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시위대 불기소’ 미국 오리건주 지방검사 [월드피플]

[경향신문]

미국 오리건주 멀트노마 카운티 지방검사 마이크 슈미트. 사진 출처 :mikeschmidtforda.com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를 관할하는 멀트노마 카운티 지방검사가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서 체포된 시위 참가자 수백명에 대해 불기소 방침을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강력한 법 집행”을 주문하며 시위 현장에 연방요원까지 투입한 도널트 트럼프 행정부와는 ‘다른 접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 슈미트 검사(39)가 주인공이다. 슈미트 검사는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미국 형사사법제도의 정당성이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시기다. 우리는 비판적인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바로 그 형사사법제도를 사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슈미트 검사는 시위 현장에서 고의적인 폭력, 재산 피해, 절도 등의 범죄 행위는 기소하되 ‘무질서’란 이름의 경범죄에 대해선 기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에 대한 저항 행동이 앞서 경찰이 최루탄을 발포함으로써 야기된 행동인지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슈미트 검사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가혹행위로 숨지기 일주일 전인 지난 5월19일 지방검사로 선출됐다. 미국은 연방검찰은 대통령이 임명하되 지역검찰은 주민들의 선출하는 자치검찰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달 1일 부임한 슈미트 검사는 포틀랜드에서 계속된 시위 도중 체포된 약 600명의 시위대 중 절반 이상은 기소하지 않기로 했고, 이 결정은 찬반 논란을 불렀다.

특히 포틀랜드 경찰과 멀트노마 카운티 보안관들은 집단 반발했다. 시위대의 폭력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보수 인사들에 대한 ‘선택적 기소’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반면 슈미트 지지자이자 은퇴한 법학 교수인 스티브 칸터는 현지 매체 오리건라이브에 “변화를 위해선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사회의 구조적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시위 만큼이나, 슈미트 검사의 법 집행에 대한 접근 방식은 새로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슈미트 검사의 이력을 봤을 때 시위대에 대한 불기소 결정이 새삼스럽지 않다는 해석도 있다. 슈미트 검사는 과거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고등학교에서 흑인 학생들을 가르쳤다. 당시 흑인 학생들은 너무 쉽게 범죄에 휘말렸고, 때로 과도한 처벌을 받았다. 학생들을 변호하며 인종차별과 형사사법제도의 불합리를 목격한 그는 2005년 포틀랜드에 있는 루이스-클락 로스쿨에 진학해 법조인의 길을 택했다고 한다.

그는 현재도 검사의 기소 권한을 줄이자는 운동을 벌이는 진보적 검사들의 그룹인 ‘공정하고 정당한 기소’(Fair and Just Prosecution)에 속해 있다. 슈미트 검사는 뉴욕타임스에 “이번 결정은 ‘정당한 분노·슬픔의 표출’과 ‘폭력·재산피해 방지’라는 두 목적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면서 “그것이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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