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이슈 정부 VS 의료계 첨예한 대립

수위 높아지는 의료계 파업… 文대통령, 정면돌파 선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3단계 격상 땐 사회경제 타격

장기화 땐 방역 발목잡기 우려

의료진 헌신 수차례 사의 불구

청와대 회의서 강력 메시지 내놔

세계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 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의료계가 반발하는 공공의료 확대 기조에는 전혀 변함이 없을 것임을 단호히 밝혔다. 코로나19 사태가 중대 국면을 맞은 상황에서 의료계 파업을 용납할 수 없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일부의 방역 발목잡기로 방역 대응 수위를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격상할 경우 사회경제적 타격이 그만큼 크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의료진의 헌신을 높이 평가하고 여러 차례 사의를 밝혔다. 그러나 의료계가 코로나19 대응이라는 엄중한 상황에서 정부 의료정책을 문제 삼아 파업을 선언하자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강한 메시지를 낸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 파업 규모가 커지고 장기화할 경우 자칫 코로나19 방역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발언에는 공공의료의 확충이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이라는 데 의료계도 공감한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의료계에 ‘코로나19 위기 상황 안정 후 대화 통한 해법 마련’의 해결틀을 제시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의 풍전등화 상황에서 합리적인 타협점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전공의들이 중환자실 확보, 선별진료소 운영과 확진자 치료 등 코로나 진료 필수 업무에 협조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라며 의료진에 대한 신뢰를 재차 표시한 것도 이런 흐름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참석자들은 의료진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의미를 담은 ‘덕분에’ 배지를 달았다.

문 대통령은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의 경우에 대해 깊은 우려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3단계 격상은 결코 쉽게 말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다”라며 “일상이 정지되고, 일자리가 무너지며 실로 막대한 경제 타격을 감내해야 한다”고 예상했다. 이 때문에 지금이 초기 신천지 상황보다 엄중한 상황이란 인식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우리 사회 일각에서 국가의 방역 체계에 도전하며 방역을 노골적으로 방해하거나 협조를 거부하는 행위들이 코로나19 확산의 온상이 되고 있고, 경로 확인이 어려운 확진자가 늘어나 누구라도 코로나에 감염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조금만 방심하면 언제 어디서든 감염자가 폭증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국민의 불안을 감안, “일반 병상과 생활치료센터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은 물론 중환자 병상 준비에도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만반의 준비를 약속했다.

세계일보

24일 오후 서울 청계천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모습이다. 뉴스1


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집합금지는 모여서 선동하거나 힘자랑하지 말고 사람이 그리운 이들의 벗이 되라는 취지라는 안중덕 샘터교회 목사의 글을 공유하기도 했다.

세계일보

인천지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한 24일 오전 인천시 서구 서구보건소 선별진료소 인근에 검체 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다. 뉴시스


◆전공의 이어 전임의도 파업 동참… 수술 차질 속출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의 파업으로 시작된 의료계 단체행동에 펠로로 불리는 전임의까지 동참하며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물꼬는 텄으나,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 정책에 대한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며 의료 공백 우려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이다.

세계일보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내과 로비가 환자와 보호자들로 붐비고 있다. 뉴스1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소속 전임의 288명이 정부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전임의는 전문의 면허를 취득하고 병원에 남아 세부 전공을 수련하는 의사들로, 펠로라고도 한다.

이들은 병원 로비 앞에서 정부의 의료정책을 비판하는 1인 시위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혈액 부족에 대비하기 위한 릴레이 헌혈 캠페인 등을 벌이고 있다. 서울대병원을 제외한 서울 지역 상급종합병원 소속 전임의들의 파업 참여율은 저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공의 파업도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진료는 복귀했지만 다른 분야는 파업을 이어갔다. 이날 전공의 파업 참가율은 69.4%로 집계됐다. 보건복지부가 전공의 수련기관 200곳 중 151곳에서 파악한 결과다.

전공의·전임의 파업으로 주요 대형병원에서는 외래진료와 신규 환자 입원, 수술 등을 줄이는 사례가 속출했다. 전공의 500여명 중 상당수가 파업에 나선 삼성서울병원은 인력 부족 탓에 이날 응급하지 않은 수술 10건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연기된 수술 중에는 뇌종양 환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교수들이 맡아온 외래진료는 그나마 운영이 되지만 전공의가 없어 수술은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세계일보

정세균 국무총리가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과 만나 주먹을 맞대고 있다. 뉴스1


전날 오후 늦게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대화에 나선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을 만나 설득 작업을 이어갔다.

정 총리는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 보건의료 현안정책에 대해 의료계와 열린 자세로 진지하게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방역 전선이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협회가 집단휴진을 강행한다면 국민은 불안해하고,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현장 의료진의 피로도도 가중될 것”이라며 집단행동 철회를 우회적으로 요청했다.

세계일보

24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자가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날 면담에서도 양측은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실무협의에 착수하기로 했지만, 정부는 정책 추진을 ‘보류’하겠다는 반면, 의료계는 ‘전면 철회’ 입장을 고수했다. 최 회장은 “정 총리, 박능후 복지부 장관과 허심탄회하고 진정성 있게 이야기를 나눴고, 복지부와 의협 실무진 간에 구체적으로 대화하기로 했다”면서도 “아직은 견해차가 좁혀진 게 없다”고 밝혔다.

박현준·김준영·곽은산 기자 hjunpark@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