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직후 눈물 흘리는 김한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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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스 골프 KPGA 오픈 with 일동레이크(총상금 5억원·우승상금 1억원) 마지막 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곳에 마련된 클럽하우스 2층 기자실 옆에는 조그마한 테라스가 있었다. 테라스에서는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몸을 푸는 선수들을 멀리서나마 볼 수 있었다.
소나무들 사이에서 붉은 티를 입고 스윙하는 한 프로가 눈에 띄었다. 바로 김한별(24). 처음에는 누구인지 몰랐으나,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직원이 일러줬다. 그를 본 한 관계자는 "스윙이 좀 딱딱해 보인다. 긴장한 것 같다"고 했다.
사실 김한별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번 시즌 유독 'KPGA 오픈'이라는 이름과 인연이 깊었다. 지난달 19일 충남 태안에 위치한 솔라고 컨트리클럽에서 끝난 'KPGA 오픈' with 솔라고CC에서는 연장 1차전에서 탈락하며 트로피를 놓쳤다. 1.5m 거리의 퍼트를 놓치고 목 놓아 울었다.
이날 헤지스 골프 'KPGA 오픈' with 일동레이크 마지막 날은 챔피언조로 출발했다. 눈물 흘리던 모습이 연습 중인 그의 얼굴에 살포시 포개졌다. 이번엔 이재경(21)과의 승부였다. 투어 2년 차 동기와의 혈투. 쫓고 쫓기는 싸움이 이어졌다. 17번홀(파5)에서 나온 합이 일품이었다. 김한별은 수비적으로, 이재경은 공격적으로 플레이했다. 2온 2퍼트 버디를 기록한 이재경이 4온 1퍼트 파를 기록한 김한별의 덜미를 잡았다.
김한별은 고개를 떨궜다. 마치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힘찬 스윙을 이어갔다.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잡으며 8언더파 64타, 총 21언더파 267타를 기록했다. 이재경과 동타로 또 한 번의 'KPGA 오픈' 연장 승부에 돌입했다.
연장전은 18번홀에서 치러졌다. 주관 방송사 JTBC골프의 카메라는 김한별의 두 번째 샷을 바로 뒤에서 잡았다. 아름다운 스윙과 함께 공과 디봇이 호쾌하게 날아갔다. 툭 소리와 함께 떨어진 공은 부드럽게 구르더니 깃대와 1.5m 거리에 떨어졌다. 갤러리가 있었다면 환호가 터질 수 있던 상황.
반면, 이재경의 두 번째 샷은 김한별의 거리에 미치지 못했다. 이재경이 시도한 퍼트는 홀을 외면했다. 김한별의 퍼트가 남았다. 운명의 장난처럼 이번에도 1.5m 정도의 거리였다. 공은 외줄타기 하듯 굴렀다. 굴러 굴러 홀에 쏙 들어갔다. 김한별은 하늘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트로피에 입 맞추는 김한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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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별이 KPGA 코리안투어 생애 첫 승을 거뒀다. 패배한 이재경이 물을 뿌리며 축하해줬다. JTBC골프가 우승 직후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리고 그는 또다시 울었다. 지난 'KPGA 오픈'에서 흘린 눈물이 잊힐 만큼 쏟아 냈다.
결국 김한별은 'KPGA 오픈'에서 1.5m 퍼트 이후에 두 번 울었다. 그는 "이전까지 우승하게 된다면 싱글벙글 웃을 줄만 알았다. 그런데 막상 하니까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부모님 생각이 제일 많이 났다"고 했다.
두 번째 눈물은 최고가 되라는 뜻에서 '한별'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부모님을 향했다. 그리고 그는 부모님의 의도처럼 KPGA 코리안투어의 떠오르는 별이 됐다.
이동훈 기자 ldhlive@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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