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해 들어서만 이미 3차례에 걸쳐 59조원의 추경을 편성한 바 있다. 코로나19 피해가 크다고 하지만 역대 최대 규모의 추경을 편성한 뒤에 다시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4차 추경을 추진하는 것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예산을 책임진 기획재정부 내부에서는 일단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12조2000억원 규모의 1차 재난지원금이 코로나19 극복에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검증하고 나서 2차 재난지원금 논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여당 일각에서도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서둘렀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3일 열린 비공개 당정협의회에서 논의를 미루자고 의견을 모은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지 않으면 2차 재난지원금 불씨는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제1 야당인 미래통합당도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4차 추경에 긍정적이다. 다만 2차 재난지원금은 전 국민이 아닌 선별 지급이 유력하다. 대상을 소득하위 50%로 할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취약계층으로 할지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 지급 시기가 중요한 만큼 추석 연휴 전에 지급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소비진작이 아닌 취약계층 구제라는 긴급재원지원금의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다.
문제는 선별 지급할 때 대상을 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결정할 때도 논란이 많았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전 국민에게 3개월 이내 소멸하는 지역화폐로 개인당 30만원을 지급하자"며 대상을 선별하는 것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기준에 살짝 미달해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계층의 불만과 불평이 나올 게 뻔하다. 국가채무비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재정 부담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정치권에서 2차 재난지원금 카드를 꺼냈지만 실행 과정에서 많은 걸림돌이 존재한다. 코로나19 피해가 확산되면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명분이 커지지만 적정 금액과 대상을 선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지켜볼 일이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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