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이벤트 범위 넓히고 가격 할인해 고객 유치
일각선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는 의견도
명함 이벤트 당첨 문자(독자 제공) |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축하드립니다. 명함이벤트에 당첨되셨습니다. 9월 중 매장에 방문해주시면 냉동삼겹살 2인분을 무조건 드립니다."
직장인 A씨는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로 강화된 후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6월에 지인과 방문했던 서울 영등포구의 한 삼겹살집 명함이벤트에 당첨됐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해당 가게에 방문한 지 두 달이 넘어서 명함이벤트에 응모했던 것도 잊고 있었다"며 "다소 황당하긴 했지만 자영업자들이 코로나 사태로 영업이 안 되다 보니 이렇게라도 가게 홍보를 해보려고 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전으로 흐르면서 생계에 위협을 받는 자영업자들이 고육지책으로 명함 이벤트 등 각종 프로모션을 내놓고 있다. 집콕족과 혼술·혼밥족이 늘면서 외부 음식점을 찾는 사람이 평소보다 크게 줄어즐자 이벤트로 고객 유치에 나선 셈이다.
◇"이렇게라도"…고객 유치에 사활
7일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L씨는 매주 진행하던 명함이벤트의 당첨자를 최근 5명에서 10명으로 늘렸다. 이벤트에 당첨되면 탕수육 '소'자 한 개를 무료로 주는데 방문 대신 배달 주문시에도 적용된다.
고객을 매장에 불러들이는 게 중요한 L씨 입장에서는 배달 시에도 이벤트 내용을 적용하는 것이 당장 손해일 수 있지만 요즘 같은 시기에 고객들이 가게의 존재를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이벤트 적용 범위를 넓혔다.
L씨는 "코로나 사태 전에는 명함이벤트 비중을 크게 두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바깥에 다니는 사람 자체가 없다 보니 가게 인지도를 유지하기 위해 명함 이벤트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손님들이 우리 가게를 잊지 않는다면 당장 무료로 음식이 나가는 비용은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명함이벤트 당첨 문자(온라인커뮤니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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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의 이같은 마케팅은 손님들에게 호평을 얻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 Y 카페에는 "식사하러 갔다가 아무 생각 없이 명함을 넣고 왔는데 당첨됐다"며 "코로나 상황이 심해져서 매장을 못 가니 못 먹겠다고 생각했는데 배달시 쿠폰 번호를 입력하면 주더라. 맛있게 먹었다"며 후기가 올라오기도 했다.
줄어든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자영업자들이 쓰는 또 다른 전략은 '파격 할인'이다. 술이나 음식 가격을 평소보다 낮추면서 고객 유치를 꾀하고 있다.
인천 서구의 한 주점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이후 방문 시 5000원에 팔던 500㎖ 병맥주를 29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인근의 다른 주점에서는 방문 포장시 3000원에 팔던 생맥주 330㏄를 1000원에 팔고 있다. 두 가게 모두 최근 매출이 뚝 끊기다 보니 짜낸 '고육지책'이다.
같은 동네 중국집에서는 포장판매시 탕수육을 절반 가격에 팔기로 했다. 3만3000원이던 '대'자를 1만7000원에 팔고 1만7000원이던 '소'자를 9000원에 파는 방식이다.
인천에서 초밥집을 하는 C씨는 "지난해랑 비교할 때 한 90% 정도 유동인구가 준 것 같은데 이로 인해 떨어진 매출을 조금이라도 만회하기 위해 주변 음식점에서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쓰는 것을 많이 본다"며 "우리 가게도 주류 가격을 낮추거나 음료수를 서비스로 주는 이벤트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서구의 한 주점 입구에 맥주를 할인한다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 뉴스1 문대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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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국에 매장 오라고?"…일부 반발도
마냥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자영업자들이 명함이벤트와 가격 할인 등 살길을 찾고 있지만 일각에선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상황에서 이벤트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200명 안팎으로 발생하며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안일한 대처가 아니냐는 우려다.
1달 전 방문했던 경기도 소재 닭요리집에서 명함이벤트 당첨 문자를 받았다는 P씨는 "예전 같았으면 이벤트에 당첨됐다고 하면 기뻤을텐데 이번에는 기쁨보다는 당황함이 앞섰다"며 "영업제한으로 대부분 외식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으며 고통을 분담하는 상황에서 이벤트를 진행하는 게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
업체들도 자중해야 한다고 말을 모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힘든 건 충분히 이해하지만, 코로나가 빨리 종식될 수 있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며 "이럴 때 일수록 거리 두기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도 "이벤트를 통해 코로나19가 확산된다면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며 "지금 시국에서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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