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퇴근길 서울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써달라는 대학생의 요청에 "일가족을 몰살시키겠다"고 협박한 노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동률 기자 |
지하철서 마스크 제대로 써달라자 "일가족 몰살"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퇴근길 서울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써달라는 대학생에게 "일가족을 몰살시키겠다"고 협박한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 학생은 처벌을 원한다고 밝혔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20대 여성 A 씨를 협박·모욕한 혐의로 70대 남성 B 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사건은 지난 21일 5시45분경 서울지하철 2호선 왕십리역에서 일어났다. 환승을 한 A 씨는 노약자석에 앉은 노인 2명을 발견했다. B 씨는 왼쪽 귀에만 마스크를 달고 있었고, 일행은 마스크를 턱에 걸친 일명 '턱스크' 상태였다.
B 씨와 일행은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큰 소리로 대화했다. 고민하던 A 씨는 정중히 "마스크를 좀 써주세요"라고 부탁했다. A 씨의 요청에 두 사람은 마스크를 착용했다. B 씨의 일행은 다음 역인 상왕십리역에서 하차했다.
일행이 내리자마자 B 씨는 A 씨에게 갑자기 '쌍X' 등의 심한 욕설과 함께 "너네 일가족을 몰살시키겠다"고 폭언을 쏟아냈다. 충격을 받은 A 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상황을 목격한 승객 1명은 지하철 내 비상전화 버튼을 눌렀다. B 씨는 이 과정에서도 마스크를 내렸다 벗었다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에게 "신고해보라"던 B 씨는 실제 경찰에 신고하자 신당역에서 내렸다. A 씨와 현장을 목격한 승객 2명이 내려 B 씨를 뒤따랐지만 B 씨는 빠르게 계단을 올라갔다. 개찰구를 나가려는 B 씨를 A 씨가 "어딜가냐"며 붙잡았으나 출구로 달아났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다음날인 22일 B 씨를 검거했다. B 씨는 당일 오후 중부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A 씨는 <더팩트>에 "이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지했으면 좋겠고, 제 사건으로 좋은 선례를 남겨 제2·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덕인 기자 |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1차 조사는 22일 검거 다음에 바로 완료했다. 목격자의 일정이 조율이 안 돼 조사가 마무리 안 됐다"며 "(B 씨의) 신병처리 여부는 (목격자 조사가) 마무리돼야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A 씨는 24일 <더팩트>에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처벌을 원한다"고 밝혔다. A 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실시됐고 마스크 미착용자는 대중교통에 탑승할 수 없다는 것을 본인(B 씨)도 알았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마스크를 착용 안 해서 '써주세요'라고 부탁했다. 명령한 것도 아닌데 제가 욕을 들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A 씨는 최근 마스크 미착용으로 발생한 버스 기사, 역무원 폭행 사건 등도 거론했다. 그는 "이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지했으면 좋겠고, 제 사건으로 좋은 선례를 남겨 제2·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합의금은 필요 없다. 처벌을 꼭 원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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