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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미국 흑인 사망

경찰 숭배하던 17세 소년…'흑인 피격 항의' 시위대 2명 총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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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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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노샤=AP/뉴시스]지난 24일(현지시간) 미 위스콘신주 커노샤에 있는 커노샤 카운티 법원 앞에서 시위대가 팔짱을 끼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2020.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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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세 아이들 앞에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중태에 빠진 '제이콥 블레이크' 사건으로 촉발된 항의 시위 현장에서 총을 발사해 2명을 살해한 용의자는 평소 경찰을 숭배하고 자신을 자경단의 일원으로 여기던 10대 청소년이었다.

26일(현지시간) CBS 시카고 등 외신은 일리노이주 앤티오크 경찰서가 이날 시위대를 향해 반자동 소총을 발사해 2명을 살해한 혐의로 카일 리튼하우스(17)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그는 1급 고의 살인혐의를 받고 있다.

리튼하우스의 총격으로 시위 현장에서는 시위 참가자 2명이 각각 머리와 가슴에 총탄을 맞고 숨지고 또다른 참가자 1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체포된 후 레이크 카운티의 소년원으로 이송됐다.

매체들은 리튼하우스가 평소 경찰을 숭배하던 청소년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경찰의 생명도 소중하다(Blue Lives Matter)'는 구호를 적어두고, 성조기가 그려진 슬리퍼를 신고 길다란 총을 든 자신의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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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노샤=AP/뉴시스]지난 23일(현지시간) 미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성난 시위대가 쓰레기와 트럭에 불을 지르고 있다. 2020.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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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튼하우스가 거주하던 일리노이주 앤티오크는 케노샤와 불과 15마일(24km) 거리인 곳으로 알려졌다. 그는 블레이크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시위가 격화하자 총을 가지고 '자경단'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매체 밀워키저널센티널은 지역 자경단 '케노샤 가드'가 페이스북에 '무장한 시민들이 우리의 목숨과 재산을 지키는 날'이라는 이름의 '행사'를 알리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케노샤 가드의 페이스북 계정은 폐쇄된 상태다.

리튼하우스는 총격이 발생하기 몇 시간 전 한 매체와 인터뷰를 하면서 자신을 자경단의 일원으로 여기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사람들이 다치고 있다. 그들을 지키는 게 나의 일"이라며 "그게 내가 총을 가진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시위에 참가한 데빈 스콧(19)은 "우리가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구호를 외치고 있는 데 웬 남자가 커다란 총을 들고 우리 곁을 지나 거리 한 복판에서 총을 발사했다"라며 "사람들이 덤벼들어 추격하자 그는 총을 더 많이 발사했다"고 증언했다.

리튼하우스의 총격은 시위자들의 휴대전화로 촬영돼 SNS를 통해 확산됐다. 공개된 영상에는 그가 자정 직전 마구잡이로 사격을 가하던 중 "내가 방금 누군가를 죽였다"고 말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목격자들과 현장 동영상들에 따르면 그는 총격 후 커다란 반자동 소총을 어깨에 메고 경찰 진압대 쪽을 통과해서 걸어갔다. 시위대는 그가 사람을 쏘았다고 외치며 체포하라고 고함쳤지만 그는 손을 높이 들고 경찰포위망을 통과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인 에버스 주지사는 " 이번 같은 몰상식한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된다. 누구든 자기 의사를 표현하고 싶은 사람은 평화적으로, 안전하게, 다른 시위대원처럼 하라고 말하고 싶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한편, 총격살해가 일어난 뒤에 토이 에버스 위스콘신주지사는 커노샤에 이미 파견한 주방위군 병력의 2배인 500명을 추가로 파견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또 야간 통행금지를 전날보다 한 시간 앞당겨 오후 7시부터 실시했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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