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이어 야권도 지급에 무게
文, 28일 국무회의서 발표 가능성
2차 재난지원금, 저소득층 선별 지원하나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기획재정부에 4차 추경안 편성에 대한 입장을 물은 결과 “가능하다”는 답을 전달받았다. 예결위 관계자는 “재난지원금을 반영한 2차 추경안과 코로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3차 추경안을 이미 편성한바 있어 비교적 짧은 시한 내에 코로나 대응 4차 추경안 편성이 가능하다는 답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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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이날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청와대 등 당정청은 비공개 회의를 열고 2차 재난지원금을 논의했다. 이르면 오는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공식 보고되고 대통령이 직접 지급을 언급할 가능성이 높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국회에서 ‘코로나19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재난지원금과 추경 등 예산 지원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치솟는 국가부채에 대한 우려로 소득 하위 가구에게만 지급하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전국 광역지자체가 올해 편성한 재난관리기금 잔액은 이미 30% 밖에 남지 않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더욱이 올 들어 국채 발행을 통한 세 차례의 추경 편성(59조원 규모)에 따라 올해 기준 국가 채무(839조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3.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경기부진으로 세수가 줄면서 내년에도 수십조원의 국채 발행이 불가피해 기재부도 전 국민 지급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결과 소득 상위가 아닌 하위 가구에 지급한 재난지원금의 소비 개선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진성준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소득 하위 50%에게만 지원하면 부담이 다소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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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줄거면 모두에게' 의견도 만만찮아
전략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2차 재난지원금은 일정 소득 기준 이하의 중·하위 계층에 지급했으면 좋겠다”며 “더 심각한 상황이 닥칠 수도 있음을 고려해 재정 여력을 남겨둘 필요가 있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이어 “의료보험료 산정 기준 등을 활용하면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도 있다”고 말했다.
8·29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신동근 의원 역시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신 의원은 “재난지원금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사고가 팽배해 있다. 왜 굳이 전 국민에게 지급해야 하는지 심도 있는 토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하위 50% 국민에게 (기존대비) 2배의 재난지원금을 주면 골목상권 활성화 효과도 나타나고 불평등 완화도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의 비례대표 정당이었던 더불어시민당의 공동대표를 지낸 최배근 건국대 교수 역시 지원사격에 나섰다. 최 교수는 “재난지원금 추가 지원에 대한 재정 부담이 우려된다면 한시적으로 상위 1%(국민)에 올해 총소득의 2%를 세금으로 거두면 된다”며 “능력이 되는 분들이 사회에 대한 빚을 갚는 마음으로 동의해주길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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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에서 ‘선별적 지원’에 힘을 실어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했던 기존 지급방식은 경제적 효과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발표한 ‘2020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정부가 추가적인 소득 지원에 나설 경우 저소득층에 집중하라고 제언했다. OECD는 그 이유로 “저소득층일수록 정부 지원금을 소비할 가능성이 더 높아 경기 순환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설명했다. 고소득층이 지원금을 받아봤자 곧장 소비로 이어지기 어려운 만큼 보다 효과적인 생계 지원과 소비 진작을 위해서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선별 지원에 나서라는 것이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것보다 취약계층에 한해 선별 지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KDI는 소득 감소로 가계 수지가 적자를 보는 가구를 ‘유동성 위험 가구’로 정의했는데 저소득층에 현금을 선별 지원하고 담보 여력이 있는 자산 보유가구에는 현금이 아닌 신용 지원을 했을 경우 유동성 위험 가구 비율이 더 크게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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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차 재난지원금 때와 마찬가지로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 역시 적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당 지도부 지시로 2차 재난지원금 도입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는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공식적으로 입장을 내지는 않은 상황이다. 전 국민에게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의 효과, 재정 부담, 향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확정된다면 당 지도부와 정책위 안팎에서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2차 재난지원금 방식을 두고 민주당은 기재부와의 협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당장 당 내부에서부터 치열한 설전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여권 주요 인사들을 중심으로 지급 방식과 재원 확보 방안 등과 관련해 ‘결이 다른’ 해법이 난무하는 모습도 감지된다. 김부겸 전 의원은 “3단계 거리 두기가 실시되면 2차 재난지원금은 불가피하다. 