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 맨'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로 32년 정치 인생의 마침표를 찍었다. 28일 오후 당 공식 유튜브 채널 '씀TV'를 통해 온라인 퇴임 기자간담회를 가진 이 대표의 마지막 고별 인사는 남북관계와 정권 재창출에 방점이 찍혔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온라인 퇴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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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아쉬워…정책 연속위해 재집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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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이날 오후 당 공식 유튜브 채널 '씀'에서 생중계된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재임 중 남북관계 교류 기반을 만들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착상태에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설득하고 대화해나가면 결코 포기할수 없는 길이라 생각한다"며 "공직을 끝내고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데, 정부가 할 수 없는 민간에서 할 수 있는 교류 등 이런쪽으로 일하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대북 정책이 보수 정부에서 좌절되는 경험을 한 사례로 비추어 보아 정책 연속성을 위해 재집권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가 강조해 온 '20년 집권론'의 연장선이다.
그는 "정책이 입안해서 완전히 뿌리내려서 국민들이 효과를 보기까지는 짧아도 4-5년. 완전히 흔들리지 않으려면 적어도 10년가까이 걸린다"라며 "남북관계도 김대중 대통령이 추진해오셨는데 단절되지 않고 지금까지 발전해왔으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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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리더십으로 '180석 압승' 민주당 총선 승리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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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동안 당 대표로서 가장 잘한 점으로는 '총선 압승'을 꼽았다.
이 대표는 "2018년 전당대회에 출마하면서 당원동지들에게 2020년 총선을 잘 준비해 좋은 성과를 내겠다는 약속을 했었다"며 "국민들이 평가를 잘 해줘서 많은 의석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플랫폼을 만들어서 당원, 일반 국민들과 충분히 대화할 수 있는 현대화된 체계를 만든 것도 보람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특유의 카리스마형 리더십이 당의 '단일대오'를 이루게 해 시스템 공천 등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21대 총선 당시 '호떡 공천' 등 여러번 결과를 뒤집었던 미래통합당과 대조적으로 영입인재와 기성 정치인의 퇴장을 골고루 이끌어냈다.
이에 이 대표는"당을 현대화시켜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국민 정당을 만드는 게 중요해서 정치를 시작했다"라며 "당 대표를 맡으며 이를 실현하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스템 공천으로 체계화하고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 전당원투표제를 통한 경선룰을 1년 전에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온라인 퇴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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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정부의 과제 '민주주의의 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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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차기 지도부와 정부의 과제로 민주주의의 성숙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 시대에는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국민, 당원, 야당과의 소통하는 자세로 임해달라"며 "당을 민주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의견을 두루두루 듣고 토론해서 의견을 내는 당을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게 재집권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친문(친 문재인)등 극렬지지층만 대변한다는 지적에도 "당원의 의사도 중요하지만 국민 전체 뜻을 받드는 입장에서 당을 운영하는 것"이라며 "당 내의 건전한 비판을 얼마든지 다 수용하고있다. 소수 의견에 대해 한 번도 인위적으로 통제해본적 없다"고 말했다.
이어 총선 압승 후 열린우리당 시절을 잊지 말자고 당부한 것과 관련 "152석 중 초선이 108명이었는데 108번뇌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당이 혼란스러워서 참여정부가 좋은 성과를 못낸 점이 매우 아쉬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런 점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열린우리당의 과거를 기억하자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정규직 문제와 부동산 사태로 2030 지지층이 이탈한 현상에 대해서는 "부동산은 어느 정권이나 다 어려운 문제"라며 "많은 유동자금이 산업과 생산적인 데로 가지않고 대기상태에 있어 어려운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부분을 늘 조심스럽게 관리하는 게 중요한데 최근 집 값이 많이 올라서 국민들이 걱정을 많이 하는걸 안다"라며 "현재 상황을 쉽게 풀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나하나 세심히 따지면서 관리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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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의 꼬리표 '소수자'와 '말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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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의 정치 인생 동안 잦은 막말과 실언은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다. 이 대표의 '올드보이' 리스크는 그럴때마다 도마 위에 올랐다.
임기 첫해인 2018년 국회를 방문한 찡딩중 베트남 경제부총리의 예방을 받았다. 이날 찡딩중 부총리는 "많은 베트남 여성들이 한국 남자와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도 "부총리 말씀처럼 한국 사람들이 베트남 여성들과 결혼을 많이 하는데, 다른 여성들보다 베트남 여성들을 아주 선호하는 편"이라고 답변했다. 곧바로 다문화 가정과 여성을 비하한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후 얼마 뒤 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위원회 발대식 축사에서 “정치권에서 말하는 것을 보면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장애인들이 많이 있다. 그 사람들까지 우리가 포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을 비판하면서 정신 장애인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지난 1월엔 "선천적 장애인은 후천적 장애인보다 의지가 약하다"고 발언해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인권교육 권고조치를 받기도 했다. 민주당 '1호 영입 인재'이자 교통사고로 척수장애를 갖게 된 최혜영 강동대 교수와 만났던 일을 꼽으며 한 말이다. 이 대표는 최 교수의 의지를 격려하고 칭찬하려는 의도로 말했지만 이 역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초라한 부산' '서울은 천박한 도시' 표현도 구설수에 올랐다.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한 당의 대응을 묻는 기자를 향해 "나쁜 자식"이라고 막말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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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민주당에 작아지는 목소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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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리스크는 단순 말 실수에서 끝나지 않았다. 민주당은 지난 1월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의 '민주당만 빼고' 칼럼을 고발했다가 취하한 것과 관련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민주당은 임 교수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다가 역풍을 맞았지만 이 대표는 침묵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감싸다가 여론의 폭풍에 물러서기도 했다. 이 대표는 조 전 장관 사퇴 후 "민주당이 검찰 개혁이란 대의에 집중하다 보니 국민, 특히 청년들이 느꼈을 불공정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좌절감은 깊이 있게 헤아리지 못했다"고 사과를 했다.
당의 다양성을 위축시키는 독선적 리더십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지난 3월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규모를 더 늘리자는 민주당의 요구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등 당정 간 파열음이 들리기도 했다.
이 대표 자신은 차기 지도부의 과제로 '당의 민주주의'를 꼽았지만 공수처법에 기권표를 던진 금태섭 전 의원이 공천 잡음 끝에 경선에서 탈락하고 징계까지 받는 사례도 있었다. 대표 이해찬 리더십은 이렇게 2년 만에 막을 내렸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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