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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현장] 사라진 젊음의 신촌 거리…자영업자 "출퇴근 기름값도 안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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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연장, 한계 몰린 자영업자들

반이상 줄어든 매출에 대출 갚을 길도 '속수무책'

이코노믹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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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점을 결정한 신촌의 한 코인노래방 앞에 한탄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붙어있다. 사진=편은지 이코노믹리뷰 기자 [이코노믹리뷰=편은지 기자] “망했습니다. 코로나로 손님이 없어도 너무 없어 대출까지 받았는데... 정부가 문 닫으라고 합니다. 정부 믿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문 닫았어요. 50일간 임대료, 전기세, 인증비, 저작권료, 보험비 등 고정비용 지출도 감당 못할 수준입니다. 정부는 보상 못한답니다.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대출금 갚으려고 다시 열심히 해보려 했습니다. (그런데) 또 닫으랍니다..”

지난 6일 방문한 젊음의 거리 신촌. 신촌역 부근의 한 코인노래방 입구에 걸린 한 현수막이 행인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었다. 절망 가득한 글귀가 가득하다. 그러나 코로나가 밉기는 매한가지지만 누구하나 코인노래방 점장을 욕하는 이도, 정부를 욕하는 이도 없었다. 그저 안타까운 마음에 혀만 찰 뿐이다.

정부가 지난달 30일부터 일주일 간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하면서, 자영업자들이 지옥같은 하루하루를 ‘버티는’ 실정이다. 쌓여가는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문을 닫은 이들도 적지 않다. 주말이면 젊은층이 밀집해 걷기도 힘들던 홍대, 신촌 부근엔 배고픈 비둘기만 열심히 돌아다닐 뿐이다. 젊음이 사라졌다.

같은 날 오후 7시, 평소 같았다면 불야성을 이뤘을 신촌역 먹자골목은 한산하기만 하다. 주말 이 시간이면, 기본 30분을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었던 유명 술집도 손님 한 테이블이 전부였다. 해당 술집을 운영하는 A 사장은 “술을 마시면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는 손님이 전부인데 9시에 나가야한다고 안내하면 저녁조차 여기서 안 먹으려고 한다”며 “배달도 하루에 5개 정도 받는다. 원래 1시까지 영업하는데 가게 출퇴근하는 기름값도 안 나올 것 같아서 10시에 문을 닫는다”고 토로했다.

개인 손님을 받도록 공간이 분리된 공유 미용실도 거리두기 2.5단계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한때는 코로나를 피해서 일부러 공유 미용실을 찾아서 오는 손님도 있었지만, 지금은 예약 손님이 반으로 줄었다.

신촌 공유 미용실의 B원장은 ”코로나 시작 후에도 아주 큰 타격은 아니었는데 수도권에서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고 거리두기가 2.5계로 격상된 후에는 매일 꽉 차던 예약이 반 이상 줄었다”며 “월급제로 운영되는 미용실의 디자이너들도 힘들겠지만, 공유 미용실은 공간만 빌려 쓰는 것이기 때문에 미용사에게 오는 타격이 직접적”이라고 말했다. 일주일이 꽤 길었다던 그는 앞으로 다가올 일주일에 또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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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역 부근 한 편의점에 밤 9시부터 취식을 금지하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편은지 이코노믹리뷰 기자 밤 9시, 정전된 듯 불 꺼진 거리... 번화가 단속도 철저

오후 9시가 가까워지자 술집과 음식점들은 규정대로 손님들을 내보내는데 분주해졌다. 그마저도 몇명 없던 사람들은 9시 정각이 되자 일제히 음식점에서 빠져나왔고, 한 중식당에서 나온 커플은 “뭘 더 먹고 싶어도 먹을 곳이 있어야지. 편의점에서도 못 먹잖아”라고 투덜대며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24시간 운영하지만 유동인구가 많았던 거리인 만큼 편의점을 드나드는 손님도 눈에 띄게 줄었다. 편의점 내 취식공간에는 저마다 ‘밤 9시 이후 취식 금지’ 안내문이 붙어있었고, 매장 외부의 파라솔은 모두 치워진 상태였다.

불 꺼진 먹자골목 내 유일하게 빛을 내던 한 편의점에서는 갓 구매한 음료수를 마시고 가려던 두 사람이 점장에게 한 소리를 들었다. 점장이 “나가서 드시라고요. 음료수든 뭐든 앉아서 드시지 마세요”라고 말하자, 두 사람은 이해가 되지만 팍팍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삐죽거리며 문을 나섰다.

단속도 철저한 모습이었다. 오후 9시가 막 지났을 무렵, 먹자골목내 한 술집에서는 매장 문을 걸어 잠그고 직원들끼리 회식을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채 10분이 되지 않아 구청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해당 술집의 문을 두드렸다.

점장으로 보이는 사람은 헐레벌떡 뛰어나와 “9시에 문을 닫고 직원들끼리 술을 한 잔 하려했다”고 설명했지만, 결국 일주일 간 영업을 정지를 당했다. 잠시 후 해당 술집의 불이 꺼지고 축 쳐진 어깨를 한 사람들이 걸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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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9시 경 신촌의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편은지 이코노믹리뷰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일주일 연장, 고삐 조여야 하지만 자영업자는…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6일까지 일주일 간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자영업자들의 곡소리가 더욱 커졌다. 다만 그 사이 일평균 확진자 수는 눈에 띄는 감소세를 나타냈다. 지난달 30일 313명을 기록했던 확진자 수는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일주일 만인 지난 6일 152명으로 줄었다.

이에 정부는 감소세의 고삐를 더 조이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일주일 연장키로 했다. 2주차에 접어든 거리두기 2.5단계는 전 주보다 내용이 강화됐다. 기존 매장 내 취식이 금지되고 테이크아웃만 가능했던 프랜차이즈 커피숍의 운영제한이 빙수전문점과 제과제빵점에도 적용된 것이다. 전국에 시행 중인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역시 오는 20일까지 유지된다.

이 같은 조치로 자영업자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연장 조치를 두고 “자영업자만 죽어나가는 K방역의 현주소, 과연 이게 옳은 방역 방침입니까”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왜 자영업자들만 방역의 희생양이 돼야 하는지 알 수 없다”며 “사람이 모이는 곳은 장소가 어디든 제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외에도 이날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0개가 넘는 자영업자들의 청원이 올라왔다.

한편, 이날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3일까지 도ㆍ소매업, 외식업, 개인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전국 일반 소상공인 3415명 중 코로나 재확산 이후 매출액이 90%이상 줄었다는 응답이 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격상’과 관련해서는 ‘필요하긴 하나, 소상공인 대책 방안이 수립된 이후 실시해야 한다’는 답이 59.2%로 가장 많았다.

편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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