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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정부 VS 의료계 첨예한 대립

"환자 버려두고 파업" 의료계 파업에 지방 병원장이 화가 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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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똑똑한 서울 의사일지라도 시골에는 밤새 곁에 있어 주는 의사가 필요"

아시아경제

전국의사 2차 총파업 첫날인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의료진이 벗어놓은 가운 뒤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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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의 정책에 반대하면서 26일부터 28일까지 집단휴진에 돌입한 가운데 박현서 충남 아산 현대병원장이 27일 "환자를 버려두고 파업에 나선 응급실 전공의들에게 화가 난다"고 비판했다.


박 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나는 지금 화가 단단히 났다"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어제(26일) 서울 성북구의 사랑제일교회 관련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인근의 대학병원과 전공의 파업 관련해 응급실 환자를 못 받는 인근의 종합병원 두 곳이 갑자기 발생해 우리 현대병원이 인구 35만 아산시의 유일한 야간 진료 가능한 병원이 됐다"며 "밤새도록 응급의학과 과장님과 함께 응급실 환자분들 진료했다. 더구나 어제는 병원 응급실 진료 3일 만에 천안의 집에 들어가 보려던 차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환자를 며칠간 밤새 진료한 게 화가 나는 게 아니다. 이 시국에 대규모 집회를 강행하여 전국에 코로나를 퍼뜨린 집단에 화가 나고, 환자를 버려두고 파업에 나선 응급실 전공의들에 화가 난다"며 "과학적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한방첩약보험시행은 나도 반대이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비대면 진료도 반대"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 원장은 "그러나 아산 같은 지방 소도시에 의무적으로 10년간 근무해줄 지역 의사를 꼴랑 한 해에 300명, 의대 정원의 10%만 더 뽑겠다는데, 그것도 10년간만 한시적으로"라며 "지역주민을 포함한 모든 국민의 건강과 행복추구권을 조금이나마 달성한다는데, 그게 그렇게 큰 잘못이고 응급실까지 닫게 하고, 아픈 중환자까지 버려둔 채 파업에 나서야 할 절실한 이유냐"고 비판했다.


박 원장은 파업을 벌이고 있는 의료진을 향해 "의대생과 젊은 전공의들 대다수가 서울 사람들이면서 시골에 올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들이, 자기들이 오기 싫어하는 시골에 10년 의무복무할 의대생을 정원 외 10% 더 뽑겠다는 데 왜 반대하느냐. 왜 환자를 버리고 파업까지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역 의사들이 10년 채우면 서울로 기어 올라가서 당신들 밥 좀 빼앗아 먹을까 봐? 그럼 30년 근무하면 되겠네. 당신네들 잘난 서울 의사 선생님들 노후자금과 빌딩 사놓은 후에나 지역 의사 선생님들도 개원하실 수 있게"라며 "도대체 10% 더 뽑은 지역 의사가 당신들 개업과 봉직에 경쟁자가 되겠나. 그게 그렇게 두려운 거냐"고 적었다.


박 원장은 "지금도 월 10일 응급실 근무 의사는 시간당 10만 원 쳐서 2400만 원 달라고 하는 판인데 300명 증원되면 월급이 떨어지겠나"라며 "국민이 의사 월급 200만~300만 원으로 만들어주겠나. 최저임금도 월 200만 원인데 의사의 월수입이 그 2~3배 이하가 된다면 국민도 원치는 않을 거다"라고 했다.


끝으로 그는 "아무리 훌륭하시고 똑똑한 서울 의사 양반일지라도 시골에는 무지렁이 할아버지건, 술에 전 노숙자건, 돈 없는 외국인 노동자건 간에 그들이 아플 때 밤새 곁에 있어 주는 의사가 필요한 거다"라고 말하며 글을 맺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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