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등 주요 병원 전공의들 복귀 시작
전공의 사회 내부에서는 복귀 여부 찬반 팽팽
의대생 구제책 안나오면 집단행동 재개 가능성
'강경' 성향 새 대전협 비대위 출범도 변수
비대위원장 "단체행동 재개 위한 전체 의견 수렴"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의대정원 확대 등에 반대하며 집단휴진을 이어온 전공의들이 일부 복귀한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전공의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2020.09.08. bjko@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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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안호균 홍세희 기자 = 전공의들의 진료 복귀가 8일 시작됐지만 아직 내부적인 혼란은 가시지 않고 있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들은 진료 복귀를 결정했지만 집단 행동을 지속하고 있는 상당수 병원들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전공의 사회 내부에서도 집단 행동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의 새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은 전공의들의 복귀 행보에 변수로 부상했다. 의사 국가시험(국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을 구제하는 문제도 전공의들을 다시 거리로 나서게 할 뇌관으로 남아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서울 시내 주요 대형 병원 소속 전공의 전원은 이날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등의 절차를 거쳐 진료에 복귀하고 있다. '빅5' 중 하나인 세브란스 병원 전공의들은 과별로 복귀 절차를 밟고 있다.
이는 대전협 비대위가 단체행동 단계를 1단계(업무 복귀)로 하향 조정한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아주대병원, 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 경북대병원, 국립중앙의료원(NMC), 원주세브란스병원 등 상당수 병원들은 전공들이 전체 투표를 통해 집단행동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전공의 사회 내부에서도 진료 복귀 찬성과 반대 여론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복귀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은 아직 국시 응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의 구제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다.
한 서울 지역 전공의는 "정부가 본과 4학년생들을 구제하지 않겠다고 하는 마당에 이들에 대한 대책도 없이 전공의들이 먼저 단체행동을 중단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강조했다.
전공의들은 의대생들에 대한 구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시 집단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연주 전 대전협 부회장은 전날 간담회에서 "단체행동으로 피해를 보는 단 한명의 학생, 단 한명의 전공의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며 "정부·여당과 계속 협상하고 그래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단체 행동 단계를 올리고 파업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의대생들을 대표하는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가 '응시 거부자 구제'가 아닌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어 근본적으로 문제가 풀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전공의 단체에서 의대생 국가시험 구제 요구를 한 것에 대해서는 합리적이지 않은 요구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현재 의대생들은 국가 시험을 스스로 거부하고 있는 상황인데 정부에 구제 요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을 해결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또 박지현 비대위원장 등 기존 비대위 집행부가 7일 모두 사퇴하고 새 비대위가 구성된 것도 향후 상황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대전협은 이날 공동 비대위원장으로 김명종·류세영·박준현·이수성·이호종·정원상·주예찬 전공의를 선출하고 새 비대위 구성을 마쳤다.
새 비대위는 전임 비대위의 업무 복귀 의사 결정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더욱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비대위는 성명에서 "전국 1만6000명 전공의들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지 않은 단체 행동 지침에 이의를 제기한다"며 "비대위는 전국 전공의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절차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 지도부는 최근 의료 정책 관련 여당 인사들의 발언들이 의정 햡의 위반이라고 지적하며 집단 행동을 재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공공의대 설립은 십여년에 걸쳐서 오랫동안 논의됐고 박근혜 정부에서도 추진됐었다"며 "오랜 연구와 토론 끝에 결정한 정책을 철회하고 무효화하라고 하는 것은 어느 정부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명종 대전협 공동비대위원장은 "이런 발언들을 보면 이미 합의가 깨졌다고 본다"며 "(집단 행동 재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내일(9일) 아침 쯤에는 큰 윤곽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공의들의 집단 행동을 지지해왔던 의대 교수 사회에서는 전공의들의 복귀를 설득하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
이미 정부·여당으로부터 정책의 원점 재검토를 약속받아 집단 행동의 명분이 희미해졌고, 여론이 악화되면 의대생들의 구제도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이유다.
사립대학교의료원협의회, 사립대학교병원협회, 국립대학교병원협회,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대한수련병원협의회 등 5개 단체는 지난 4일 성명을 통해 "전공의와 전임의는 진료와 수련 현장으로 속히 복귀해주시고, 학생들은 강의실로 돌아와 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교수들도 이제는 더이상 파업을 지속해도 실익이 없다는 점을 전공의들에게 설득하고 있다"며 "의료 공백이 장기화돼서 국민 여론이 돌아서면 의대생들을 구제하는 것도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아직 파업 지속 의견이 좀 더 우세해 보이지만 병원 내에서 설득을 지속하면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ahk@newsis.com, hong19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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