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감독 실패 인정 않고
"주된 책임자는 운용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시아경제 박지환 기자] 파생결합펀드(DLF), 라임자산운용에 이어 옵티머스운용까지 최근 잇따른 금융사고에서 운용사와 판매사에만 책임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수조 원대의 피해를 양산한 금융사고의 1차적 책임은 해당 금융사에 있는 것이 마땅하지만 금융당국 역시 피해 방지책이나 관리감독 실패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월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라임자산운용의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주된 책임자를 묻는 질문에 "단답형으로 선택하면 운용사"라고 답해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금융당국의 책임론과 관련해서도 윤 원장은 "감독원도 일정 부분 잘못이 있지만 주어진 여건 안에서는 했다"며 "금융위원회의 규제 완화 속도가 빨랐고, 그런 상황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당국의 라임펀드 관련 대책 발표에서도 당국의 책임부분은 빠져 있다. 온통 운용사와 판매사에 투자자 보호 책임 업무를 떠넘기는 듯한 대책이 쏟아졌다. 지난달 말 금융위원회의 '사모펀드 감독 강화 및 전면점검 관련 행정지도 추진안'을 보면 펀드 판매사의 운용사 감시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판매사들에 펀드의 실제 운용이 설명자료상 투자전략과 일치하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할 의무가 주어졌다. 운용사들은 매 분기 마지막 날로부터 20영업일 내 레버리지 비율, 자산유형별 편입 비중 등을 판매사에 전달해야 하며 판매사는 자료를 받은 날로부터 10영업일 내 운용점검을 마치도록 했다.
라임펀드 판매사의 한 관계자는 "금융기관에만 사태 책임을 묻고 해결 방안을 찾는 제도가 마련된 것 같다"며 "기존과 같이 운용사가 제시하는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감독당국이 점검해야 할 부분까지 판매사들이 점검해야 하는 구조가 된 셈이란 지적이다.
지난달에는 금융당국 간 뜨거운 책임공방도 벌어졌다. 금융위는 감독을 소홀히 한 금감원 잘못이 크다는 입장을 보였고, 금감원은 금융위의 사모펀드 규제 완화 탓을 했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달 2일 금융소비자 피해 집중 분야 전면점검 합동회의에서 "사모펀드의 경우 일부 운용사가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펀드설계ㆍ운용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했고, 판매사의 불완전판매 의혹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사모펀드 부실 사태의 원인은 제도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이를 악용하는 금융사들과 감독 당국의 감시 소홀에 있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금감원 측은 금융위의 무리한 규제 완화가 이번 사태를 키웠다고 맞불을 놨다. 금융위가 2015년 시장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추면서 자격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사모운용사가 크게 늘어났고, 전문 투자자들 시장에 일반인들도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피해가 커졌다는 주장이다. 당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금감원지부는 "사모펀드 사태와 전혀 무관한 예금보험공사와 한국증권금융은 동원하면서 정작 금융위는 뒤로 빠져 책임을 피하는 모습"이라고 날을 세웠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을 향해 "뻔뻔하다" "경솔하다" 등 노골적인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금융사고에 대한 인사상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감원 인사 관리 규정에는 '직무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직무수행을 현저히 태만히 한 자' '감독자로서 충분한 감독을 하지 않아 사고 발생의 결과를 초래하게 한 자' 등을 징계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금융 사고 책임을 물어 징계한 경우는 사실상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판매사가 불완전판매 등의 책임을 지는 것은 마땅하다"면서 "다만 판매사들에 대한 무한책임론 입장을 보이는 금융당국 역시 일정 부분 동반 책임을 지겠다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지환 기자 pjhy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