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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라임전액배상]배임 논란에도…겁박 끝에 백기 얻어낸 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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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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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라임자산운용의 무역 금융 펀드(플루토TF-1호, 이하 라임펀드)를 판매했던 금융회사들이 해당 펀드에 돈을 넣은 투자자들에게 투자원금 전액을 배상하게 됐다.

역대 금융투자상품 관련 소비자 분쟁 조정 사례 중 처음 나온 원금 전액 배상 사례지만 이 문제를 두고 금융회사의 배임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지나치게 금융권을 몰아붙였다는 논란의 충격파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라임펀드를 판매한 하나은행, 우리은행,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는 분쟁조정안 수용 여부 2차 답변시한의 마지막날인 2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금감원의 투자원금 전액 배상 권고를 받아들여 원금 전액을 물어주기로 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6월 말 라임펀드(2018년 11월 이후 판매분 한정)에 대해 민법상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적용해 판매사가 원금 100%를 투자자에게 배상할 것을 권고했다.

펀드를 판매했던 금융회사들은 이미 투자금의 51% 배상 선지급을 결정한 상황에서 투자금 전액을 물어주는 것은 과도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해당 펀드를 운용했던 라임자산운용의 책임이 다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금감원은 이례적으로 두 차례나 걸쳐 금융권을 향해 전액 배상 권고를 받아들이라는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그동안 임원회의를 통해 “분조위 권고 수용 여부를 금융회사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말하는가 하면 “거부나 법적 항변의 권리가 있는 소비자와 달리 금융회사는 분조위 권고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편면적 구속력’을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여기에 카카오뱅크 대표 출신인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편면적 구속력을 강조한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한데 모아 금융권을 몰아붙였다.

결국 당국과 정치권의 협공을 버티지 못한 금융회사는 백기를 들었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금융회사의 배임 문제다. 투자금 전액 배상을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이 돈에 대한 회수는 구상권 행사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구상권 청구와 행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회사에 손해가 끼쳐지므로 금융회사 주주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또 라임펀드와 관련해서 검찰 수사와 형사 재판 등 사법적 절차가 진행 중임에도 금감원의 강력한 압박으로 전액 배상 결과를 선택하는 것은 금감원의 지나친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사모펀드 관련 금융 사고가 잇달아 벌어지는 와중에도 금융당국에서는 누구도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고 금융 사고의 책임을 금융회사에만 떠넘기려 한다는 불만이 금융권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 사고의 책임소재 문제도 결론 나기 전에 우선 원금부터 물어주라는 당국의 원칙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에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무조건 금융회사에 떠넘기는 기류가 고정된다면 금융권의 펀드 판매는 한껏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비이자이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압박이 강해지면 어떤 상품도 고객에게 편히 팔 수 없을 것”이라며 “금융당국 차원에서도 사모펀드 관련 정책을 다시 한 번 손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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