일 중국 상무부는 전날 수도 베이징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CBDC 시범 테스트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당장은 스마트폰 속 디지털 화폐로서 기존 현금을 대체한다는 계획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 위안화가 미국의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무기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다만 아직까지 전문가들은 위안화 국제화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특정 통화가 국제화 되기 위해서는 자유태환(주요 통화와 자유롭게 교환하는 것)이 가능해야 하는데 위안화는 그런 측면에서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것도 국제화를 어렵게 하는 상황이다.
최필수 세종대 중국통상학 교수는 "자본 자유화 수준이 높지 않는 중국 경제 특성상 위안화는 달러화처럼 자유태환이 안 된다"며 "설령 우리나라 기업에서 위안화를 보유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는 금융 상품이 거의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위안화 국제화는 위안화가 절상(가치 상승)되는 시기에 맞춰 속도가 빨라졌다"며 "자유태환도 안 되고 금융이 발달하지 않은 중국 위안화 보유가 늘어나는 유일한 동기는 위안화 절상에 대한 기대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달러화 공급 증가 등으로 상승한 위안화 가치는 미중 갈등이 심화될 경우 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위안화 국제화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효과에는 장단점이 존재한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달러화 결제에서 발생하는 환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고, ‘원-달러-위안’ 거래로 인한 환전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서도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아지고, 정책 리스크가 생겨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권유정 기자(y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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