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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불꺼진 식당, 문닫은 헬스장, 텅빈 카페… 자영업자는 괴롭다 [코로나 방역 이번주가 방향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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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2.5단계 첫날
식당들, 임대료 걱정에 한숨만
실내체육시설, 3월 이어 또 휴업
프랜차이즈 카페는 형평성 논란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30일부터 수도권 방역시스템을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강화했다. 음식점과 카페의 영업 방식과 시간이 제한된다. 독서실, 헬스장 등은 문을 닫아야 한다. 다음 달 6일까지 8일간 시행된다. 서울 신촌의 한 횟집에 영업시간 제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서울의 한 당구장 출입구에 집합금지 명령으로 영업을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서동일 김범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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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 문을 열었는데 시간당 한명 정도 고객이 있을 뿐이다."(서울 당산역 인근 카페 매니저) "밤 장사로 버는 돈이 매출의 30%가 넘는데, 이마저도 못하게 되면 폐업해야 하는 것 아닌가."(서울 종로 24시간 해장국집 주인)

사회적 거리두기 '준3단계(2.5단계)' 시행에 들어간 30일 서울은 차분했지만 침울했다. 마스크를 쓴 채 담소를 나눴던 카페는 테이블과 의자를 치운 채 테이크아웃 손님만 받았고, 야간 영업제한이 시행되면서 소득 끊긴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깊어갔다. 정부는 이날 0시부터 내달 6일 자정까지 수도권 전역의 카페와 식당의 영업을 제한하고 실내체육시설, 독서실 영업을 전면 중단시키는 '거리두기 준3단계'에 해당하는 조치를 내렸다.

"비싼 임대료 어떻게 감당하나"


수도권 방역 수위를 강화한 첫날 자영업자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날 종로 일대 음식점들은 매우 침울한 분위기였다. 주말 점심시간인데도 손님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일감이 없는 업주와 종업원은 멍하니 TV만 바라보고 있었다.

15년간 종로에서 설렁탕집을 해 온 40대 백모씨는 "잘될 때는 하루 400만원을 기록하던 매출이 요새는 50만원도 안된다"며 "그나마 일 마치고 밤에 찾아오시는 단골손님이 많았는데 이제는 이마저도 끊기게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이 설렁탕집 하나에 사장과 종업원을 포함해 10명의 생계가 달려 있다"며 "10년 넘게 함께 일한 직원을 해고할 수 없어서 일주일씩 격주로 순환근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 상인들에 따르면 종로 일대 임대료는 20평(66㎡) 남짓에 500만원을 넘을 정도로 높다. 이 때문에 24시간 운영해야 겨우 월세를 감당할 정도라고 말하는 자영업자들이 많았다. 특히 설렁탕집과 해장국집 같은 경우에는 하루 15시간가량 육수를 내면서 야간에도 불 앞을 지켜야 하는데, 손님은 받을 수 없으니 '사서 고생하는 꼴'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왔다.

헬스장·당구장·스터디카페, 운영 중단


종로 인근의 당구장, 탁구장, 스터디카페는 방역지침에 따라 모두 운영이 중지된 상태였다. 한 스터디카페에선 학생들이 사물함을 비우고 있었다. 업주는 허탈한 표정으로 옆에서 지켜봤다.

실내체육시설 중 헬스장은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이래 꾸준히 타격을 입었다. 앞서 3월 24일에도 정부가 2주간 휴업권고를 하면서 문을 닫은 바 있다.

헬스장 관계자들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잠시 주춤하면서 그동안 입었던 피해가 복구되는 듯했지만, 이번 조치를 통해 다시 영업이 중단됐다며 울상을 지었다.

헬스장 관리자 40대 곽모씨는 "평소 300명대를 유지하던 회원수가 3월 이후 100명 이하로 급감했다가 최근에는 250명까지 회복됐었다"며 "하지만 이번에 다시 휴업하게 되면서 모두 '이용기간 연기'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용 연기'를 하면 헬스장 사용일수에 포함되지 않아 업주로선 소득이 발생하지 않게 된다. 곽씨는 "문제는 이렇게 한번 헬스장을 훑고 지나가면 한동안 신규 회원이 들어오지 않는다"며 "당장의 손해보다 앞으로의 피해가 더 걱정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난 5월 피트니스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한 40대 홍모씨는 4개월 만에 문을 닫게 됐다. 홍씨는 당초 문화체육시설에서 외주를 받아 PT강사를 해왔지만 시설이 휴업해 소득이 끊기자 울며 겨자 먹기로 수천만원의 대출을 받아 피트니스센터를 차렸다고 한다.

카페 "한 시간에 한명 들어와"


이날 오후 서울 곳곳의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대부분 개점휴업 상태였다. 이날부터 프랜차이즈 카페는 테이크아웃(포장) 판매만 가능해지면서 고객 수 급감이 확연했다.

서울 여의도의 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문을 열자 휑한 공간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 매장은 테이블과 의자를 아예 치워버려 매장 대부분이 빈 공간이었다. 직원들은 매장을 들어선 고객에게 의무적으로 시간과 이름, 연락처, 체온을 기록하도록 안내했다. '운동 갔다 들어가는 길에 잠시 들렀다'는 김가희씨(가명·33)은 "늘 오던 카페인데 오늘은 분위기가 조금 무섭다"며 "일일이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야 하고, 매장 안이 이렇게 비어 있으니 코로나의 심각성을 체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당산역 인근에 위치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매니저는 "오전 8시에 문을 열었는데 시간당 한 명 정도의 고객이 있을 뿐"이라며 씁쓸한 표정으로 웃었다.

정부의 이번 조치가 프랜차이즈 카페에 맞춰진 것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이번 규제는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는 적용되지 않는다. 경기 일산의 프랜차이즈 카페 주인은 "오픈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이번 조치가) 더욱 힘들다"며 "스타벅스를 제외하면 프랜차이즈 카페 대부분이 자영업자 아니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번 규제로 유통업계 중에서는 프랜차이즈 카페가 직격탄을 맞았다. 스타벅스의 경우 전국 1460개 매장 중 수도권에 위치한 900개 매장이 적용대상이다. 이디야 역시 약 1600개 매장이 영향을 받는다. 전국 매장의 절반 이상 수치다. 이디야는 직영점으로 운영되는 스타벅스와 달리 대부분 자영업자인 가맹점주가 운영해 더욱 타격이 크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조윤주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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