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충격에 GDP, 2차 집권 이전 수준으로 후퇴…9월 중 후임 선출 전망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8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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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번 주 역대 최장 기간 재임 기록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우자마자 바로 사임하는 씁쓸한 퇴장을 하게 됐다.
2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1차 집권 당시인 2007년 자신을 총리 자리에서 물러나게 한 만성 소화기 질환인 궤양성 대장염이 다시 악화해 결국 사임한다고 밝혔다.
아베는 이미 기자회견에 앞서 집권 자민당과 연립정권 파트너인 공명당 등 양당 간부에게 사의를 전달했다. 후계자를 결정하는 자민당 총재 선거는 9월 실시될 전망이다. 아베는 그 때까지 계속 총리직을 유지하다가 신임 총재가 정해지는 대로 내각 총사퇴한다.
아베 총리 사임 소식에 도쿄증시에서 닛케이225지수는 이날 장중 한때 2.7% 급락했으며 1.4% 하락한 2만2882.65로 장을 마쳤다.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이 장 초반 107엔에 육박하다가 106엔대 초반 선으로 떨어지는 등 일본 엔화 가치도 올랐다.
블룸버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아베 총리가 7년 넘게 쌓아왔던 아베노믹스 성과가 완전히 소실됐다고 평가했다.
아베는 아베노믹스 성과와 그에 따른 국민의 굳건한 지지에 일본 사상 최장 재임 총리라는 영예를 얻었다.
그는 지난해 11월 20일 1차 집권 기간까지 포함해 전체 재임 일수 기준으로 역대 최장수 총리가 됐으며 이달 24일에는 2차 집권 기간만으로도 총 2799일 재임해 연속 재임 일수로도 외종조부인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가 세운 역대 최장수 기록을 깼다.
만일 내년 9월 말까지의 임기를 채웠다면 총 재임 일수는 무려 3567일에 달했을 것이다. 심지어 아베는 인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는 4선 연임 논의까지 오갔다.
아베는 지난해 11월 전체 재임 일수 기준 역대 최장수 총리에 올랐을 때 기자들에게 “단명에 끝난 1차 집권에 깊이 반성하고 정치를 안정시키고자 매일 최선을 다했다”며 “앞으로 남은 임기에는 디플레이션 탈출과 저출산 고령화에 도전할 것이다. 전후 일본 외교의 총결산으로 헌법 개정도 있다”고 강한 의욕을 보였다.
단명으로 끝난 1차 집권 때와 달리 아베 총리는 2차 집권에서는 ‘경제 최우선’ 방침을 내세워 지지를 얻었다. 그는 2012년 출범 당시 대담한 금융완화 등으로 구성된 경제정책 ‘아베노믹스’를 내세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무너져 가던 일본 경제 재생에 온 힘을 쏟았다.
아베노믹스의 성과로 엔고가 진정됐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모여들면서 일본증시도 오름세를 탔다.
취임 당시 5%인 소비세율도 2014년 4월과 지난해 10월 두 차례 인상해 10%로 끌어올렸다.
블룸버그는 경제와 함께 외교도 아베 정권의 간판 정책이었다고 호평했다. 아베는 재임 중 80개 국가와 지역을 방문, 비행거리는 지구를 40바퀴 돈 것과 같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의 취미인 골프를 함께 하면서 개인적 신뢰 관계를 쌓고 지난해 5월에는 국빈방문으로 맞이하는 등 미일 밀월관계를 연출했다.
아베가 물러나게 된 표면적인 이유는 지병 악화다. 실제로 아베는 여름휴가 중이던 17일 도쿄의 게이오대학 병원을 전격적으로 방문한 데 이어 일주일만인 24일 다시 병원을 찾아 건강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시사했다.
또 이달 병원 방문 이전에도 총리 관저에서의 본격적인 기자회견을 6월 18일 이후 지금까지 하지 못하는 등 컨디션이 좋지 않음을 보였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코로나19에 아베가 7년 반 넘게 쌓아 올렸던 공든 탑이 순식간에 무너지게 됐다는 평가다.
올해는 아베 총리가 자신의 최고 성과로 기대했던 도쿄 하계올림픽이 열리는 해였다. 그러나 코로나19 감염 확대로 올림픽이 연기되면서 총리로서 아베의 운명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우게 됐다.
코로나19 대응도 악평을 샀다. 천 마스크 배포와 긴급 재난지원금 등을 둘러싼 혼란으로 야당은 물론 국민의 질타를 받았다.
전국에 긴급사태가 선포된 올해 2분기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2차 아베 내각 출범 당시인 2012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500조 엔(약 5584조 원)을 밑돌았다. 사실상 7년 넘게 쌓아온 아베노믹스 성과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된 것이다.
또 아베 총리는 자신의 숙원이었던 헌법 개정이나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에 대해서도 성과를 보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이투데이/배준호 기자(baejh94@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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