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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상용화 공언한 3단계 자율주행車… 전문가들 “아직 갈길 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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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SW와 센서만으론 3단계 자율주행 상용화 한계 뚜렷
중장기적 계획으로 도로 등 인프라 디지털화 속도 내야

국토교통부가 이르면 내년부터 3단계 자율주행차가 국내에 출시될 것이라고 공언하면서 자율주행차의 안정성과 효용성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3단계 자율주행이란 고속도로와 같은 특정 조건의 구간에서 시스템이 주행을 담당하는 조건부 자율주행 시스템이다.

25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과학창의재단, 한국과학기자협회와 공동으로 ‘자율주행자동차 과연 안전한가’라는 주제의 온라인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는 3단계 자율주행을 비롯해 사람이 자동차 운행에 전혀 개입하지 않아도 되는 4~5단계의 자율주행차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최근 자율주행자동차 기술이 급격히 발전함에 따라 상용화 및 관련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컨설팅 업체 삼정KPMG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자율주행자동차 시장은 현재 약 1509억원 규모에서 2035년까지 약 26조1794억 원 규모로 150배 이상 성장이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지난 1월 세계 최초로 부분자율주행자동차 안전 기준이 제정되고, 7월부터 차로 유지 기능이 탑재된 자율주행자동차의 출시 및 판매가 가능해지는 등 관련 산업 기반 마련이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도 지난해 10월 ‘미래자동차 비전’을 선포하며 2024년 완전자율주행자동차의 제도·인프라 완비, 2027년 세계 최초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를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자율주행자동차 실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는 가운데 안전 문제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우일 과총 회장은 이날 "3단계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될 경우 국민들의 일상에도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 예상되는 데 먼저 해결해야할 사회적, 기술적 이슈들이 있다"며 "차량 간 사망사고나 해킹 등을 이용한 범죄, 테러 등에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자율주행차에 대한 실험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지난 4년간 자율주행차 운행 중 129건의 사고가 발생했으며 이중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들도 다수 존재한다. 김규옥 한국교통연구원 센터장은 "대부분의 사고의 경우 신호교차로에서 발생했는데 이는 자율주행차가 앞으로 나가야할지, 정지해야할지 선택해야하는 옵션존(Option Zone)과 같은 애매한 상황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또 더욱 안전한 자율주행차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단순히 자율주행차에 장착되는 소프트웨어나 센서 기술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재관 한국자동차연구원 스마트카연구본부장은 "3단계 자율주행부터는 운전자가 상황을 주시하지 않고 눈을 떼도 되는 단계이며 4단계부터는 아무런 개입이 필요없는 수준을 말하는 데 이는 현재 자동차 자체의 기술로는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자율주행차에 아무리 좋은 센서를 탑재한다고 해도 기술적으로 센서는 전방 200미터 앞까지 밖에 보지 못한다. 그래서 도로와 같은 주변 인프라에도 센서가 필요하다"며 "또 자동차와 도로의 센서가 완전하게 융합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통신 네트워크가 중요하며, 고정밀 지도, 차량의 절대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고성능 GPS 기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종민 전남대 교수도 "(3단계 자율주행차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도로 교통과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을 디지털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자율주행차의 필수 작업이며 이를 조기 구축하고 또 자연재해와 같은 변수에 대비해 노후화된 인프라를 자동적으로 관측하고 관리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 기술도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3단계 자율주행차 운영을 내년으로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더 장기적인 시각의 준비가 필요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반면 3단계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는 점점 심화하고 있는 사회적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의견도 나왔다. 이재관 본부장은 "자율주행차는 (안정적으로 상용화될 경우) 교통사고의 저감, 교통법규 엄수, 이동약자의 지원, 교통체증의 저감, 환경부하의 저감, 노동력 부족의 해소 등에 기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고령화, 도심화로 인해 과소지(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지역)에 일반 공공교통을 운행하기 힘들다는 맹점이 있는데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될 경우 그런 부분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며 "또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산업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무인택배로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시간에 배송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등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민규 기자(durchm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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