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 대상’ 둘러싼 논쟁 또 벌어질 가능성
코로나19에 대응해 첫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결정된 후인 지난 5월12일 서울 성북구청에서 직원들이 재난지원금 신청 관련 안내·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사태와 관련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검토하기로 한 가운데 여권 일각에서는 전 국민이 아닌 일부 계층에게만 지급하자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으로 정부 재정 부담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지급 대상을 축소하자는 주장이다. 앞서 1차 재난지원금 지급 결정 당시 벌어졌던 지급 대상 논쟁이 되풀이될 전망이다.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2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2차 재난지원금은 모든 세대에 지급하기보다는 일정 소득 기준 이하의 중·하위 계층에 지급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더 심각한 상황이 닥칠 수도 있음을 고려해 재정 여력을 남겨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진 의원은 또 “의료보험료 산정 기준 등을 활용하면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진 의원은 “이번에도 재정건전성론을 신봉하는 이들은 재난지원금 지급 자체를 반대하고 나설지 모르겠지만, 그건 매우 한가한 소리”라며 “발등의 불부터 꺼야 할 판에 미구에 있을지 모를 큰 화재에 대비하자는 얘기나 다름없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최근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긴 했지만,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도 나은 성적”이라며 재정건전성만 고려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당 최고위원에 출마한 신동근 의원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기계적으로 4차 추경(추가경정예산)이면 재난지원금이고, 재난지원금이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사고가 팽배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추경 편성의 원칙과 재난지원금 대한 기준이 없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재난지원금을 왜 굳이 전 국민에게 지급해야 하는지 심도 있는 토론이 필요하다”면서 “재난지원금으로 소비할 때 서민경제와 골목상권 활성화에 더 효과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러면 차라리 (소득 등) 하위 50%에게 두배의 재난지원금을 주면 골목상권 활성화에 같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고, 불평등 완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4·15 총선에서 민주당의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이었던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를 지낸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에 대한 재정 부담이 우려된다면 한시적으로 상위 1%에 올해 총소득의 2%를 세금으로 거두자”며 “능력이 되는 분들은 사회에 대한 빚을 갚는 마음으로 동의해주길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두 차례 재난지원금 지급을 기준으로 이 ‘2%’를 제시한 것이라고 글 말미에 덧붙였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지난 5월26일 서울 망원시장의 한 점포에 ‘재난지원금 사용 가능한 점포’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
이 같은 여권 일각의 주장은 앞서 올해 3∼4월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놓고 벌어졌던 논쟁이 되풀이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당시 정부는 중산층을 포함한 소득 하위 70%(기준 중위소득 150%)에 4인가구 기준으로 1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으나 “세금은 고소득자가 더 많이 내는데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주냐”는 등의 반발이 거세지자 결국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쪽으로 결정됐다.
앞서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지난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2차 재난지원금 지급 필요성에 대한 당 정책위원회 차원의 검토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코로나19가 급속하게 확산하면서 경기가 재차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되자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데 따른 요청이다.
민주당 당권주자들과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이 환영의 뜻을 밝히고,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추가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조만간 당정청 협의를 통해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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