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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긴급재난지원금

공무원 월급 깎아 재난지원금 주자는 조정훈 "훅 가는 정치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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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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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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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544호. 스스로를 '입법 노동자'라고 부르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일하는 공간이다. 조 의원을 찾자 보좌진이 답했다. "정훈님 지금 자리에 있습니다". 이 곳은 좀 달랐다. 조 의원과 보좌진들은 서로를 'OO님'이라고 부른다. 수평적 관계 속에서 일하는 의원실을 만들고 있다.

조 의원 역시 좀 다른 정치인이다. 그는 시대전환이라는 정당 소속이다. 사실상의 '1인 정당'.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라는 거대 정당의 틈바구니 속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싶다. 그런데 정치인, 관료, 언론은 일찌감치 그를 주목했다. 이제 국민들도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조 의원의 남다른 행보가 가져온 결과물이다. 조 의원은 지난달 대정부질문에서 정곡을 찌른 질문으로 호평을 받았다. 의원실로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후원금도 많이 들어왔다. 세계은행에서 15년 동안 일하다가 정치의 영역으로 들어온 조 의원의 내공이 만들어낸 결과다. 물론 그 중심에는 조 의원의 철학과 초심이 있다.

조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인터뷰에서 "훅 가는 정치인이 되지 않겠다"며 "입법노동자로서 업의 본질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가 보는 우리 사회의 핵심 문제는 양극화다. 조 의원은 "닥치고 양극화"라는 표현까지 썼다. "정치는 먹고 사는 문제를 건드려야 한다"고도 했다.

인터뷰 직후 조 의원은 또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조 의원은 긴급재난지원금의 재원 마련을 위해 공무원들의 임금을 깎자고 주장했다. 활발한 논쟁이 진행 중이다. 양극화와 국민들의 삶을 다루는 정치, 조 의원의 소신에서 출발한 제안이다. 아래는 조 의원과의 일문일답 내용.

-21대 국회가 시작하고 이제 3개월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어떻게 보냈나.

▶바쁘게 보냈다. 별로 달라진 건 없다. 하지만 여기에 취하면 '훅 가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국회 경내에서 배지를 차고 다니면 모르는 사람들이 인사를 한다. 사진을 찍자는 사람들도 여의도 내에서 생긴다. 사람이 그것에 취할 수 있다. 여기에 익숙해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저는 입법노동자다. 입법노동자로서 업의 본질을 잊지 않겠다. 사람들이 '맛이 가는' 이유는, 업의 본질이 아니라 업이 주는 부수적인 쾌락 때문이다. 무엇이 되고자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무엇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저는 국회의원 300명 중의 1명이지만, 무엇을 할지만 계속 생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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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처음 입문한 계기가 궁금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계사를 잠깐 하다가 유학을 마치고 세계은행에 2002년 합격했다. 30명을 뽑는 공채였는데, 1만명이 지원했다. 30대 초반에 저소득 국가를 다니면서 정책의 핵심을 봤다. 정책의 뿌리에는 정치가 있었다. 정치의 정교함이 합쳐지지 않으면 어떤 정책도 성공하지 못한다.

1년에 120일씩 출장을 다니면서 부채의식이 생겼다. '빚진 마음'을 갚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정책이 부족해서 우리 사회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책의 영역에 똑똑한 사람은 정말 많다. 정치의 영역이 무너졌기 때문에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정치의 영역으로 들어온 이유다.

-정치의 영역에서 '훅 간' 사람들을 많이 봤을 것 같다.



▶많이 봤다. 저보다 못나서 훅 가진 않았을테고, 오히려 욕심을 많이 내서 그런 것 같다. 선배 세대들은 인생을 갈아넣으면서 정치를 했다. 그러다보니 정상에 올라가면 누리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5년 임기 내에서 뭔가 이뤄야겠다는 생각까지 겹치면서 스텝이 엉키지 않았을까.

누군가 "지옥으로 가는 길은 좋은 의도로 가득 차 있다"고 했다. 저는 보좌진에게 인생을 갈아넣지 말자고 했다. 뭔가 기대를 하게 될지 모른다. 사람이 열심히 하다보면 무엇인가를 기대하게 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욕 먹고, 국민들에게 인정 받지 못해도 서운해하지 말자고 했다.

-시대전환의 유일한 국회의원이다. 한계도 많이 느끼겠다.

