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바지사장”…‘라임 정·관계 연결고리’ 스타모빌리티 대표 혐의 부인

‘라임 사태’ 관련 이모 스타모빌리티 대표 1차 공판

검찰 “이 대표, 김봉현과 공모해 횡령 등 저질렀다”

靑수석 만난다는 명목으로 돈 건네받은 혐의도 적용

이 대표 “모든 공소 사실 부인…검찰, 무리한 기소”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대규모 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수많은 피해자를 낳은 이른바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이모 스타모빌리티 대표이사가 혐의를 부인했다. ‘바지사장’으로 범행의 구체적 실행에 가담한 적이 없고, 검찰이 적용한 혐의에 법리적 문제가 있다는 게 이 대표 측 주장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이환승)는 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증거은닉교사,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대표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 측 변호인은 “(검찰이 주장한) 세 가지 공소 사실을 인정할 수 없으며, 모두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광주 MBC 사장 출신으로, ‘라임 사태’와 관련해 정·관계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여권 인사를 소개한 인물로 알려졌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정치권을 연결해줬다는 의혹을 받는 스타모빌리티 이모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지난 6월 19일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 “이 대표, 김봉현과 공모해 횡령 등 저질러”

앞서 검찰은 이 대표를 지난 6월 체포해, 한 달 뒤인 7월 6일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지난 1월 김 전 회장과 공모해 회사 자금 192억원을 횡령했다고 판단했다. 라임이 스타모빌리티에 투자한 대금을 김 전 회장이 회사 업무와 무관한 일에 사용하는 데 이 대표가 공모했다고 본 것이다.

검찰은 “라임은 지난 1월 스타모빌리티에서 발행한 11회차 전환사채(CB)를 인수하면서 인수 대금을 기존 10회차 CB 관련 채무 상환에 사용하도록 했지만, 김 전 회장은 이 대금 중 대부분을 스타모빌리티와 무관한 재향군인회(향군) 상조회 인수대금으로 사용했다”면서 “김 전 회장은 이 대표에게 이 과정을 설명·논의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또 지난해 7월 라임과 관련한 비판적 기사가 언론에 보도된 이후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만나 금융감독원의 라임 검사를 무마하겠다는 명목으로 김 전 회장에게 현금 5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당시 이 대표가 김 전 회장에게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을 만나기로 했는데, 인사비가 필요하니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표는 지난 4월 김 전 회장의 횡령을 도왔다는 혐의를 받던 김모 전 라임 대체투자운용본부장과 관련해 스타모빌리티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시작되자 당시 회사 직원에게 관련 증거가 담긴 이동식 기억장치(USB)를 숨기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변호인 측 “모든 공소 사실 부인…보석 청구”

그러나 이 대표 측은 검찰이 주장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변호인은 “대표이사 인감을 김 전 회장 등이 관리할 정도로 회사 주요 사안은 실질적으로 김 전 회장이 결정했다”면서 “이 대표는 횡령 혐의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실행에 가담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대표로서 당시 사실 관계를 인지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공모했다는 검찰 주장은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 측은 또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만나기 전 김 전 회장에게서 돈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이와 관련한 유일한 증거는 김 전 회장 진술이지만, 실제로 이 대표는 돈을 받은 적도, 준 적도 없다”면서 “설사 공소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행위는 스타모빌리티를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변호사법 위반 혐의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변호사법 위반죄가 성립하기 위해선 타인의 사무를 위해 청탁 또는 알선해야 하는데, 이 대표는 라임이 아닌 자신이 대표로 있는 스타모빌리티를 위해 수석비서관을 만났으므로 변호사법 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변호인은 당시 이 대표가 수석비서관을 만났다는 점에 대해선 부인하지 않았다.

변호인은 증거은닉교사 혐의에 대해서도 “타인의 형사 사건과 관련된 증거를 은닉해야 성립하는 혐의”라면서 “이 대표는 김 전 본부장을 알지도 못하는데, 그를 위해 증거를 숨겼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변호인은 “당시 스타모빌리티 자금 문제와 관련해 문제가 제기되고 있던 시점이어서 대표로서 자신의 형사 사건 자료를 숨기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 측은 이날 공판에서 이 대표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게 해달라며 보석 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변호인은 “라임과 관련해 사회적으로 비난이 일자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표는 범죄 전력도 없고, 주거지도 일정한데다가 증거를 보면 알 수 있듯 라임 사건과도 전혀 관련 없다”고 보석 청구 이유를 밝혔다.

한편 이 대표는 지난해 7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스타모빌리티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이 대표는 김 전 회장과 동향으로, 두 사람 간 사이는 돈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라임 사태’와 관련된 검찰 조사가 진행된 이후인 지난 3월 이 대표는 김 전 회장이 스타모빌리티 회삿돈 517억원을 빼돌렸다며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바 있다. 이 대표에 대한 2차 공판은 다음 달 8일 열리며, 이 자리엔 김 전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