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4차 추경 편성도 적극 검토
재정 악화에 기재부 ‘난색’ 가능성
일각 “소극 지출이 건전성 더 훼손”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4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논의가 활발해지자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세수는 감소하는데 가라앉은 경기를 살리기 위한 재정지출은 늘려야 하는 데다 내년 예산도 올해 본예산 대비 8∼9% 증액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소극적인 재정정책이 전체 경제를 위축시켜 재정건전성을 더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어 정부의 고민이 깊다.
23일 기획재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4차 추경 편성을 검토 중이며, 야당인 미래통합당도 논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이 2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4차 추경 편성을 추진하더라도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재정 당국이 난색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이 소수로 국한되고 지급액이 작을 경우 예비비 등으로 충당할 수도 있겠지만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지급 대상과 지급액을 확대하면 재정 부담이 커진다. 최근 수해 복구를 위한 4차 추경 편성 주장에 대해서도 기재부는 올해 예비비 등과 내년 예산 편성으로 대응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인 바 있다.
기재부는 앞서 1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12조2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을 편성하면서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일부 재원을 조달했다. 그러나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게 될 경우 더 쥐어짤 곳이 없어 재원의 대부분을 국채발행으로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 지난해 본예산 기준 740조8000억원이던 국가채무는 올해 3차 추경 기준 840조2000억원으로 불어난 상태다.
더구나 코로나19가 재확산 추세여서 앞으로도 재정지출은 더 증가할 전망이다. 기업과 소상공인이 도산하지 않도록 추가 지원도 불가피해 보인다. 코로나19 극복과 이를 위한 ‘한국판 뉴딜’, 수해를 포함한 재난·재해 대비 등을 위해 내년 예산도 올해 본예산보다 8∼9% 많은 550조원대 중반으로 편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운데)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
돈 쓸 곳은 많은데 국세수입은 내년에도 개선되기 어려운 구조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국세수입은 지난 6월 국회를 통과한 3차 추경 기준(279조7000억원)을 조금 웃도는 280조원대로 편성될 것으로 관측된다. 2019~2023년 중기재정전망을 보면 2021년 국세수입은 3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코로나19 타격으로 하향 조정이 유력하다.
주요 세목을 보면 법인세는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690곳(금융업 등 제외)의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이 24.2%, 순이익이 34.1% 각각 감소했다. 이들 법인의 영업실적은 내년도 법인세 수입과 직결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지난 5월26일 서울 망원시장의 한 점포에 ‘재난지원금 사용 가능한 점포’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
소득세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들이 폐업에 내몰리는 등 전방위로 큰 타격을 받으면서 특히 종합소득세 세입이 급감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상속증여세 등은 올해보다 더 많이 걷힐 가능성이 있지만 ‘핀셋 증세’에 초점이 맞춰져 전체 증가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정부가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이나 4차 추경 편성에 서둘러 나설 여력은 없다. 하게 되더라도 무리하게 빚(국채발행)을 내는 수밖에 없다.
이미 재정건전성 지표에는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3차 추경 기준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3.9%(76조2000억원)에 달하고,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사회보장성기금) 적자는 GDP의 5.8%(111조5000억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국가채무도 GDP의 43.5%로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올해 우리 경제가 역성장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는 가운데 내년에도 수십조원의 적자국채가 발행된다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에 근접할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40%가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선은 아니지만 순식간에 50%까지 가는 것은 안 되며 속도가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1차 긴급재난지원금’ 당시인 지난 5월 울산 남구 신정상가시장의 한 상점에 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걸린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
반면에 송민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소극적인 코로나19 위기 대응에 따른 재정건전성 훼손 위험’ 보고서를 내고 “만약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잠재 GDP의 영구적 감소를 상쇄시킬 수 있다면 재정건전성은 무위의 정책을 선택하는 경우보다 덜 악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극적 대응보다 적극적 대응이 재정건전성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다양한 부문의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코로나19 충격의 심각성이 정확하게 공유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재정정책 규모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더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사회적 합의에 따른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국민의 경제적 존엄성이 침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우상규 기자, 이희진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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