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트럼프·의원들 만나 규제 촉구"
틱톡 미 시장 위협에 반중으로 돌아서
"중국과 경쟁하는 자랑스런 미국 기업"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저커버그가 지난해 9월부터 미 상원 의원과 트럼프 대통령을 차례로 만나 '반(反) 틱톡' 정서를 부추겼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 시장을 놓고 틱톡과 경쟁 중인 저커버그가 정치권의 규제 여론에 불을 붙였다는 것이다.
미국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 최고 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중국 SNS 틱톡의 미국 내 퇴출 움직임에 불을 붙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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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中기업이 美기업 위협"
저커버그가 '틱톡 때리기' 에 나선 건 지난해 9월부터다. 대중(對中) 강경파로 알려진 공화당 톰 코튼 상원 의원과 조쉬 하울리 상원의원과의 만남에서 저커버그는 틱톡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미국 기업은 중국에서 사업을 할 수 없는데, 왜 틱톡은 미국에서 사업을 할 수 있게 허용하느냐"며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10월 백악관 만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만나 미국 기업이 처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중국 인터넷 기업의 급부상이 미국 기업을 위협하고 있다. 페이스북을 규제하는 것보다 미국 내 이런 상황이 더 급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 로고. [로이터통신=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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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달 조지타운대에서 한 연설에서는 공개적으로 틱톡을 공격했다. 그는 "미국에서 틱톡을 사용할 때 시위 관련 언급은 검열 대상"이라며 "이게 우리가 원하는 인터넷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틱톡은 페이스북처럼 표현의 자유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서 "틱톡의 부상은 미국의 가치와 기술력에 대한 위협을 상징한다"고 주장했다.
WSJ은 이날 연설 표면적 주제는 'SNS 속 표현의 자유'였지만 저커버그가 의도한 진짜 주제는 '틱톡이 미국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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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퇴출 최대 수혜자는 페이스북"
저커버그의 읍소가 먹혔던 걸까. 지난해 10월부터 틱톡을 대하는 미 정부의 태도가 날카로워졌다.
지난해 10월 코튼 의원은 미 정보당국에 틱톡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고, 하울리 의원은 청문회에서 "틱톡이 미국 어린이들의 개인정보를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시기 미 정보 당국도 틱톡의 개인정보 수집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는 게 WSJ의 설명이다.
미 정부가 본격적으로 틱톡 퇴출을 거론하기 시작한 건 지난 7월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7월6일 틱톡 등 중국 소셜미디어(SNS)의 미국 내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다.
이어 7월31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틱톡이 미국인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해당 정보를 중국 정부에 넘기는 방식으로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틱톡 사용을 금지한다는 행정명령에서 서명하고, 90일 이내에 틱톡을 매각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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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지난 8일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의 미국 내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14일에는 틱톡을 90일 안에 매각하라는 초유의 압박에 나섰다.
WSJ은 "저커버그의 백악관 발언이 미국 내 퇴출 위기에 놓인 틱톡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없다"면서도 "틱톡의 위기에 최고 수혜자는 페이스북"이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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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중서 반중으로 돌아선 저커버그, 왜?
이번 보도와 관련해 앤디 스톤 페이스북 대변인은 "저커버그는 백악관 만찬에서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없다"면서 "단지 페이스북을 상대로 한 미국 정부의 반독점 규제 철회를 요청하기 위한 발언은 했다"고 말했다.
지난7월 29일 미 하원 법사위 청문회에서 발언하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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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저커버그가 틱톡을 견제하려 했다는 신호는 곳곳에서 포착됐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저커버그의 중국을 향한 태도 변화다. 2009~2010년만 해도 중국 시장을 겨냥해 '친(親)중 노선'을 걸었던 그였지만 지난 2~3년간은 눈에 띄게 '반(反)중' 행보를 보였다.
공교롭게도 그 시점은 중국산 SNS들이 급성장세를 보였던 때다. 2017년 처음 출시한 틱톡은 젊은 층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더니 올해 들어 미국 사용자만 1억 명에 달했다.
이에 페이스북도 짧은 동영상 플랫폼을 내놓고 시장 지키기에 나섰다. 자체적으로 동영상 공유 서비스 '릴스(Reels)'를 출시했는데, 그 구성이 틱톡의 복사판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저커버그는 속내는 지난 7월 하원에서 열린 반독점 청문회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페이스북을 "중국과 경쟁하는 자랑스러운 미국 기업"으로 칭하며 애국심 공략에 나섰다. "중국의 기술 부상에 맞서는 방파제"라며 중국 기업이 개인정보, 지식재산권 탈취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틱톡도 반격에 나섰다. 지난달 케이빈 메이어 틱톡 CEO는 "불공정한 방법으로 경쟁을 막으려 한다"며 페이스북을 공개 비난했다. 이어 릴스를 '틱톡 모방품'으로 지칭하며 "페이스북이 애국심을 앞세운 비방전으로 미국에서 틱톡을 퇴출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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