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검찰이 삼성 불법 승계 의혹 사건을 수사한 지 1년 9개월 만에 결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그룹 핵심 관계자 11명을 재판에 넘겨 이들의 혐의를 법정에서 입증하겠다고 다짐했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를 불복하는 첫 사례란 부담이 적지 않음에도 '국정농단' 수사에서부터 시작된 이 수사의 마무리에 대한 의지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의혹의 정점인 이 부회장 기소에 성공했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 과정만큼 중요한 공소 유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의 주춧돌 역할을 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제형사부의 이복현 부장검사와 최재훈 부부장검사가 이 사건의 공판을 담당하게 될 서울중앙지검 특별공판2팀이 아닌 지방으로 사실상 좌천되면서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가 1일 오후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0.09.01. photo@newsis.com |
검찰이 삼성 불법 승계 의혹 사건을 수사한 지 1년 9개월 만에 결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그룹 핵심 관계자 11명을 재판에 넘겨 이들의 혐의를 법정에서 입증하겠다고 다짐했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를 불복하는 첫 사례란 부담이 적지 않음에도 '국정농단' 수사에서부터 시작된 이 수사의 마무리에 대한 의지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의혹의 정점인 이 부회장 기소에 성공했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 과정만큼 중요한 공소 유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의 주춧돌 역할을 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제형사부의 이복현 부장검사와 최재훈 부부장검사가 이 사건의 공판을 담당하게 될 서울중앙지검 특별공판2팀이 아닌 지방으로 사실상 좌천되면서다.
2일 머니투데이 더엘(theL) 취재를 종합해보면 9월 마지막주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앞두고 수사팀이 기소 방침으로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에 보고를 마쳤고 이에 대한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같은달 27일 인사가 이뤄지기 전 윤 총장이 법무부의 인사 초안을 받아들면서 기류가 다소 달라졌다.
이 부장검사를 지방으로 전보하고 서울중앙지검 내 삼성 사건을 맡을 특별공판2팀을 신설하면서 이 부장검사 대신 김영철 부장검사를 임명하는 법무부 인사안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고 기존 수사팀을 유지해 이 부장검사를 유임해줄 것을 요청했다. 삼성 불법 승계 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이 부장검사가 수사를 계속 이끌어 보다 면밀하게 검토해 신중하게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그러나 윤 총장의 의견은 묵살되고 법무부는 이 부회장의 기소가 결정되기도 전에 이 부회장 공판을 담당할 특별공판2팀과 이 부장검사 좌천 인사를 단행했고 서울중앙지검은 이 부장검사의 부임 전날 이 부회장의 기소를 발표했다. 표면적으론 이성윤 지검장이 이 부회장의 기소를 밀어붙이고 윤 총장이 이 부회장의 기소를 망설인 듯한 모양새가 됐다.
검찰 내에선 윤 총장이 수사팀의 핵심 전력인 이 부장검사와 최 부부장검사가 공판팀에서 빠지게 되면 재판 과정에서 유죄를 입증해나가는 전략에도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을 것으로 본다. 삼성 불법 경영 승계 의혹 사건과 같이 장기간 수사가 진행되고 수사 자료가 방대한 사건의 경우 수사팀 전체가 공판팀에 투압되는 게 통상적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무부가 사건 처리를 결정하기도 전에 이 부장검사와 최 부부장검사의 전보를 기정사실화해서 수사팀의 재판을 방해하는 것은 기소하더라도 유죄 입증을 방해하겠다는 뜻"이라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이 지검장에겐 이 부회장 기소 여부는 아무 상관없는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의 삼성 불법 경영 승계 의혹 수사는 국정농단 수사 당시로 거슬러올라간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을 수사하면서 이 부회장 구속수사에 성공했지만 법원에서 승계 작업을 위한 뇌물공여 부분은 유죄로 인정받지 못했다. 2018년 11월 특검팀 일원이었던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한동훈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증권선물위원회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고발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면서 다시 삼성 불법 승계 의혹에 대한 수사에 시동을 걸었다.
이는 윤 총장이 지난해 7월 검찰총장에 취임하면서도 이어졌다. 한동훈 3차장검사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수사를 담당했던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이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영전하면서 '윤석열 검찰'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는 뒷말도 나왔다.
이 부회장 기소 과정에 밝은 한 검찰 간부는 "양쪽에서 모두 욕을 먹겠지만 이게 최소한의 정의일 것"이라며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김태은 기자 tai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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