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선별지급’ 공식화에 SNS글로 ‘우려’
이재명 경기도지사. 국내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두고 당·정·청이 선별 지원 방침을 공식화한 6일, 그동안 전 국민 대상 지원을 강조해온 이 지사가 SNS를 통해 우려를 표했다. 뉴스1 |
당정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피해가 큰 계층에 ‘선별지원’하겠다고 밝힌 6일, 전 국민 대상 지급을 강력히 주장해 온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정부의 선별지원 방침을 받아들이겠다면서도 깊은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선별지원으로 인해 정부·여당을 향한 원망과 배신감이 퍼질 것이 눈에 선하다면서 결혼 패물을 팔게 된 한 젊은 부부의 사연을 언급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이 지사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정부의 일원이자 당원으로서 정부·여당의 최종 결정에 성실히 따를 것”이라면서도 “국민 불안과 갈등, 연대성 훼손 등 1차 때와 달라진 2차 선별지급의 결과는 정책 결정자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2차 재난지원금이 선별지급될 것이란 보도들이 나간 이후, 한숨과 원망으로 밤새 뜬눈으로 지샌다는 분들 얘기를 참 많이 들었다”며 “저 역시 이들의 고통과 절망을 잘 알기에 잠들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이 지사는 “선별지급 기준에서 소외된 분들이 버티고 있는 그 무게는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원망과 분노는 어떻게 감싸안고 가야할지 고민”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이 지사는 “보수언론은 더 이상 저의 견해를 ‘얄팍한 갈라치기’에 악용하지 마시라”며 “저의 충정과 의무를 왜곡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지금 언론은 정쟁이 아니라 고단한 국민들의 삶을 대변해야 할 때”라고 강조하면서 “부디 국민 모두가 함께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현명한 방안이 도출되기를 간곡히 희망하며,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의 성공을 위해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앞서 이날 새벽 페이스북에 올린 ‘미안합니다’란 제목의 글에서 이 지사는 결혼반지까지 팔게 된 젊은 부부의 사연을 전하며 정부·여당을 향한 원망과 배신감을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젊은 남편이 너무 살기 힘들어 아내와 함께 결혼반지를 팔고 돌아와, 반대쪽으로 몸을 돌리고 밤새 하염없이 우는 아내의 어깨를 싸안고 같이 울었다는 글을 봤다”며 “이 젊은 부부와 같이 갑자기 사정이 나빠진 사람은 이번 지원의 대상이 못될 가능성이 높다”고 적었다. 이 지사는 “분열에 따른 갈등과 혼란, 배제에 의한 소외감, 문재인정부와 민주당, 나아가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대한 원망과 배신감이 불길처럼 퍼져가는 것이 눈에 뚜렷이 보인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2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화제가 된 ‘오늘 부천에서 와이프 패물 팔고 왔네요’란 제목의 글.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젊은 부부의 안타까운 사연이 담겨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이 지사가 언급한 젊은 부부의 이야기는 지난달 2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부천에서 와이프 패물 팔고 왔네요’라는 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글 작성자는 “상황이 곤궁하고 생활이 어려워 패물을 판다는 건 드라마에서나 있을 법한 얘기인 줄 알았는데, 막상 와이프랑 손잡고 가서 그걸 팔려니까 정말 눈물 나더라”며 “와이프는 오늘 하루 종일 울다가 잠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작성자는 “집에 불 다 끄고 우두커니 앉아있는데 정말 세상 참 안 좋은 일이 한꺼번에 밀어닥치니 그동안 쌓았던 업보를 받나 싶다”며 “그래도 저와 함께 살아보려고 패물을 모아서 바리바리 싸들고 간 제 와이프에게 참 미안하고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해당 부부에게 이 지사는 “지금은 하나마나한 얘기겠지만 ‘그래도 내일은 해가 다시 뜬다’는 말을 꼭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또 “백성은 가난보다도 불공정에 분노하니 정치에선 가난보다 불공정을 더 걱정하라”는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이라는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는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에서 모두가 어렵고 불안한 위기에 대리인에 의해 강제당한 차별이 가져올 후폭풍이 너무 두렵다”며 “어쩔 수 없이 선별지원하게 되더라도 세심하고 명확한 기준에 의한 엄밀한 심사로 불만과 갈등, 연대성의 훼손이 최소화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이 글에서도 마찬가지로 이 지사는 ‘적폐세력’과 보수언론을 비판했다.
그동안 이 지사는 2차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국민 1인당 30만원씩을 지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 지사는 정부가 선별지원으로 가닥을 잡은 지난 4일에도 ‘1인당 10만원씩 지급하고 나머지는 ‘핀셋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절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세균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및 김태년 원내대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등 당·정·청 고위인사들은 이날 총리공관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본 계층과 저소득층 등을 우선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한편, 이 지사의 이날 글은 다소 강한 표현으로 여권 내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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