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 "선별지금론과 같은 어리석음을 놓고 허비할 시간 없어"
전문가들은 방법론을 논의하기 전에 '지급'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투입되는 재정이 많은 만큼, 그에 상응하는 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하는데, 그에 대한 논의는 건너뛴 채 방법론에만 매몰돼있다는 것이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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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총 누적 확진자수는 1만7천945명으로, 광복절 집회 전인 14일 대비 20.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선별 지급 vs 전국민 지급…불붙는 재난지원금 논의
불과 열흘 만에 확진자 수가 3천명 가까이 늘어나면서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빠른 시일 내에 확산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 3단계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대유행을 목전에 둔 만큼, 정치권에선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상반기 때와 같이 모든 국민에게 지원금을 줄지, 아니면 하위 50% 등 선별적으로 지급할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겁다.
유력 대권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는 지난 24일 입장문을 내고 "어려운 분들을 더 투업게 돕는 차등지원이 맞다"라며 "1차 지급 때도 지금과 같은 논의가 있었지만, 행정 준비와 국민 수용성 등의 고민 때문에 전면 지급을 선택했다"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한 신동근 의원도 SNS를 통해 "하위 50%에게 두 배를 주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라며 "하위 계층의 소득을 늘려줘 불평등 완화 효과도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차 때와 마찬가지로 모든 국민에게 지급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이 지사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2차 재난지원금이 논의되면서 이를 일부에게만 지급하자거나 전국민에게 지급할 재원을 하위 50%에게만 2배씩 지급하고, 상위 50%는 주지말자는 주장이 있다"라며 "이 주장은 재난지원금의 성격을 오해하고,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반해 국민분열과 갈등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지사는 이날도 자신의 SNS에 "국민 분열과 갈등을 초래하는 선별지급론과 같은 어리석음을 놓고 허비할 시간이 없다"라며 신속한 재난지원금 집행을 촉구했다.
경기도청에 따르면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최원용 기획조정실장은 지난 24일 2차 재난 지원금 지원 건의문을 청와대와 총리실에 전했다. 소비절벽과 고용대란 등 경제충격 완화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1인당 30만원의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게 경기도의 입장이다. 경기도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전국 5천184만명 기준 15조5천520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투입되는 재정 대비 효과 크지 않아…전문가 "방역에 집중해야"
유력 대선주자들을 중심으로 2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방법론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급 자체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먼저라는 의견이 나온다.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선 많은 재원이 필요한 만큼, '소비 증대를 통한 경기 부양'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2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해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면, 1차 때와 같은 방식은 어렵다"라며 "1차 때는 기존 정부 예산을 구조조정해 10조원을 마련했지만, 추가 지급을 하게 된다면 100%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라고 밝혔다.
재난지원금 효과에 대해서도 "지원에 상응하는 정책효과가 있었다"면서도 "내부적으로 추산한 결과 실제 소비로 이어진 건 전체의 3분의 1정도"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더라도 소비 증대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1차 재난지원금의 소비 진작 효과는 아주 짧게만 나타났는데, 그 조차 경기가 회복기라서 그런 것인지, 재난지원금 효과인지 구별하기 어렵다"라며 "유동성이 많이 풀린 상태에서 그를 분리해서 보기란 쉽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승수효과가 크진 않았다"라고 말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은 코로나19가 심각한 만큼, 재난지원금을 지급해봤자 경기 부양 효과가 크지 않을 것"라며 "정부 재정이 많이 들어가는 것에 비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크지 않은 만큼, 안 하는 게 낫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차라리 코로나가 진정된 후에 지급하면 경기부양 효과가 아주 좋을 것"이라며 "같은 돈이면 그때 쓰는 게 더 바람직하다"라고 밝혔다.
재정건전성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기재부에 따르면 3차 추경 이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3.5%로 올라갔다. 경제협력개발국(OECD) 회원국들의 평균 비중인 110%(2019년 11월 기준)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나, 홍 부총리의 설명대로 재난지원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선 빚을 추가로 내야한다는 점에서 부담감이 커지는 건 사실이다.
김소영 교수는 "국채를 발행하더라도 당장 나빠지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앞으로도 어려운 일이 계속 있을 텐데, 지금 가용한 수단을 다 써버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반기엔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에, 지급하는 게 맞았으나, 지금은 그렇게 무리할 상황은 안라고 본다"라며 "재정이라는 건 위험할 때 언제든 쓸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재난지원금에 대한 방법 논의보다는, 방역에 몰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보다 철저한 방역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게 경제적 효과가 더 크다는 얘기다. 직접적인 지원금을 지급하더라도, 취약계층에 집중해야한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상반기에도 재난지원금보다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가 실제 소비에 많은 영향을 줬다"라며 "지금은 감염 확산을 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원을 하더라도 취약계층이나 코로나19로 영업이 어려워진 이들에게 생존 차원의 지원을 하는 게 바람직하며, 수치를 정해서 지원하는 건 감염상황이 통제된 다음에 고려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김상봉 교수는 "지금 당장은 어려운 분들, 예컨대 고용안정지원금이나 실업급여를 받는 이들이 아닌 분들을 더 지원하는 게 맞다"라며 "이들의 경우 추경 없이 예비비 등으로도 지원이 가능하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OECD도 그간 한국이 양호한 재정건전성을 기반으로 코로나19 위기에 적절히 대응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추가적인 소득 지원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2020 한국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OECE는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정부는 가계와 기업에 대한 지원을 지속하고, 추가적인 소득 지원 시엔 저소득층에 집중할 것"을 권고했다.
서상혁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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