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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재난지원금 지급

2차 재난지원금, 보편과 선별지급의 논란을 피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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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코로나19가 대유행의 기로에 놓였다. 잠시 활기를 찾았던 자영업자, 프리랜서의 생계가 다시 위협받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이를 지지하는 여론도 늘었다. 2차 재난지원금을 위한 공감대가 마련된 것이다. 코로나19 재확산과 의료계 파업에 비상이 걸린 정부·여당, 청와대는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를 보류했다. 하지만 대선주자, 당권주자를 중심으로 한 재난지원금 논쟁은 이어지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인물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이 지사는 지난 8월 25일 페이스북에서 “국민 분열과 갈등을 초래하는 선별지급론과 같은 어리석음을 놓고 허비할 시간이 없다”며 “전 국민 대상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채발행을 재원으로 하고, 3개월 이내 소멸하는 지역화폐로 개인당 30만원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는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격상 시 재난지원금 지급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PC방, 노래방 등 다중이용시설이 문을 닫고, 음식점과 택시에는 손님이 없고, 긴 장마와 싸우며 겨우 버텨낸 농민들이 판로를 찾을 수 없게 된다”며 지급 필요성을 밝혔다.

당대표 후보로 나선 이낙연 의원은 “2차 재난지원금은 어려운 분부터 주는 방법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면서 차등지급을 제안했다. 여당의 당권주자인 박주민 의원은 전 국민 대상 지급을 주장하며 “확산세가 진정된다면 추석 전에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도 8월 26일 재난지원금 지급을 요구했다. 다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재정건전성을 이야기할 시기는 아니다”라면서도 “국민 전체에 재난지원금 지급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물리적(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전국으로 확대 시행된 지 둘째 날인 8월 24일 서울 마포구 재래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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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감소 조건’ 보편지급 대안 거론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도 전날 보고서를 내고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충격 극복을 위해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특위는 코로나 위기 때 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달리 소득 격차가 완화됐다면서 그 원인으로 고용유지 정책 등 사회안전망 강화와 긴급재난지원금, 소비쿠폰 지급을 통한 내수 활성화 정책을 꼽았다. 재난지원금 지급의 공감대가 늘면서 앞으로 지급 방법이나 시기, 재원 마련을 두고 각론에서의 토론과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민이 합심해서 위기를 극복해야 할 상황에서 불필요한 사회 갈등을 야기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면서 선별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보편지급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재난지원금 지급에 동의하면서도 1차 때와는 달리 지급 대상을 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소득이 감소했을 경우 누구든 자유롭게 신청하고, 사후 소득 감소 여부를 따져 환수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계층에 상관없이 실제 소득 감소 여부를 지급 조건으로 하는 것이다. 윤 교수는 “전 국민이 본인의 판단하에 소득이 감소했다면 신청하게 하고 연말정산 때 소득이 파악되면 20% 소득 감소 등 일정 기준에 미달할 경우 일부를 회수하면 된다”면서 “선별지급에 따른 논란을 피하고, 꼭 필요한 사람에게 지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도 자영업자를 지원할 때 매출이나 소득이 감소했는지를 점검하게 하고 사후 정산할 때 실제 줄지 않았다면 환수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재난지원금은 시민권에 기반해 모든 사람에게 주는 게 아니라 코로나19라는 재난으로 소득이 감소한 사람을 보전하는 것이어야 한다”면서 “그래서 중위소득 50% 이하로 자르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도 유사한 제안을 했다. 고용안정지원금을 특수고용직 노동자와 프리랜서들에게 지급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을 택하되, 사후에 확인해 환수하는 방식이다. 선별 지원을 하면서도 조건에 맞는지 확인 과정은 뒤로 미뤄 지급 시기를 놓치지 않는 방식이다. 정 교수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나 자영업자, 항공이나 여행산업 종사자 등 선별 대상을 잘 정해서 그 안에서 소득과 매출 감소를 따져 신청하게 한 후 사후 조건에 맞지 않으면 환수하면 된다”고 말했다. 전과 달리 자영업자의 재무상태나 소득상태를 파악하는 당국의 능력이 상당한 수준에 올랐기 때문에 활용할 만하다고 말했다. 지급 대상을 실제 타격을 입은 사람들로 제한하기 때문에 지급 액수를 50만원 이상 높이고, 횟수도 몇 차례 정도 늘리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지급 시기·사용처 제한 의견 갈려

지급 시기나 사용처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주병기 교수는 “재확산이 우려되는 현재는 사람들이 돌아다니면서 소비하기 어려울 것 같다”면서 “재난지원금 지급 시기는 2차 확산 우려가 어느 정도 잦아들고 사람들이 다시 일상에서 소비활동을 할 여건이 마련되는 시점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은 교수는 현시점에서 지급한다면 대면접촉으로 인한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온라인 거래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처 제한을 푸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과거처럼 오프라인 소비를 확대하는 방식의 소비진작책을 쓰긴 어렵지 않나”라면서 “지역이나 전통시장 소비는 10% 할인받을 수 있는 지역화폐로 확대할 수 있으니 재난지원금은 선별적 지원에 맞춰 사용처 제한을 넓히는 게 낫다”고 말했다.

1차 재난지원금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정부의 용역 보고서는 오는 10월 발표된다. 수치로 된 효과 분석은 아직 없다는 뜻이다. 선별지급으로 소득분배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는 지적도 있지만, 재난지원금 지급이 방파제 역할을 했다는 데는 대체적으로 의견이 일치한다. 주 교수는 재난지원금이 가구 소득을 보조하는 역할도 하지만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타격을 입은 산업이 불황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지렛대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분배는 물론 성장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 것이다.

1차 재난지원금처럼 전 가구에 40만~100만원을 지급할 경우 14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세출 구조조정으로 재원 조달을 한 1차 때와 달리 2차 때는 전액 국채발행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주 교수는 정부의 이런 분석에 동의하면서도 단발성 재정확장의 여력은 충분하다고 봤다. 그는 “모든 나라가 국채발행이나 양적 완화의 방식으로 재난지원을 확대하는 추세에 있다”면서 “우리의 재난지원 규모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중간 이하이고, 재정 여건이 월등히 좋다는 점에서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에 집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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