이를 위해 국가재난기금 조성을 법제화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21일 “모든 국민에게 3개월 이내 소멸하는 지역 화폐로 개인당 3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 적당하다. 청와대 정책실과 총리실에 공식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여당 주도로 2차 재난지원금 여론전을 펼치는 모습에 대해 기재부는 난색을 표하는 모습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기존 입장은 그대로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1차 재난지원금의 소득 향상 효과가 최근 통계로 입증된 마당에 추가 지급을 마냥 반대할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4분기 소득 하위 20%의 월평균 소득이 8.9% 늘었고 상위 20%도 2.6% 증가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분배 지표가 개선된 것을 두고 “재난지원금 지급 등 정책 대응으로 이전소득이 늘어난 영향”이라며 현금 지원의 긍정 효과를 재차 홍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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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 재정···또 적자국채 발행 불가피
23일 기획재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당정은 지난해 연말 국회를 통과한 2020년도 본예산보다 총지출이 8%가량 증가한 550조원 중반 규모의 내년 예산안 초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막판 당정협의를 거쳐 이번주 중 내년 예산안을 확정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여당 일각에서는 예산 증가율을 10%대로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재정 건전성에 대한 비판이 거센 점을 고려해 8%선에서 타협한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본예산은 512조3,000억원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1~3차 추가경정예산으로 총지출은 546조9,000억원까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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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 재정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4차 추경까지 편성되면 안 그래도 빨간불이 켜진 재정 건전성 지표는 더욱 위태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나라 곳간이 이미 텅텅 비어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선별 지급하더라도 4차 추경 예산을 적자 국채 발행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3차 추경 기준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3.9%(76조2,000억원)에 달하고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수지) 적자도 GDP의 5.8%(111조5,000억원) 수준으로 급증한 상태다. 특히 국가 채무는 839조4,000억원에 달해 GDP의 43.5%로 껑충 뛰면서 사상 최고치로 치솟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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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난방' 재난지원금에···지자체 기금 바닥
윤창현 미래통합당 의원실이 23일 행정안전부에서 제출받은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별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현황’자료에 따르면 17개 광역지자체는 35건, 기초지자체는 165건의 코로나19 관련 지원금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경제가 이 사업들의 최초 지급 시기를 분석한 결과 광역지자체 사업 35건(경기도 재난기본소득 포함) 가운데 25건(71.4%)이 4월에 지원됐다. 특히 이 가운데 절반인 18건은 4월15일 이전에 지급됐다. 광역지자체뿐만 아니라 시군구 단위의 기초자치단체들도 165개의 재난지원금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 중 51.5%인 85건이 총선이 치러진 4월에 지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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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지자체들이 총선을 전후해 재난지원급 사업을 경쟁적으로 진행하면서 재난 피해가 큰 지역이 지원금을 많이 받는 것이 아니라 돈이 많은 지자체에 살수록 지원금을 많이 수령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전국 지자체가 재난지원금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4월 초순께는 신천지 교회를 중심으로 대구·경북 지역에 수천명의 확진자가 쏟아져나왔다. 3월에 많게는 전국 확진자 가운데 96%(일별 기준)가 대구·경북 지역인 적도 있었다.
하지만 광역·기초 지자체 전체 지원사업 200건 가운데 33.5%인 67건이 경기도였고 27건이 서울, 13건이 인천이었다. 대구·경북 지역에 피해가 집중될 당시 전체 재난지원금 사업의 절반(110건·53.5%) 이상이 수도권에서 진행된 것이다. 반면 대구(1건)·경북(9건)은 10건(5%)에 불과했다. 지원 대상의 소득 기준도 지자체별로 천차만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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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들이 총선을 전후해 재난지원금 뿌리기에 나선 결과 서울은 올해 1조1,364억원에 달하던 재난관리기금이 6월 말 기준 2,868억원으로 줄어 25.2%가 남았다. 인천은 잔액이 19.8%(3,003억원), 경기도는 34.2%(4,933억원)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2차 재난지원금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8대2(서울 7대3)로 비용을 분담한다. 현재 지자체들은 지방채를 발행하거나 중앙정부의 혈세 지원을 받아야 재난지원금을 줄 형편에 놓여 있다. 윤 의원은 “피해 정도에 비례하여 예산이 지원되는 게 상식인데 총선 전인 코로나 1차 대유행 때는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대구경북보다 피해가 적었던 재정이 넉넉하다는 이유로 수도권에 재난지원금이 집중됐다”며 “사회재난인 코로나도 어려움이 더 큰 지역과 계층에 지원금이 집중 지원되는 원칙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경우·박진용·한재영기자 세종=하정연기자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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