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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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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일본 총리 “사임하기로 했다” 공식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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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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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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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66)가 건강악화로 28일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일본 ‘전후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운 지 나흘 만이다. 아베 총리는 지병이 악화해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사임한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국고 사유화 스캔들, 올해 코로나19 대응 미흡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한 상태였다. 일본은 코로나19 방역, 경제 활성화 등 국가적 과제를 받아든 상태에서 약 8년 만에 ‘총리 교체’를 하게 됐다. 차기 총리가 누가될지도 관심을 모은다.

NHK 방송 및 아사히신문 웹사이트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5시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궤양성 대장염 재발 진단을 받았고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며 “정치적 판단에 문제가 생기는 일, 정치적 결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고 총리에서 사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아베 총리는 차기 총리가 임명될 때까지 총리직을 유지하기로 했다.

아베 총리는 6월 건강검진에서 궤양성 대장염 재발 징후가 발견돼 재검을 받았고, 새로운 약을 투약해 효과도 봤지만 국정 운영과 치료를 병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가장 큰 과제인 코로나19 대응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가급적 피해야 할 것이고, 한 달 동안 그 생각만 했다”며 “7월 이후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감소세로 돌아섰고 또 겨울을 준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새로운 체제로 이행하기에는 지금이 적기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7년 8개월 동안 여러 과제에 직면해서 달성한 것도 많이 있었고, 선거 때마다 두터운 신임을 얻은 것도 국민들 덕분이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그런 지지와 지원에도 불구하고 임기 1년을 남기고, 여러 정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총리직을 사임하게 된 데에 대해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총리관저로 출근해 코로나19 대응 논의에 참여한 뒤 오후에 자민당 간부들을 만나 사임 의사를 전달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7일과 24일 두 차례에 걸쳐 게이오대학 병원에서 정밀 건강검진을 받았다. 건강 이상설에 사퇴설까지 불거졌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지난 24일 “컨디션 관리에 만전을 기해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고, 자민당 인사들도 사퇴설을 일축해왔기 때문에 이날 사임 발표에 여야 정치권에서 “깜짝 놀랐다”는 반응이 나왔다.

사퇴 결심은 건강이 좋지 않은데다 최근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국정을 원활히 수행하기 어려운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국가 행사인 ‘벚꽃을 보는 모임’을 사유화했다는 논란으로 지지율이 떨어진 데다, 올해 코로나19 대응에도 미흡한 모습을 보이면서 최근 지지율은 역대 두 번째로 낮은 36%까지 떨어졌다.

아베 정권은 ‘대안없는 1강 체제’로 불린다. 아베 총리는 2006년 9월 전후 최연소 총리(당시 52세)로 부임했으나 궤양성 대장염이 악화해 재임 366일 만에 사임했다. 2012년 12월 집권 2기를 시작한 아베 총리는 이른바 ‘아베노믹스’로 금융위기 이후 침체된 세계 경제 속에 일본 경제를 잘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의석수 우위를 앞세워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한 안전보장법제나 ‘알권리 침해’ 논란이 있는 특정비밀보호법 등을 밀어붙여 비판을 받았다.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위한 개헌에도 집착했다.

외교적으로는 ‘지구의를 부감(俯瞰)하는 외교’로 일본의 존재감을 끌어올렸다고 자평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밀월관계를 유지하면서 한국, 중국 등과 갈등을 빚었다.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하고 징용 판결에 반발하는 등 한일 간 역사 문제에 관해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새로운 총리가 취임하면 한일 양국 관계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도 주목된다.

자민당은 새 총재 선출을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의원 내각제인 일본은 다수당 총재가 중의원 투표로 총리도 맡는 만큼, 현 중의원 과반을 점한 자민당 새 총재가 새로운 총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 총리는 코로나19 방역과 경제 살리기라는 난제를 풀어야 한다. 일본에선 최근 하루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700~9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2분기 일본 실질국내총생산(GDP)는 전 분기 대비 7.8% 감소,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포스트 아베’ 후보로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여론조사에서 앞서지만, 자민당 내 큰 계파를 형성한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이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정조회장은 아베 총리가 후계자로 점찍었다지만, 여론조사에선 인기가 없다. 조직 장악력이 강한 스가 관방장관도 최근 유력주자로 떠올랐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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