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0년도 제3차 추가경정예산안이 가결됐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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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23일 고위 당·정·청 회의를 통해 긴급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논의한다. 이에 앞서 21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는 당 정책위원회에 2차 지급과 4차 추경에 대한 검토를 요청했다. 당 대표 경선에 나선 이낙연·김부겸·박주민 후보도 지급에 찬성하고 있다. 일각에선 ‘추석 전 지급’이란 시간표도 나오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급 금액(1인당 30만원)까지 제시했다. 야당인 미래통합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2차 코로나 사태를 생각해 추경을 빨리 편성하자고 했다. (재난지원금도) 내가 진작에 얘기했다”고 말했다.
정부도 고민이 커지고 있다. 수해 때만 해도 추경 편성에 부정적이었으나, 코로나 19 재확산으로 자영업·소상공인 등의 피해가 커지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때도 여당은 ‘일부 계층 지급’을 주장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밀어붙여 ‘전 가구 지급’을 관철했다. 추경 역시 여당이 먼저 제안하고, 신중론을 펴던 정부가 결국 수용하는 양상이 반복됐다. 만약 4차 추경을 편성하면, 1961년 이후 59년 만에 있는 일이 된다.
23일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사진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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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1차 재난지원금 시행 때 전 국민 지급을 밀어붙였던 여당에선 이번에는 선별 지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하위 50% 지급안을 제시했다. 이미 3차례 추경을 하며 재정 여력이 줄어든 데다, 전 국민 지급의 효과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별 지원을 한다해도 재정 부담은 만만치 않다. 전 가구에 40~100만원씩을 지급한 1차 때는 14조3000억원이 들어갔다. 지급 범위를 줄인다 해도 부담은 만만치 않다. 소득 하위 70% 가구에만 지급해도 9조7000억원, 50% 가구로 한정하면 5조~6조원이 들어간다. 이재명 경기지사 주장처럼 1인당 지급을 할 경우, 20만원씩만 줘도 10조원, 30만원씩이면 15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관리재정지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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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재정은 이미 위기 상태다. 1~3차 추경 규모는 합쳐 59조원에 이른다. 이 중 37조5000억원은 적자 국채를 발행해 메웠다. 세 차례 추경으로 ‘마른 수건 짜기’를 반복한 터라 씀씀이를 줄여서 만들 수 있는 돈은 사실상 없다. 수해 등으로 바닥이 드러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사정을 감안하면, 일부 부담을 지자체에 넘기는 것도 어려운 형편이다.
게다가 코로나19 탓에 세수도 말랐다. 올 1~6월 들어온 세금(국세 기준)은 132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조3000억원 줄었다.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4차 추경을 편성하려면 결국 ‘빚잔치’밖에 방법이 없다. 올 상반기에만 누적 적자가 110조5000억원(관리재정수지 기준)을 기록할 만큼 나라 곳간은 이미 비상이다. 지난해 연간 적자의 2배에 육박한다.
재난지원금의 효과 논란도 여전하다. 1차 지원은 일자리 소멸 상황에서 저소득층의 생계 자금 역할을 하고, 일부 소비가 증가하는 효과를 냈다. 그러나 일회성 반짝 효과에 그쳤다. 2분기 평균 소비성향(가처분 소득 대비 소비 비율)은 67.7%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2.5%포인트 하락했다. 나랏돈으로 소득을 늘려주긴 했는데, 그만큼 지갑을 열진 않았다는 얘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지원금 같은 일시적 수입은 장기 소비 계획에서 빼는 경향이 있다”며 “근로소득 등 고정적 수입이 줄면 지원금으로는 원래 사야 할 필수 생필품을 사고 남는 돈은 저축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 11일 ‘2020년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위기 상황에서는 저소득층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며 “저소득층이 지원금을 받게 되면 (저축하지 않고) 소비할 가능성 크기 때문에 경제 전반에 미치는 지원 효과도 커진다”고 조언했다. 선별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소득수준별 평균소비성향 증감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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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선별 지원이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을 부른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소득에 따라 전 가구를 한줄로 세울 지표가 마땅치 않다.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현실적 지표는 건강보험료 납부액이다. 그러나 고가 주택 등 자산이 정교하게 반영되지 않아 ‘부자 수급자’ 의 발생이 불가피하다. 또 직장 가입자는 소득 기준만 채우면 되는데, 지역 가입자(자영업자 등)는 집·자동차 등 자산이 반영돼 형평성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기준이 정해져도 코로나 19에 따른 피해 정도에 따라 형평성 논란이 꼬리를 물 수 밖에 없다. 지난 3월 '70% 지급'을 추진했을 때 이미 겪었던 일이기도 하다.
벌써 선별 지급과 재원 조달에 대한 논란은 재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공무원 임금을 삭감해 2차 지원금을 주자’는 주장을 하면서다. 소셜미디어 등에선 “공무원도 봉이 아니라 서민이다” “국회의원 세비부터 반납하라” 등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논란이 확산하면 지급 속도가 떨어지면서 정작 중요한 ‘긴급성’이 훼손될 수 밖에 없다.
‘2차’ ‘4차’ 식의 꼬리 물기식 지원, 땜질식 지원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은행이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0.2%)를 하향 조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등 경기 추가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4차 추경이 4번째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란 비판이 벌써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19 확산이란 상처를 제대로 봉합하지 않고는 수혈(재정 지원)이 무용지물이란 건 이미 1~3차 추경을 통해 증면된 일이라서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의 ‘V자’ 반등이 확실하다면 추경이 제 효과를 발휘하겠지만 지금은 ‘L자’ 또는 ‘I자’로 경기의 하강이 전망된다”며 “장기 침체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구조 변화에 대비한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하지 않고 추경만 반복하는 건 문제”라고 강조했다.
세종=조현숙·김남준·임성빈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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