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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박사방’ 조주빈 “성착취 영상, 돈벌 목적으로 브랜드화할 요량. 상식이 색안경돼” 당당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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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연예인 상대로 돈을 뜯어내려다가 실패…성착취 피해자로 만들 의도는 아냐” / “제가 원하는 여성을 피해자로 전락시킬 능력은 없다”

세계일보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이른바 ‘박사방’의 운영자인 조주빈. 뉴스1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 이른바 ‘박사방’를 설치·운영하면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상대로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조주빈(25)이 공범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성착취 영상을 일종의 브랜드화하려 했었다”고 증언했다. 또 “범죄자 입장이지만 소신껏 말하자면, 상식이 색안경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당당히 밝히기도 했다.

조주빈은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1부(부장판사 조성필) 심리로 열린 박사방 닉네임 ‘김승민’ 한모(27)씨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및 범죄단체조직 등 혐의 속행 공판에 나와 이같이 증언했다.

그동안 조주빈은 본인 사건을 포함해 ‘박사방’ 관련 재판에서 여러 차례 증인으로 나왔지만, 모두 비공개로 진행돼 증언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다.

검찰은 성착취 영상물의 피해자들에게 새끼 손가락을 들게 하거나 특정한 행동이나 말을 반복하도록 하고 자신을 지칭하는 ‘박사’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조조빈은 “저의 피해자임을 알리려고 했다”고 당당히 답했다.

검찰은 “수사 대상으로 추적되기 때문에 흔적을 남기지 않은 사례가 많은데, 왜 표시를 하려고 노력한 거냐”고 의아해 되묻자 조주빈은 “어리석게도 제가 검거되지 않을 거라고 자신을 하고 있었고, 돈을 벌 목적으로 음란물에 대해 브랜드화할 요량이었다”고 밝혔다.

검찰이 다시 “성착취 영상을 일종의 브랜드화하려고 했던 거냐”고 다시 묻자 조주빈은 “네”라고 답했다.

그는 공범들을 여자 연예인들의 개인정보를 공범들을 통해 알아낸 뒤 사기 사건에 이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여자 연예인들 개인정보를 통해 박사방 피해자로 만들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조주빈은 “그럴 순 없다”며 “제가 원하는 여성을 피해자로 전락시킬 능력은 없다”고 부인했다.

이어 “누구를 피해자로 특정시킬 능력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여자 연예인 두명에게 연락을 해 돈을 뜯어내려다가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성착취 피해자로 만들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조주빈은 또 닉네임 ‘부따’ 강훈과 남경읍, 윤장현 전 광주시장과 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장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인 김모씨(28)와 이모씨(24·이상 구속기소) 등 4명만 공범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부따는 조주진의 지시에 따라 박사방을 관리했고, 남경읍은 조주빈과 공모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피해자들을 유인한 혐의 등을 받는다.

김씨와 이씨는 흥신소를 운영하면서 얻은 정보를 제공해주겠다며 손 사장을 속여 1800만원을 받아 조주빈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사기당한 피해금을 보전해주겠다며 윤 전 시장으로부터도 2000만원을 편취해 조주진에게 제공한 혐의도 있다.

조주빈은 나머지 가담자들에 대해서는 “공범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애착을 가진 적도 없다”고 범죄단체조직 활동을 부인하는 취지로 증언했다.

재판부는 조씨가 교도소에서 직접 작성한 ‘박사방 조직도’를 제시하면서 “결국 증인이 박사방 전부를 총체적으로 운영하고 실행했다는 건데, 증인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이런저런 역할을 시키고 체계적으로 박사방을 운영한 적 있느냐”고 묻자 조주빈는 “저는 그런 생각을 갖고 체계를 나눠 한 적이 없다”며 “(조직도는) 수사기관에서 적게 한 거라 당연히 수사기관의 방향성과는 일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시 박사방 운영 당시 웹툰 형식을 빌려 조직도를 만든 이유를 물었다.

조주빈은 “유저들에 흥미를 끌고 싶었다”며 “방에서 운영하는 사람들을 조직원인 것처럼 해놓으면 글이 재밌어지지 않을까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조직을 운영한 것이 아니라 누리꾼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놀이문화의 하나로 박사방을 홍보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취지다.

아울러 “실제로 이들을 내 조직원으로 생각해서 적은 게 아니다”며 “저와 전혀 대화 안 한 닉네임도 인원수 채우려고 그랬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제가 한 것의 거의 90%는 근거 없는 망상인데. 실제 수단으로 사용됐다고 하니 답답한 게 있다”고 토로했다.

이날 조씨에 앞서 증인으로 출석한 ‘부따’ 강훈은 ‘성기를 촬영해 보내주면 음란 동영상을 보내주겠다’는 조주빈의 말을 믿고 보냈지만, 되려 협박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이날 한씨에 대한 추가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따라 오는 8일에 구속기간 만료였던 그는 계속 구속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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