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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단독]n번방 대책 그후…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예고된 '구인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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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n번방 사건 후 대응 기능 강화 위해 인력 충원 약속

전문성 필요한 상담원에 '24시간 3교대 4개월 기간제' 채용

모집 인원 18명 중 절반도 안되는 7명 뽑혀…전시행정비판

[경향신문]

정부가 디지털 성범죄 대응 강화를 위해 인력 충원을 약속했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성을 요하는 상담 인력을 ‘4개월 기간제’로 채용하려 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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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사이버 성폭력 대응센터,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n번방 사건 피해자 공동변호인단이 지난 6월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법원 앞에서 우리의 연대가 너희의 공모를 이긴다-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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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는 지난달 4일 “정부의 제3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기능 강화 예산 8억7500만원이 반영됐다”고 발표했다. 2018년 4월 정부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여가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설치된 이 센터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위한 불법촬영물 삭제 지원 활동을 주로 해왔다.

여가부는 추가로 확보한 예산으로 센터 인원을 기존 17명에서 67명으로 늘리고 ‘사전 모니터링’과 ‘24시간 상담’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등 갈수록 조직화·다양화하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센터 규모와 지원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지난 25일 센터 홈페이지에 게시된 최종 합격자 명단을 보면, 모집인원 50명 중 신규 채용된 인력은 36명뿐이었다. 특히 24시간 3교대 근무를 하는 상담원 인력은 18명 중 7명만 뽑혔다. 센터 관계자는 통화에서 “상담원 11명을 포함한 결원에 대해서는 조만간 추가채용 공고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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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정부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설치된 이 센터는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를 위한 불법촬영물 삭제 지원 활동을 주로 해왔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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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의 구인난은 채용 전부터 예견됐다. 24시간 3교대 근무를 해야 하는 상담원을 4개월 기간제 인력으로 모집했기 때문이다. 특히 상담원은 신고한 피해자와 가장 먼저 대면한다는 점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요한다. 센터 측이 상담원 지원 자격을 “가정폭력·성폭력·성매매 관련 시설에서 상담원 자격 1개 이상을 수료한 자”로 제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상담원 자격을 취득하려면 관련 시설에서 100시간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이마저도 다른 성폭력 상담기관과 비교하면 대폭 완화된 기준이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운영하는 ‘1366 긴급전화’나 성폭력통합지원기관인 ‘해바라기센터’는 상담원 자격에 더해 최소 1~2년의 실무경력이나 석사학위 등을 요구한다. 아무리 관련 시설에서 100시간 교육을 이수했다 해도, 실무 경험이 없는 초보 상담원이 바로 상담에 투입되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센터 측은 지원 자격을 완화하면서까지 채용을 진행했으나 결국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센터 관계자는 “추경이 편성됐을 때부터 4개월분(9~12월)의 인건비만 책정돼 어쩔 수 없었다”면서도 “(상담 질 저하는) 센터에서도 우려하는 부분이지만 한 달 정도 기존 근무자들과 일대일 교육을 진행하며 해결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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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여성가족위원회가 지난 6월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변경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월 평균 신고 및 상담 건수, 상담 인원은 모두 증가했다. 반면 월평균 삭제 지원 건수는 오히려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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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의 인력 부족 문제가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여가부가 추경 한 달 전인 지난 6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4월 월평균 디지털 성범죄 피해 신고 및 상담 건수, 상담 인원은 2019년 대비 모두 늘었다. 반면 센터의 피해자 지원 인력은 19명에서 17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월평균 삭제 지원 건수는 2019년 6948건에서 2020년 3562건으로 크게 감소했다.

센터는 2019년에도 기간제 인력 채용을 진행했으나 제때 모집인원을 채우지 못해 인건비 예산의 7.2%를 쓰지 못했다. 앞서 국회 여성가족위도 지난 6월 3차 추경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2020년 채용은 2019년에 비해 근무기간이 더 짧은 4개월이라는 점에서 50명의 기간제 인력을 모두 채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인력 채용 난항으로 인한 업무 지연이 재발하지 않도록 사업계획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기간제 채용으로 인한 센터의 구인난이 반복되면서 주무부처인 여가부도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여가부 권익지원과 관계자는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심각성이 높아지면서 하반기 추경을 통해 단기간 인력을 긴급 투입한 것”이라며 “센터의 기능적 측면은 계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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