(*조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여당의 비례대표용 정당이었던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당선됐지만, 총선 이후 시대전환으로 복귀했다)

▶모 거대정당의 의원이 우리 방에 오더니 "이 방 공기가 자유롭다"고 하더라. 그래서 "자유롭지만 춥다"고 답했다. 자유로운데 다 좋다고 할 수 없으니 그렇게 응답한 것이지만, 지내고 보니 초선 국회의원은 혼자 있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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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대정부질문이 화제였다. 질의 내용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텐데.


▶저는 급소론자다. 제가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급소는 양극화다. 대한민국은 작은 영토에 많은 인구가 산다. 민족이 여러가지 치임을 많이 당했다. 긍정적인 면에서 경쟁도 많이 했지만, 서로 옆이 어떻게 사는지 직접적으로 보는 사회가 됐다. 상대적 격차가 절대적 격차보다 중요한 사회다.

저는 '닥치고 양극화'라고 본다. 크게 3가지 격차가 있다. 자산, 소득, 휴식의 격차다. 자산의 격차는 부동산이다. 소득의 격차는 일자리 문제다. 일자리는 일종의 패턴이 생겼다. 우리 사회는 동종교배의 사회다. 특정 지역 출신들이 좋은 대학을 간다. 비싼 아파트 단지에 "우리 애들끼리 결혼을 시키자"는 대자보가 붙는 현실에 분노한다.

-대정부질문 후 국무총리께서 문자메시지도 줬다고 들었다. 반응이 뜨거웠는데.

▶저는 이슈만 만드는 정치를 하고 싶지 않다. 달콤한 말초신경적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 문제를 부러뜨리고 싶다. 일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고 싶다.(*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대정부질문 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조정훈 의원만큼만' 이라는 내용의 칼럼을 기고하기도 했다)

-'부러뜨리기'를 위한 구체적인 구상이 있는지.

▶3차 추경 과정에서 5000억원의 상임위 예산을 삭감하는 데 일조한 적이 있다. 에너지 고효율 예산이었다. 고효율 가전제품을 사면 깎아주는 제도인데, 대부분 대기업 제품이다. 이럴 필요가 없다고 봤다. 동료 의원들을 설득했다. 휴식 시간에도 찾아갔다. 그게 정치다. 어느 정도 양보를 얻어냈다.

양극화의 측면에서 그런 예산을 인정할 수 없었다. 중소기업 제품으로 한정한다고 하면 찬성하겠다고도 했다. 국민의 세금을 대기업 도와주는 데 써야 하나. 이런 식으로 문제를 계속 부러뜨리고 싶다. 국회의원은 행정부가 아니기 때문에 제가 고민하는 문제들을 부처에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시대전환은 기본소득을 계속 주장해왔다. 미래통합당까지 기본소득을 이야기한다.

▶기본소득은 복지정책이자 전환정책이고 경제정책이다. 우리 복지의 가장 큰 단점은 자신의 비참함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가난하다", "나는 고아다"라고 이야기를 해야 선별적으로 복지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제는 보편적 복지를 받을 때가 됐다. 30만원부터 시작하자. 정책실험을 해보자. 효과부터 확인해보자.

-기본소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있다.

▶대정부질문 때 홍남기 부총리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를 포함해 어느 나라도 기본소득을 정식으로 도입한 국가가 없다고 답했다. 그게 우리 선배들의 생각이다. OECD 사례가 없으면 무엇인가를 하지 않는다. 이제 OECD에는 답이 없다. 우리가 찾아서 오히려 OECD에 답을 줘야 한다. 우리를 더 이상 가두지 말자.

-기본소득과 재정건전성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다.

▶나와 내 가족은 기본소득이 없어도 살 수 있다는 태도가 보인다. 그럴 수 있다. '조정훈의 정치'는 이런 의견을 무시하거나 배척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기본소득이라는 시스템이 필요한 지경에 이르렀다. 30만원부터 시작하자고 한 이유도 이 경우 증세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증세를 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도 조세제도가 사회 재분배에 좀 더 역할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현재 세전 양극화와 세후 양극화의 차이가 거의 없다. 조세정책이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재정건전성은 증세를 통해 경제를 더 키우면 된다.

-어떤 정치를 꿈꾸나

▶기본소득 논의에 지치지 않고 나가는 이유는 찬성과 반대 모두 감정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나의 삶에 영향을 주는 주제다. 정치 논쟁의 본쟁이라고 본다. 정치가 먹고 사는 문제를 건드리면 국민들도 반응한다. 우리 정치에 한 명이라도 미래 세대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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