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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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온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이 내년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 후보군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의 초선 의원들에게 서울·부산시장 선거 출마를 권유하는 등 후보군 확장 작업에 나섰다. 김 위원장의 ‘후보 찾아 삼만리’와 별도로 국민의힘 당내에선 중도 확장성이 있다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후보로 내세우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 위원장이 선을 그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오는 15일 처음으로 장제원 의원이 주최하는 국민의힘 행사에 ‘야권혁신’을 주제로 강연자로 나선다.
김 위원장은 최근 당내 서울과 부산 지역 초선 의원들을 만나 각각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 출마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부인하고 있지만 경제·정책통 초선들이 나서서 세대교체를 비롯해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라는 의미로 보인다. 국민의힘에서 서울 지역구 초선 의원은 5명, 부산은 9명이다.
후보로 거론되는 한 초선 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거짓말 할 수도 없고, 노코멘트(답하지 않겠다)”라고만 했다. 제안을 받은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은 셈이다.
김 위원장은 3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가급적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인물이 당내에서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이제 막 국회에 입성한 초선 의원에게 지자체 선거에 출마하라는 제안은 사실 파격 그 자체이다. 당내 지지기반도 없을 뿐더러 당내 경선에서 후보로 뽑히면 당선된 지 1년만에 의원직을 내려놔야 한다. 정치 신인을 대선을 앞둔 서울·부산시장 선거에 출마시키는 건 당으로서도 부담이고 의원 개인으로서도 부담인 제안이다.
이를 모를리 없는 김 위원장이 제안을 했다는 건 나름의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후보군 넓히기’와 ‘안철수 길들이기’라는 두가지 해석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사실이라면 붐 조성 차원에서 다양하게 해도 나쁘지 않다는 차원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센터 소장은 “서울시장 선거는 국민의힘으로서는 꼭 이겨야 하는 선거인데 인지도와 지지도가 높지 않은 야권 초선 정책통이 나가서 이길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면서 “(초선에게 제안한 건) 후보군을 넓혀 놓는다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그만큼 보수쪽에 ‘인물’ 없다는 점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이날 보수진영의 차세대 주자로 꼽혀온 김세연 전 의원은 공개적으로 내년 4월 보선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또다른 후보군이었던 홍정욱 전 의원은 지난 3일 배임 혐의로 고발을 당하면서 정계 복귀가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내에선 ‘안철수 길들이기’ 차원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한 초선 의원은 “(김 위원장의) 전략이 다 있는 것 같다”면서 “안철수 대표에게 합당이 아니고 들어오고 싶으면 (국민의힘에) 들어와서 활동하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다른 당 관계자도 “안철수 대표에게 입당하라는 신호 같다”고 말했다.
이미 국민의힘 안에서는 서울시장 후보로 안 대표를 거론하는 목소리가 많다. 대표적으로 주호영 원내대표는 언론 등을 통해 여러차례 안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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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오는 15일 국회 ‘미래혁신포럼’에서 안 대표를 ‘대한민국 미래와 야권 혁신’을 주제로 안 대표를 강연자로 초청했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 행사에 직접 참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미래혁신포럼은 장 의원이 야권의 대선주자들을 강연자로 세우는 포럼이다. 안 대표와 야권 연대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으로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장 의원은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안 대표는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의 유력 대권후보”라며 “야권에서 안철수 대표를 빼고 정권교체를 논하기는 사실상 힘든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장 의원은 또 안 대표를 향해 “중도층에 확고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중도로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선 안 대표가 필요하다는 게 국민의힘 다수 의원들의 생각이다. 어차피 대선은 중도층의 표를 누가 가져가느냐의 싸움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확장성이 있다면 안 대표와도 손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인물이 없다”며 “누군가 불을 댕겨야 하는데 그러면 안철수만한 사람이 없는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김종인 위원장의 안철수 길들이기가 아니라, 안철수 뭉개기”라며 “안철수 대표를 빼고 정권 교체를 논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초선 의원들이 임기 1년도 안 채우고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나간다는 것은 무리”라고도 지적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미 지난 4·15 총선에서 3석을 얻은 데 그쳐 안 대표의 중도 확장성에 대한 결과는 나왔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통화에서 “안철수의 정치적 영향력은 과거에 비해 줄었고, 메시지도 국민에게 크게 어필되지 당장 중도확장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은 맞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그러나 “안철수를 서울시장 후보로 내고 그의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놓으면 대선에서 중도층 지지를 확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선·박순봉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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