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공대위, 조주빈 궤변에 “비열하고 전형적인 주장” 비판

공범 증언 나선 조주빈 “피해자도 상식 밖 행동” 궤변에

피해자 지원단체 “피해자에 책임 전가”

“악취나는 궤변으로 본질 호도말라”

텔레그램 성착취 `박사방' 관련 첫 재판이 열린 지난 6월11일 낮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 `우리의 연대가 너희의 공모를 이긴다'에서 참석자들이 함께 연대를 한다는 의미로 끈을 잇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의 주범인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씨가 공범 한아무개(26)씨의 재판에 나와 궤변을 이어간 데 대해 피해자 지원단체가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며 본질을 호도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1일 텔레그램 성범죄 관련 재판에서 처음 공개 진술에 나선 조씨는 “성착취물을 브랜드화 하려고 했다”, “피해자도 상식 밖 행동을 한 것”이라고 말하는 등 자신의 범행을 합리화하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3일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상식 밖 일탈 행동이 아니라 조직적 성착취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어 “악취가 진동하는 조주빈의 궤변은 피해의 책임이 피해자에게 있다며 본질을 호도하고자 한다”고 비판했다. 공대위는 “피해자를 성착취에 유입시키는 과정부터 결과까지 모두 치밀하게 설계했으면서 그 책임을 회피하려고 ‘상식’ 운운하며 말을 치장했다.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더러운 수를 쓰지 말라”고 강하게 촉구했다.

공대위의 이같은 비판은 책임을 피해자에 떠넘긴 조씨의 발언을 향한 것이다. 1일 재판에서 검찰이 “(조씨 무리에게 성착취를 당한) 한씨의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것을 알았느냐”고 묻자 조씨는 “범죄자 입장에서 소신껏 말하면, 저는 이 사건을 해석하는 데 있어 상식이 ‘색안경’이 된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미성년자) 피의자를 볼 때는 법적·사회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존재로 보지만 또래가 피해자가 되면 돈이나 사회가 뭔지 모르는 존재로 본다”며 “구매자나 방관자나 피해자나 상식 밖의 세상에서 상식 밖의 행동을 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성착취 범행에 미성년인 피해자도 책임이 있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공대위는 “텔레그램 성착취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피해자를 철저히 상품으로 취급하고 ‘노예’라고 일컬은 자들이 가장 잘 안다. 조주빈의 논리는 스스로를 변호할 때만 ‘여성의 자발성’을 찾는 가해자들의 비열한, 한결같은, 전형적인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조씨는 또 자신의 피해자들에게 새끼손가락을 들고 ‘인증’ 사진을 찍게 시킨 행위에 대해선 자신이 제작한 성착취물임을 인증해 “성착취물을 브랜드화하려고 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대위는 조씨의 발상이 그동안 여성의 몸을 상품처럼 거래해온 성산업과 그에 열광한 가해자들에게서 싹튼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대위는 “수많은 사람이 성착취물을 보기 위해 돈을 들고 모여들었다. 텔레그램에서, 단톡방에서, 불법 포르노 사이트에서, SNS에서, 웹하드에서, 온갖 데서 여성 신체가 끊임없이 상품으로 거래됐다”며 “가해자들은 성폭력을 취향으로서 소비하는 자들을 기반 삼아 온라인 플랫폼을 여성착취 산업의 현장, 즉 ‘상식 밖의 세상’으로 건설해가며 범죄를 실행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공대위는 “이제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이 작동 가능했던 세상을 바꾸는 판결이 이루어져야 할 때다. 성착취가 돈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성착취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판결을 너무나 많은 사람이, 너무나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다”며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해결은 오직 여성 착취가 돈이 될 수 없다는 본질 아래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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