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3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경찰에게 피격당한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와 통화하고 그 가족들을 만나 위로했다. 위스콘신주는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0.8%포인트 차이로 신승한 경합주다. 그러나 바이든 후보는 이어진 커노샤 지역 주민 간담회에서 ‘이야기를 빨리 끝내지 않으면 총에 맞을 것 같다’는 농담을 던져 구설에 올랐다.
바이든 후보는 부인 질 바이든과 함께 이날 위스콘신주 밀워키공항에 도착해 블레이크의 아버지와 형제 등 가족들과 1시간 반가량 비공개로 만나 위로를 건넸다고 워싱턴포스트 등이 전했다. 가족과 면담하던 중 입원 중인 블레이크와도 15분 정도 통화했다. 블레이크는 지난달 23일 커노샤에서 세 아들이 보는 앞에서 백인 경찰이 쏜 총 7발을 맞아 하반신이 마비되는 중상을 입었다.
바이든 후보는 이어 커노샤의 ‘그레이스 루터 교회’에서 지역 주민들과 모임을 갖고 제도적 인종주의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조지 플로이드 살해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경종을 울렸다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 많다”고 말했다. 개혁 과제로는 교육, 경제, 형사사법 제도 개선 등을 예시했다. 블레이크에 대해서는 “그는 어떤 것도 자신을 패배시키지 않을 것이며 그가 다시 걷게 되든 아니든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 등은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 방문 이틀 뒤 방문한 바이든 후보가 ‘치유’ 행보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바이든 후보는 연설 도중 몇몇 청중이 자리를 뜨려 하자 “그들이 나를 쏠 것 같으니 지금 더 자세히 얘기하지는 않겠다”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폭스뉴스는 바이든 후보가 블레이크 총격 사건이 벌어진 커노샤에서 ‘불편한 농담’을 했다고 지적했다.
제이컵 블레이크 삼촌인 저스틴 블레이크는 이날 커노샤교회 앞에서 열린 즉석 집회에서 “지난 4년간 분열되고 인종 편향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언변이 경찰이 조카를 포함한 흑인 청년들을 총살하는 데 기여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커노샤를 방문했으나, 블레이크나 가족들과는 만나지 않고 ‘법과 질서’를 강조한 바 있다.
블레이크 사건 외에도 경찰의 흑인 살해 사건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미국 뉴욕주에서 발생한 ‘흑인 복면 질식사’ 사건과 연관된 경찰관 7명이 정직 처분됐다고 이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지난 3월 23일 처음 사건이 발생 후 5개월 만에 여론이 악화하자 경찰 당국이 ‘뒷북 징계’를 내린 것이다. 지난 4월 1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월마트 매장에서 흑인 남성을 총으로 쏴 죽인 백인 경찰관도 4개월여 만에 뒤늦게 우발적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뉴욕주 로체스터에서 가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흑인 남성 대니얼 프루드(41)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얼굴에 복면을 씌워 숨지게 한 사실이 지난 2일 공개되면서 뉴욕에서 항의 시위가 이틀째 벌어졌다. 이날 저녁 시위대가 뉴욕시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에 집결해 경찰 폭력을 비판하고 경찰 개혁과 경찰 예산 삭감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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